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칸트, 정약용, 산책을 즐겼던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있다. 길에서 호흡을 고르며 산책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명사 뿐 아니라 우리들도 주말이나 여가시간이 생겼을 때, 생각할 것이 많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호젓하게 걷고 싶지 않은가? 도심의 길도 재밌지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숲길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사가 없는 산책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고덕산 자락길이다. 고덕산을 검색하면 전라북도와 평안도에도 있지만, 서울에 또 하나가 있다.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이 ‘고덕산’이다. 완만한 구릉의 형태라 해발 50m밖에 되지 않는다. 산책하기 적당하고, 북쪽으로는 한강이 있고, 동서로는 숲이 펼쳐져 있다. 인근에는 아파트가 있지만, 길 위에 있으면 산 속에 있는 것처럼 도시가 아닌 자연과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2013년 11월에 조성된 ‘고덕산 자락길’은 고덕평생학습관과 우성원 사이로 들어갈 수 있고 방죽공원에서 샘터공원 자락까지 약 700m 길이의 순환형 숲길이다. 이동에 취약한 나이 드신 분,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 어린 자녀 때문에 유모차를 밀어야 하는 사람, 임산부 등 산을 오르기가 힘든 사람들도 큰 불편함 없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길이 잘 마련되어 있다. 바로 무장애자락길이기 때문이다.
무장애자락길이란 폭은 2m, 경사도 8% 미만으로 유모차, 휠체어 등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닥을 평평한 목재데크, 친환경 마사토를 이용해 다져 놓은 길을 말한다. 성북구의 북한산, 양천구의 신정산, 서대문의 안산, 마포의 매봉산과 용마산 등이 평소에 산을 오를 수 없었던 장애인, 노약자들을 위해 무장애자락길을 꾸며놓았다. 서울 곳곳 자락길 중에 무장애 구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기다.
고덕산 자락길 근처에는 사회복지법인 우성재단의 ‘우성원’과 ‘한국구화학교’가 있다. ‘한국구화학교’는 청각장애인과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인의 교육시설이고, ‘우성원’은 장애인의 자립시설이다. 우성원과 한국구화학교의 사람들도 이 자락길에서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주민 ‘김민자’님은 운동하고 싶은데도 경사가 있는 산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자락길은 평평하고 경사가 없어 산책하기 편하고 숨도 차지 않으며 걸으면서 소나무 숲의 삼림욕도 가능해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남녀노소는 물론 걷기가 어려운 장애인들과 휠체어, 유모차 이용을 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 걷기가 좋다. 700m가 조금 짧게 느껴진다면 강동그린웨이 구간과도 이어져 있으므로 한강까지 쭉 연결해서 걸어가 보자.
숲 사이로 길 중간마다 쉼터가 있고, 의자가 놓여 있어 쉬었다 가기 좋게 되어 있다. 산책을 하다 보니 걷기 불편한 분들도 천천히 걷고 계셨다. 난간도 잘 조성되어 있어 붙잡고 걸음을 떼기도 수월해보였다.
병꽃나무, 조팝나무 등 8700 여 주의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있어 봄이면 나무마다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다시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도심 속에서 자연의 사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족과 친구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가볍게 갈 수 있는 숲길. 무장애자락길 위에서는 누구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걸음을 맞추며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도 나이 어린 아이들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과도 모두가 이 길 위에서는 공평하게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고민이 많을 때 나가서 걷곤 한다. 한창 걷다 보면 고민은 사라지고 오로지 내 눈 앞에 펼쳐진 길과 지면을 딛고 있는 발에만 집중하게 된다.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되기도 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 강동구 주민으로서 근심과 걱정을 잠깐이나마 날려버릴 수 있는 곳 한 곳을 추천해주려고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산 94번지 일대에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큰 우주를 그린 공간, 허브천문공원이 있다. 길동 생태공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일자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 허브천문공원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는데 화살표를 따라 올라가면 오르막길 위에 허브천문공원 입구가 있다. ‘아니스 히솝’이라는 보라색 허브가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 방향으로 차례대로 둥글게 가, 나, 다, 라, 마, 바 6개 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120여 종의 허브가 심어져 있다.
