충청남도 공주시에 있는 신원사는 651년 고구려 승려인 보덕이 백제로 와서 창건한 사찰이다. 신원사는 계룡산에 있는 4대 사찰 가운데 남쪽 사찰에 해당한다. 1866년 심상훈이 중수하면서 절 이름을 신정사에서 신원사로 고쳤다.
사찰은 불교의 신성한 공간으로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산과 바다, 심지어 도심에서도 사찰을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사찰은 오랜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소재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찰이라는 공간에 담겨있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사찰의 매력을 속속 들여다보자.
곡성 관음사
고전소설 심청전
『관음사사적』에는 「심청전」의 근원설화로 알려진 원홍장 이야기와 처녀 성덕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원홍장이 진나라의 황후가 된 후, 아버지를 그리워하여 만들어 보낸 관음보살상이 처녀 성덕에게 발견되어 그 관음상을 지고 가다 머문 곳에 관음사가 창건되었다.
심청은 어머니를 여의고 눈이 먼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공양미를 시주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심청은 몸을 팔아 인당물에 빠지고, 용궁에서 전생의 일과 앞으로의 운명을 알게 된다. 심청은 난징 상인들에게 발견되어 새 왕비가 되었고, 맹인축제를 열어 심봉사를 다시 만난다. 심봉사는 딸을 만난 기쁨으로 눈을 뜨게 된다.
낙상이대성관음정취조신
이광수의 소설 『꿈』
『삼국유사』 제4탑상(塔像)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에는 ‘조신의 꿈’ 설화가 나온다. 이 설화에서 조신은 스님으로 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 둘이 야반도주 후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둘 다 밑천이 없어 수십 년간 가난에 허덕이며 살다 첫 아이를 잃고, 자식들도 고생길을 걷는다. 조신 부부는 서로의 만남이 고통의 시작임을 깨닫고 이혼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는 모두 꿈이었고 조신은 깨달음을 얻어 정토사를 세우고 선행을 베풀며 살았다.
이광수의 『꿈』은 1947년 면학서관(勉學書館)에서 간행하였다. 『꿈』은 용선화상(龍船和尙)으로 표상되는 섭리에 따라 욕망을 이루지만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살인과 배반으로 파멸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구조로, 현실의 욕망→욕망의 성취→파탄→자아 인지의 갈등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통교사와 미황사 설화
뮤지컬 『미황사』
「미황사 사적비」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적혀 있다. 사자포 앞바다에 돌로 된 배가 나타나 승려 의조가 이를 이상히 여기고 제자들과 같이 배에 올랐다. 배에는 금인(金人)과 금으로 된 상자에 불경과 불상 등이 있었다. 의조는 배를 내려 이들을 임시로 모셨는데, 그날 밤 꿈에 자신이 인도의 국왕이라면서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춘 곳에 절을 짓고 이 불상을 안치하면 국운과 불교가 흥할 것이라 했다. 이에 의조는 이를 실천하여 통교사(通敎寺)를 창건하고, 소가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창작 뮤지컬 미황사는 해남을 중심으로 인근에 세력을 형성했던 마한 54국 중 하나를 배경으로 창건설화에 나오는 검은 소와 돌로 만든 배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황사는 설화 내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재구성하고 음악을 작곡하였다. 이를 통해 마음에 그늘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려 한다고 한다.
관음암 암자 설화
애니메이션 오세암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설악산에 관음암(觀音庵)이라는 암자가 있다. 관음암을 오세암(五歲庵)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설정이란 스님이 암자에서 어린 조카와 지내다 양식이 떨어져 아랫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 무렵 폭설이 내려 조카는 봄까지 암자에 혼자 있게 되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살아있었는데, 조카가 말하길 관세음보살이 때마다 찾아와 보살펴주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관세음보살의 신력(神力)에 감동해 암자의 이름을 오세암으로 바꾸었다.
오세암 설화는 동화 작가 정채봉에 의해 각색되었다. 먼저 조카는 떠돌이 거지로 바뀌어 거지를 뜻하는 길손이가 되었고, 시각장애를 가진 ‘감’이라는 인물이 누나로 추가되었다. 동화 속 길손이는 관세음보살과 함께 승천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오세암에는 전국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들어 믿음 없는 기도를 올린다. 이처럼 오세암 설화는 관세음보살의 신력을 칭송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