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의 한 갈래인 노동요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일을 하며 부르던 노래를 말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작업 속도를 맞춰 일의 능률을 올리고, 고단함을 잠시 잊었다. 모심기소리, 삼 삼는 소리, 노 젓는 소리 등 생활 속에서 구비 전승되어 온 노래에는 사람들의 감정과 일하는 방식, 방언 등 지역 생활문화와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밥알 한 알 한 알 모두 귀한 손길이 농군의 수천 번 손길이 간 ‘정성’이다. 논을 갈고,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찌고, 모를 심고, 논을 매고, 벼를 베고, 볏단을 세우고, 벼를 털고 하는 모든 작업이 ‘농사’라는 말에 들어있다. 농군들이 ‘먹고살라고’ 하는 일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일’이 된다.
음원출처 : 『옹진섬 민요집』, 옹진문화원
모 심을 때 부르는 노래는 ‘미나리’, ‘상사소리’, ‘자진아라리’, ‘정자소리’, ‘하나소리’등이 있다. 「아라성소리」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도 · 경북 · 충남 · 충북에서 많이 불렀다. 「상사소리」는 충남 · 전북 · 전남에서, 「정자소리」는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하나소리」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서 불렸다.
음원출처 : 『칠곡의 소리, 디지털로 기록하다』, 칠곡문화원
모내기 후 20일 여일히 지나면 논매기를 한다. 논밭의 잡초를 뽑는 일을 논매기라 하는데, 두 벌에서 네 벌까지 진행된다. 논매기 횟수에 따라 ‘초벌 매는 소리’, ‘두벌 매는 소리’ 등으로 부르는 노래가 구분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논을 매고 가을이 오면 노랗게 익은 벼를 벤다. 전통적으로 낫질을 해서 베는 일이었기 때문에 ‘낫소리’라고 하기도 한다.
벤 벼는 볏단을 묶어 타작을 하기 위해 나른다. 벼를 옮길 때 하는 소리에는 「볏단나르는소리」, 「볏짐지는 소리」, 「나락등짐소리」 등이 전해온다.
음원출처: 『단양의 민요』, 단양문화원
‘벼터는 소리’는 벼 이삭을 털어내며 부르는 노래이다. 벼는 통나무 2~4개를 허벅지 높이 다리에 고정한 농기구인 ‘개상’이나 뉘인 나무 절구통, 홀테 등에 알곡을 털어냈다. 벼터는 소리는 「개상질소리」, 「벼바숨소리」, 「자리개질소리」라고도 부르는데, 주로 충남 서부지역에서 왕성하게 불렀다.
‘옹헤야 어절시구, 옹헤야 저절시구, 옹헤야 잘도논다~’라는 노래로 유명한 ‘옹헤야소리’는 원래는 경상도 지역에서 보리타작을 할 때 부르던 노래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밭농사 노래가 있는데 경북 양양에서는 는 화전(火田)을 만들 때 괭이질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인 ‘괭이소리’가 전해져오며, 경북 안동에서는 밭작물을 도리깨질하며 부르는 ‘호호야소리’등이 전승된다.
(영상출처 : 모전들소리 보존 사업 ‘타작소리’ , 문경문화원)
음원출처: 『옹진섬 민요집』, 옹진문화원
서해안에는 임경업 장군이 병사들과 함께 중국으로 가는 길에 연평도 근처에서 병사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가시나무를 꺾어 바다에 던졌더니 조기가 많이 잡혔다는 임경업장군의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임경업 장군은 조선중기의 실존 인물로 서해안 지역에서는 그를 마을신으로 모셔 조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갈 때면 언제나 그를 찾아가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옹진섬 민요의 ‘배치기소리’에도 ‘임장군’이 나오는데, 바로 임경업 장군을 말한다.