가 구역은 색의 정원이다. 색의 정원에는 이름처럼 색이 예뻐 눈을 즐겁게 해주는 라벤더, 멕시칸세이지, 파인애플세이지, 체리세이지 등이 심어져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보라색, 빨간색, 연보라색 등 다양한 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 또한 매우 좋다고 하니 계절마다 와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나 구역은 감촉정원이다.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페퍼민트처럼 우리에게 친근한 허브들도 있고, 직접 손으로 만져서 향기와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로즈제라늄과 페퍼민트 제라늄도 있다. 특히 로즈제라늄은 모기를 퇴치해주는 향으로 유명하니 여름철에 가서 즐기면 좋을 것 같다.
다 구역은 향기정원인데 로즈마리와 레몬버베나를 비롯한 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허브들이 모여있다. 로즈마리 특유의 상쾌한 향과 레몬버베나의 상큼한 레몬 향을 맡으면 피곤이 상쾌하게 씻겨 내려갈 것이다.
라 구역은 차의 정원이다. 차의 정원답게 차로 유명한 캐모마일, 레몬밤, 와일드 스트로베리 등이 있다. 마 구역은 맛의 정원이다. 향신료 등 식용으로 쓰이는 오레가노, 스테비아 등의 허브들이 있다.
바 구역은 다양한 허브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에키네시아, 벨가못, 자스민 등 허브 113종이 식재되어 있는 견본원이다. 겨울에도 즐길 수 있도록 온실도 있다. 온실 가운데에 향을 즐기며 쉴 수 있도록 테이블도 있으니 기분전환 겸 앉아있다 오는 것도 좋다.
이쯤되면 ‘허브천문공원’이라는 이름에 의문이 생길 것이다. ‘천문’이란 두 글자는 왜 붙은 것일까? 별이 잘 보이는 곳이라 중간중간에 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관천대가 있다. 올라가서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릴 것이다. 전망대가 있어 잠시 앉아 노을 지는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도 좋다. 밤에는 공원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282개의 조명이 별자리를 이룬다.
봄에서 가을 사이에 가면 바깥에도 허브가 피어 있어 허브의 색과 향을 더욱 풍요롭게 느낄 수 있다. 겨울에는 평소보단 삭막하지만 겨울산만의 감성과 풍경이 있고 온실이 있으니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세상이 당신을 힘들게 할 때 허브천문공원에 가보자. 허브의 향기가 당신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당신에게 자유의 느낌을 줄 것이고, 해질녘 노을이 당신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며 땅에서 반짝이는 별자리가 당신의 앞길을 밝혀줄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오창호수공원은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내가 태어나 스무 살까지 자란 곳이고 외할머니 댁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버스를 타고 가던 곳인데 이제는 예전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외할머니댁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없는 산골이었다. 버스에 내려서도 10분은 걸어야 갈 수 있었다. 그 산골이 지금은 온데간데없고 수많은 아파트와 상가들만이 있다.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들은 ‘오창, 양청, 호암’같은 명칭들뿐이다. 오창을 떠나 20여 년을 살다가 친정 가는 길에 가본 오창 호수 공원과 호암저수지. 내가 기억하는 호암 저수지는 주변이 모두 논밭이었는데 이제는 도심 속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창 호수공원을 처음 가본 느낌은 ‘깔끔’이었다. 요즘 많은 공원들이 그렇듯이 깔끔하게 지어졌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관리가 잘 된다는 것은 화장실을 보면 알 수 있는 법! 호수를 두고 산책로가 있는데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면 약 1Km 정도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힐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데크로 연결된 길이 있고 그 길의 끝에 가면 호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에게 물고기밥을 준다. 하나 주의할 점은 물고기 전용 밥을 줘야지 뻥튀기나 일반 과자를 주변 수질이 오염돼 관리가 힘들다고 한다. 과거에 수질 오염 때문에 물을 모두 빼고 갈았던 일이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겠다. 공원 안에 있는 광장에는 추억을 남길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도 마련이 돼 있다. 하트 모양의 포토존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분수를 배경으로, 산책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좋은 추억이 하나하나 쌓인다.
공원을 둘러보다 오창호수공원의 유래가 적혀 있는 큰 바위를 보았다. 처음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든 방죽이었다가 확장공사를 통해 저수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90년대 후반에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도심의 호수공원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싶다. 옛것을 잃는다는 건 추억할 일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호수공원의 유래를 열심히 읽고 있는 나의 손을 끌고 아이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생태놀이터. 공원의 한쪽에는 생태놀이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하여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검사를 완료하였다고 하니 안심하고 이용해도 되겠다.