‘고기푸는소리’는 그물에 잡힌 물고기를 퍼 올릴 때, 또는 배에 실린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부르는 노래이다. 이 때 이용하는 도구에는 가래, 바디, 뜰망 등이 있는데,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고기푸는소리’에는 가래소리, 도꼬이소다소리, 바디소리, 받어라소리, 사리소리,술비소리, 시메야소리, 어기여차소리, 어야디야소리, 에라소소리, 에이야소리, 하나로구나소리가 있다.
어이 다 땡게 퍼냅시다 고기로 / 메르치를 퍼내요 / 어어기 여차 내했소 / 올러온다 육지에다 풀어낸다 / 애 요 / 여내야 빨리 퍼내라 기를 꼽았다이
원도 영동지역은 동해안을 따라 멸치 떼가 많이 올라왔다. 예전에는 고성, 속초, 양양, 동해 등지에 멸치잡이 후릿배가 있었다. 멸치잡이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힘든 노동이다. 멸치잡이를 할 때 부르는 소리가 양양과 동해에 전해져 온다. 망이 촘촘한 멸치잡이 그물을 후릿그물이라고 하고, 그 그물로 멸치를 잡는 것을 ‘멸치 후리질’이라고 한다.
용왕님 전에 기원하세 어 낭 청 가 래 야 / 웃 선창에서 아래 선창으로 어 낭 청 가 래 야 / 가래질로 줄 맞추고 어 낭 청 가 래 야 / 가래질로 날을 새며 어 낭 청 가 래 야 / 용왕님 전에 기원하세 어 낭 청 가 래 야 / 밥도 많고 떡도 많고 어 낭 청 가 래 야 / 술도 많고 고기도 많데 어 낭 청 가 래 야
부안 대리마을은 바닷가 가까이에 형성되어 있는 어촌마을이다. 부안 대리마을의 「가래질소리」는 고기를 푸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정월 초사흗날 개최하는 띠배굿에서 무녀가 「가래소리」를 부르며 굿을 진행하기도 한다. 용왕님께 기원하고, 전국의 많은 배들이 몰려오고, 여러 종류의 고기떼가 마을 앞바다에 왔음을 알리는 내용 등으로 노랫말이 구성되어 있다.
제주 지역은 민요의 여러 갈래 중 유희를 위한 노래보다, 노동요가 많고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부르던 노래가 많다. 이 중에서 ‘해녀노래’는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러 가거나 노를 저으면서 부르던 노래를 말한다. 해녀들은 일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치면서 장단을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대표적인 노래로는 「이어도사나」가 있다.
이어사나 어어~ 이어도 사나 허어~ 이어사 어어~ 이어사나 어어~ 우리 배랑 가는 길로 메역 좋은 여곳딜로 어어 이어도사나 어어 이어사 어어 놈이 배랑 가는 길랑 감태 좋은 여곳딜로 이어도사나 지라 져라 어어 이어도사 이어사나 이어도사 이어사나 이어싸 어어~이어도사 이어사 어어~
테왁은 물에서 이동하며 몸을 의지하기 위한 도구이며,망사리는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이다.
길이 30㎝ 내외의 길쭉한 쇠붙이로 만들어진 빗창은바위에 붙어 있는 전복을 떼어내는 데 쓰인다.
목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이 발을 맞추는 일이다. 무거운 나무를 여럿이 옮기는데 자칫하면 다치기 때문이다. 발도 맞추고 힘든 작업의 고단함을 덜기 위하여 목도꾼들은 "어이야, 허여차,어이야, 허여차"와 같이 구령 소리를 부르며 나무를 옮기는데 이것을 「목도소리」라고 한다.
(영상출처 : 봉화 문화 이야기 ‘봉화목도소리’, 봉화문화원)
(영상출처 : 모전들소리 보존 사업 ‘목도소리’, 문경문화원)
봄이 되면 여성들이 여럿이 어울려 산으로 가서 나물을 캔다. 여성들이 어울려 나물을 캐러 가지만 실제로 나물을 캐는 작업은 개별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혼자 부르는 노래가 많다. 나물 뜯는 노래는 나물 채취를 화제로 삼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곡조에 신세를 한탄하거나 연모의 감정을 노래하거나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자신의 삶을 반영한 사설이 주를 이룬다.