왜 생태놀이터인가 했더니 산수국, 조팝나무, 맥문동, 사철나무, 개쉬땅나무, 옥잠화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놀이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나무 움막, 숲 아지트, 나무 건너기, 하늘다리, 미끄럼틀, 둥지 올지, 경사지 오르기, 맨발 체험장 등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반나절 정도 놀기에 알맞은 곳이다. 생태놀이터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근처 주민들을 위한 운동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낮 시간이었는데 할머니, 할어버지들께서 많이 이용하고 계셨다. 일부러 헬스장에 갈 필요 없이 산책도 하고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주민들의 삶의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저녁이 되면 호수공원은 낮 시간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없어지고 주변 건물들과 공원 안의 불빛 덕분에 화려해진다. 낮에는 온통 하양, 투명으로만 보이던 분수도 밤이면 형형색색의 예쁜 옷을 입는다. 보는 즐거움이 더해져서인지 여름이면 근처 주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찾는 장소라고 한다. 호수공원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많기 때문에 근처에 맛집도 여러 곳이 있다. 보는 것만큼이나 먹는 즐거움도 크니 근처 맛집을 미리 검색하고 가면 즐거움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공원은 24시간 개방이고 주차장도 잘 마련되어 있으나 주차 요금은 따로 낼 필요가 없다. 옛 추억이 사라진 아쉬움도 있지만 잘 조성된 오창호수공원을 보니 그 아쉬움이 조금 사라지기는 한다. 과거의 내가 지내던 곳에서 지금은 나의 아이들이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다.
마상근린공원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근린공원이다.
101,180㎡의 넓은 면적에 야외무대와 풋살구장, 농구장, 실내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등 각종 체육시설과 휴게시설, 600m의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산책로의 초입에는 재치 넘치는 속담이나 시를 적은 돌들이 놓여 있어서, 그걸 읽으며 걷다 보면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된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에 마련된 원두막들은 인기가 좋아서 여름엔 언제나 만원이다.
마상근린공원은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피신해 있을 때 물을 마셨다는 대궐고개 약수터와 노비가 풍수지리를 배워 복수했다는 병풍바위의 전설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배다리 누리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된 배다리 누리길은 숲길뿐만 아니라 황토길, 군사도로와 철책길, 공원길, 논밭길로 이어지며 지루하지 않게 2시간 정도 걸을 수 있다.
특히 마상근린공원에서 원당중학교까지 1km 정도 길게 이어진 벚나무 길은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로, 봄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곱게 든다. 번잡하지 않고 고즈넉한 마을길이기 때문에 혼자 조용하게 사색하며 걷거나 데이트하기에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도 좋다.
이 아름다운 벚꽃 길이 있는 마을이 바로 마상근린공원 이름의 연원이 된 마상골이다.
마상골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로부터 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마을의 생김새가 말을 탄 사람의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마을의 산세가 말과 코끼리 모양이라 마상(馬象)골이라는 설도 있지만, 1911년 발간된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원당면 주교리 마상곡(馬上谷)’이라는 골짜기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마상근린공원이 다른 근린공원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2016년에 개관한 ‘마상공원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다.
마상공원 작은 도서관은 주민참여예산으로 건립된 최초의 공립 작은 도서관이다.
주교동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 뭔지 고민한 끝에 작은 도서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고, 시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되어 지을 수 있었다. 주민들의 능동적인 행정참여의 결과물이라 더욱 의미가 깊은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이긴 하지만 규모만 작을 뿐 3,5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고 신착도서 코너와 유아열람실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알찬 도서관이다. 2017년 증축공사 때 한쪽 공간을 전면 폴딩도어로 만들었는데, 날씨가 좋을 땐 완전히 개방할 수도 있고, 문을 닫아도 유리창을 통해 공원의 자연풍경을 도서관 안에서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친환경 공간이 되었다.
종종 야외무대와 작은 도서관에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마상근린공원. 주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 운동을 위해, 산책을 위해, 책을 보기 위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어 우리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은, 1970년대 초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한강 하류의 군 철책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조성한 공원이다. 고양지역 한강변 철책선 12.9km 중 가장 먼저 철거된 곳으로, 처음 철책이 설치된 지 46년만인 2016년에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고양시정연수원 앞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33,000㎡이다. 3.73km에 달하는 행주산성 누리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행주산성 앞의 한강을 조선시대에는 행호(杏湖. 살구나무 호수)라 불렀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 살구나무가 많았고, 행주산성 인근으로 창릉천이 흘러들어오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물살이 약해져서 마치 호수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길게 늘어선 입구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가면, 넓은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행주산성 역사공원이 나온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에는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도’를 토대로 행주마을의 옛 모습을 재현한 것들이 곳곳에 있다. ‘행호관어도’는 겸재 정선이 강 건너 양천현감으로 있을 때, 어부들이 강에서 작은 배를 타고 웅어잡이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그림 속에 보이는 빨랫돌 머리, 버드나무류, 고기잡이배가 공원에 사실적으로 복원되어 있다.
또한 ‘생태공원’과 ‘평화공원’을 지향하고 있는 공원인 만큼 생태광장에서는 살구나무와 갈대, 수크령, 털부처꽃 등 자생식물을 볼 수 있고, 과거 군 초소 건물을 보수하여 만든 초소전망대에서는 적군의 침투를 감시하는 대신 한강과 철새를 평화롭게 조망할 수 있다. 그중 팔각정 초소전망대는 한강으로 들어오는 무장공비를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인근 초소건물 중 가장 높이 설치돼 있었던 덕분에, 지금은 한강을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이 되었다. 왼쪽으로는 방화대교, 오른쪽으로는 행주대교가 막힘없이 보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일몰은 인근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밤이 되어 두 대교에 조명이 켜지며 펼쳐지는 야경도 상당히 멋지다. 공원 안에는 군 철책선의 일부를 남겨놓았는데, 이곳이 과거 남북분단의 상징이었음을 알리는 동시에 평화 시대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팔각정 초소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이가순 관개 송덕비(고양시 향토문화재 제64호)가 있다. 1930년대 고양지역에 양수장을 건설하고 수로 연결사업을 통해 해마다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던 가뭄과 물난리를 해결한 양곡(陽谷) 이가순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50년에 세운 것이다. 이가순 선생은 3.1 운동과 신간회 활동 등으로 대통령 표창과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의 인근에는 권율 장군을 기리기 위한 행주서원, 현존 사례가 많지 않은 한옥성당인 행주성당, 임진왜란 당시 민관군이 힘을 합쳐 왜군을 물리친 유적지 행주산성 등이 있어서, 함께 연계해 교육공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왕 공원에 왔다면 공원뿐만 아니라 행주산성 누리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공원 주차장은 항상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경춘선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던 철길이다. 당시 경인선 등 철도가 일제 침탈용으로 연결된 반면 경춘선은 민족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리 상인들이 ‘경춘철도 기성회’를 조직해 1939년 완공했다. 그 후 경춘철도주식회사에서 운영하다 국철로 편입했고,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쓰임이 다한 경춘철교~담터마을 구간 6km는 경춘선 숲길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해 2018년에 개방, 지금은 인근 주민들의 숲길 공원 겸 문화 공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경춘선이 시작되는 경춘 철교부터 담터마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경춘 철교를 건너니 과거 고3시절 들었던 기차 소음이 다시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환한 표정에 어울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경춘철교를 건너면 주민들의 텃밭이 보인다. 텃밭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도시 농부의 삶을 제공하는 곳으로, 정식 명칭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가꾸는 참여(생산) 정원’이다. 텃밭 위에 허수아비를 대신하여 지키는 새로운 조형물이 재미있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는 귀여운 토끼모형이 보이고, 레일바이크가 있어 아이들이 즐겁게 뛰논다.
경춘선 숲길은 걷고 운동하는 숲길에 문화 공원의 역할까지 더해지고 있다. 「기찻길 옆 빗물 정원」, 「70년의 기억」 등 작가들의 경춘선 숲길 정원이 한창 제작 중이라 미술관에 온 기분마저 들게 한다.