강원 화천의 「덤불놀이소리」는 ‘더덕 을 캘까, 도라지를 캘까하며’ 나물을 뜯 으러 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덤불놀이를 갈까 개구장 나물을 갈까 / 총각낭 군을 데리고 덤불놀이를 갈까 / 덤불놀이를 갈 까 물놀이를 갈까 / 총각낭군을 데리고 덤불놀 이를 갈까 / 더덕을 캘까 도라지를 캘까 덤불 놀이를 갈까 / 총각낭군을 데리고 덤불놀이를 갈까
대구의 「사슴타령」은 사슴이 포수에게 묻고 답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곡산 태사심이 경포동 넘어설 때 / 앞에 오는 저포수야 뒤에 오는 경포수야 / 사람에게도 안 해치고 곡석게도 안 해친데 / 모닥모닥 싸리모닥 덤불덤불 칡덤불을 / 그거 묵고 사는 짐승 내 피 빼서 뭣 할라노 / 요내 고기 잡아가주 사또님에 올릴랑강 / 요내 껍질 비끼가주 선배님에 갓끈 짓고 / 각시님에 골미 짓고 선배님에 창칼 여코
‘경남 밀양의 「작두야소리」은 작두가 보배로운 이유를 나열하고, 그 작두가 날이 빠져 빌리러 갔다가 당한 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에헤 작두야 어허 작두야 / 이 작두가 보배로 구나 어허허어 작두야 / 짚 쌍걸며 여물 되고 어허허어 작두야 / 풀 쌍걸머 모풀되고 어허허 어 작두야 / 꼴 쌍걸며 거름 되고 어허허어 작 두야 / 거름짐은 돈이 되고 어허허어 작두야 / 비는 오며 밥이 된다 어허허어 작두야
음원출처: 『단양의 민요』, 단양문화원
음원출처: 『영동의 민요』, 영동문화원
풀풀 불어라/ 이리도 딛고/ 저리도 딛고/ 대풍구를 놓을까/ 소풍구를 놓을까/ 풀풀 풀미야
‘풀무소리’는 원래 대장간에서 남자들이 풀무질할 때 부르던 소리로 불에 바람을 불어넣어 쇠를 달굴 때 풀무를 딛으며 하던 ‘풀무질소리’에서 왔다. 양육자가 앉아서 아기를 앞에 세우고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아기가 왼쪽 발과 오른쪽 발을 번갈아 디디도록 좌우로 흔들흔들 왔다 갔다 하며 부르는 소리로 아기가 혼자 걸음마를 하기 전에 아기 다리의 근육을 키우는 데 좋은 동작을 함께하는 양육요이다.
딸아 딸아 막내딸아/ 곱게 먹고 곱게 커라/ 오동나무 장농에다/ 구와장석 걸머주마/ 삼사월에는 너물딸/ 오뉴월에는 냉수딸/ 동지섣달에는 숭늉딸/도굿대 깡깡 내 딸이냐/ 조래잔반 내 딸이냐/ 보디비찰칵 내 딸이냐/ 어서 먹고 어서 커라
엄마는 아이가 자라기도 전에 시집갈 때 오동나무 장롱에 국화모양의 금속 장식을 해줄 테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고 노래한다. 봄에는 나물 같은 딸, 여름에는 시원한 냉수 같은 딸, 겨울에는 따뜻한 숭늉 같은 딸, 절굿공이 같은 딸, 조리의 잔반 같은 딸, 바디집을 내리며 날실에 씨실 한 올을 엮는 것과 같은 딸이니까 많이 먹고 어서 자라라고 한다. 딸을 소재로 노랫말을 구성하는 아기 어르는 노래는 드문데 노랫말이 유난히 다정하고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