경춘선 숲길은 도심 속 공원으로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선멈춤이라 표시된 건널목도 있고, 벽화들과 「함께 가꾸고 나누는 마을의 뜰」이 있어 도심 속에서도 숲길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숲길을 걸으면 어릴 적 할머니께 들었던 정겨운 도깨비가 그려진 벽화가 반기고, 그 벽화에 어울리는 도깨비 시장의 입구가 바로 보인다.
이곳을 벗어나 화랑대역 구간으로 향하면 「우리 꽃들이 반기는 철길 들꽃길」도 있다. 철길은 다소 척박한 땅이지만 그곳에서 강한 생명력을 가진 들꽃들이 자라고 있다.
한 시간쯤 걷다보니 어느덧 화랑대역에 도착했다. 등록문화재 제300호인 화랑대역은 1939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되어 서울에 지금도 남아있는 보기 드문 간이역이다. 건립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어릴 적 기차를 타고 여행하던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또한 과거의 열차들도 볼 수 있다. 미카 5-56호는 1952년 도입하여 경부선 구간에서 운행하다, 1967년 디젤 기관차가 나오며 운행이 중단된 화물용 증기기관차이다. 1975년부터 어린이대공원에서 전시하다, 2017년 5월 이곳 화랑대역 경춘선 숲길 공원으로 옮겨왔다. 그 외에도 1960년대까지 운행하던 일본 노면전차를 닮은 노면전차의 내부가 공개될 예정이라, 규모가 작은 기차 박물관 느낌도 난다.
폐차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기차를 보면 과거를 걸어온 느낌이지만, 어느새 기차가 달리던 철길은 사람들이 걷는 숲길이 되었고,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책을 읽는 공원이 되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가는 길 같다. 그 숲길에는 도시 농부의 꿈이 영글어가고, 아이들이 뛰놀며, 기차 박물관이 꾸며지는 등 새로운 공간으로 계속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는 하남 나무고아원이 있다. 1999년 하남에서 ‘한국국제 박람회’가 개최되었는데, 이때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각종 도로 공사나 아파트 공사로 필요 없게 된 나무들을 베어버리지 않고 옮겨 심을 수 있는 나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런 취지로 2000년에 개장한 곳이 하남 나무고아원이다.
처음 나무고아원에 오게 된 나무는 버즘나무, 외래어로는 플라타너스라고 불리는 나무다. 열매가 동그래서 방울 나무로도 불린다. 버즘나무는 도심의 매연에 강한 나무로 각광받아 가로수로 많이 심었으나, 꽃가루가 날릴 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또한 성장이 빨라 보도블록 위로 뿌리가 솟아나서 사람들이 걷기에도 불편하고, 가게 간판을 가린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폭주했다. 버즘나무 대신 이팝나무로 가로수를 교체하면서 베어지거나 뿌리째 뽑힐 운명이었던 이 나무는 나무고아원이 생기면서 안전하게 옮겨져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다. 지금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유치원에서 단체로 나들이 와 서 버즘나무 낙엽으로 가면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자연물로 미술 활동도 하는 등 어린이들의 훌륭한 놀이 친구가 되고 있다.
버즘나무 다음으로 나무고아원을 대표하는 나무는 1950년생 버드나무다. 옮겨질 당시 줄기에 상처가 많아 성장이 어려웠지만 하남시청 녹지과 담당자들과 나무외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 번의 외과 수술을 받고 지금은 나무고아원의 터주대감으로,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푸르고 튼튼한 나무로 잘 자라고 있다. 그 밖에도 하남뿐만 아니라 수원에서 옮겨진 은사시 나무, 청와대와 군대에서 옮겨진 소나무, 은행나무, 홍단풍, 감나무, 산수유 등이 하남 나무고아원에서 링거도 맞고,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
갈 곳 잃은 나무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나무고아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아이들을 보육해주는 곳으로 알고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한 때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남 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지만, 갈 곳 잃은 나무들을 보호한다는 개장 초기의 취지를 살려 지금은 하남 나무고아원으로 부르고 있다. 흙먼지만 날리던 처음 모습과는 다르게 이제는 푸른 숲이 무성하여 시민들의 산책로, 아이들의 체험교육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봄이면 봄맞이꽃, 제비꽃, 민들레, 양지꽃이 활짝 피고, 여름비가 내릴 때는 멸종위기보호종인 맹꽁이가 웅덩이에 알을 낳느라 맹~꽁 맹~꽁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가을에는 고라니, 꿩, 겨울에는 박새와 참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사람에게도 누려야할 인권이 있듯이 동물과 식물들에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식물과 동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품어 안아주는 하남 나무고아원이 있어 우리동네가 더 따뜻한 것 같다.
일산은 호수공원과 정발산 공원 등 녹지가 많으며, 녹지의 면적도 신도시 전체 면적의 22.5%로 월등하다. 이 정발산 공원과 호수공원을 연결해주는 공원이 바로 일산문화공원이다. 면적은 59,048㎡이며 야외무대와 광장 조형물을 갖추고 있다.
일산문화공원은 신도시 개발 당시 조성되어 제5호 미관광장으로 불리다 지난 2004년 시민들로부터 명칭공모를 받아 ‘일산문화광장’이 됐다. 일산문화공원은 남과 북으로 3호선 정발산역과 일산동구청, 아람미술관, 아람누리도서관 등의 공공시설과 호수공원이 마주하고 있으며, 동과 서로는 홈플러스와 롯데백화점 등의 쇼핑센터와 웨스턴돔, 라페스타 등의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장점으로 인해 일산의 수많은 공원 중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산 문화공원에서는 매년 고양시에서 추진하는 다채로운 행사와 축제가 열리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공연 역시 끊이지 않는다.
각 지방의 토속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비롯해, 막걸리 축제, 호수문화 축제 등 매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또한 지역 학교학생들과 동호회 등에서 공연을 하고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개최된다. 자유로운 버스킹과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줄넘기 등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산문화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어묵꼬치 모양의 큰 탑은 ‘일산 신도시 건설기념탑’이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된 탑은 높이 30미터로 1997년에 세웠다. 이 탑은 일산 신도시 건설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기념하고 입주민들의 애향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토지공사에서 제작, 윤동구, 이형우 작가가 설치했다.
이 작품은 전통적 풍수의 음양조화를 바탕으로, 양적 요소인 정발산과 음적 요소인 호수공원 사이에 위치하여 천지의 중간자를 상징하면서, 우주의 기가 바람을 받아 회전하는 원통형 모빌과 어우러지며, 재생의 기운이 수직으로 솟아 일산 신도시가 끊임없이 번영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건설기념탑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오면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원래는 호수공원 내 고양 600년 기념관 앞에 있었으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2016년 일산 문화공원으로 이전했다. 그 밖에도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벤치와 가로수가 있고, 중앙의 넓은 광장을 지나 북쪽 끝에는 고양독립운동기념탑이 서있다.
고양시는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애국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자 일산문화공원에 ‘고양독립운동기념탑’을 건립했다. 31m 높이의 기념탑은 3.1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2018년 8월에 세웠다. 이처럼 일산 문화공원은 언제든 찾아와 쉬고, 보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고양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위치가 좋고 유동인구가 많아 만남의 장소로도 애용된다. 호수공원이 일산의 자랑이라면, 문화공원은 사랑이다.
나는 우리 동네 토박이다. 현재 이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지금 대형 마트가 있는 곳이 예전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자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 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는 예전에 한옥 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용두역 지하철역도 그때는 없었다.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서 아쉬운 것들이 있고, 예전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어서 고마운 곳이 있다. 용두 공원이 그렇다.
용두근린공원은 용두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확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이전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이곳에 어느 날 마법처럼 아름다운 공원이 생겼다. 마을에 공원이 있는 것이 무슨 큰 자랑인가 하겠지만 마땅한 휴식 시설이 없었던 시절, 공원의 출현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나 푸른 나무와 초록 잔디들이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나를 반겼다. 부름에 응하듯 나는 당연하게 공원을 걸었고 당연하게 잔디밭에 앉아 하늘을 쳐다봤다. 우리 마을에도 드디어 공원이 생겼다.
누구와 약속하지 않아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귀갓길에는 멀더라도 괜히 공원을 돌아 집으로 왔다. 우리 마을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공원에 가는 횟수가 줄더니 난 공원을 잊어버렸다. 바쁜 생활로 인해 공원을 찾을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마트를 가더라도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 눈길조차 줄 생각을 못했다. 추석 명절에 어르신들이 화사한 옷차림으로 동네를 지나다니시면 오늘 공원에서 누가 공연을 했었나 보다 했고, 모자 쓴 직장인들이 우르르 지나가면 오늘 공원에서 행사가 있었구나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찬바람이 불자 나는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밤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어 무작정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공원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큰 기대 없이 그때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각했는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시비(詩碑)를 발견했다.
흔들리는 꽃 -도종환-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
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
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시를 잊고 살던 내게 산책길에서 만난 시 한 구절이 유행가처럼 입가에 맴돌았다. 단지 잊었던 것은 시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이 많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웃음 한 조각, 친구들과의 전화 한 통화, 가끔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 이 모든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 산책길에서 만난 시 한 점이 나의 반성을 이끌어 내던 순간 또 다른 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이렇게 또 다른 시를 웅얼거리며 몇 걸음을 걷는데 박경리 시인의 '사마천', 이상교 시인의 '빗방울의 발', 하청호 시인의 '어머니의 등' 시비(詩碑)들이 가을 달빛에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전에 다닐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최근에 생겼을 수도 있고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원은 이렇게 나를 다시 위로해주었다는 것이다. 잰 척하지 않고 묵묵히,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이 되면 일상생활에서 공원을 또 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난 또 공원을 찾을 것이고 공원은 나를 위로해 줄 것이다. 이 시들과 함께. 시비(詩碑)가 많은 우리 동네 공원이 너무나 좋다.
수도산(修道山)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산이다. ‘우뚝 선 고층 빌딩으로 즐비한 코엑스 사거리에 산이 있었나?’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왜냐면 얼핏 보면 이것은 산이라기 보다는 높이 솟은 언덕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면산에서 매봉산으로 이어진 지맥 가운데 북쪽 방향으로 작은 능선이 뻗어 역삼동 국기원 근처의 역삼 공원 구릉을 이루고 다시 동쪽으로 나아가 삼성동 뒷산인 수도산 봉우리를 형성한다. 산 높이는 75m이다.
수도산 남쪽 기슭에는 봉은사라는 천년 고찰이 있고 북쪽 기슭에서 중턱까지 이어지는 곳에 명문고로 유명한 경기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산에는 관심 없을 수밖에 없다. 봉은사는 신라시대 말기에 창건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봉은사가 수도산으로 절을 옮긴 것은 1562년(명종 17년)이다. 선릉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또한 경기고등학교도 지금의 정독도서관 자리에 있다가 1976년 지금의 수도산으로 이전했다.
강남개발의 광풍으로 많이 훼손되고 개발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기고와 봉은사 덕에 아직도 녹음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산은 삼성동에 사는 사람들의 공원이자 쉼터이자 놀이터가 되어 주는 곳이다. 수도산은 아까시나무숲이 빼곡해 여름이면 아카시아 꽃 내음으로 진동한다. 또한 수도산 기슭에 위치한 경기고등학교에는 멧비둘기,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붉은 머리 오목눈이, 쇠박새, 박새, 참새, 까치 등 야생조류가 아직도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동 주민들이 수도산을 백배 즐기는 방법이 있다. 이른 새벽에 산책하는 것이다. 하루 중 도시가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동트기 직전 새벽, 안개가 조금이라도 끼어 있으면 수지맞는 날이다. 봉은사 입구 사천왕상을 지난다. 큰길로 직진하면 대웅전 가는 길인데 여기서 샛길로 빠진다. 언덕에 이동식 찻집과 휴게실이 있다. 휴게실 왼편에 작은 언덕길이 보인다. 언덕길 입구에선 벌써 보기 드문 높이의 나무들이 즐비하다. 봉은사에는 나무스님이 계셔서 나무며 꽃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이 있는데 수도산 입구 언덕길에서 아래를 쳐다보면 천년쯤은 되어 보이는 산사나무 고목이 시선을 휘어잡고, 그 아랫길에 계절마다 바뀌는 꽃무릇, 할미꽃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입구에서 언덕으로 올라오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푹신한 흙의 감촉이 느껴진다. 여러 사람이 공원처럼 쉴 수 있도록 길다란 의자와 통나무를 가져다 놓았고 편한 신발을 신고 산책할 수 있도록 흙길이지만 단단히 다져 놓았다. 통로도 넓다. 통나무 의자에 앉으면 으레 다양한 종류의 새소리가 들려온다. 삼성동에선 어딜가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흔히 도시에서 보는 비둘기나 참새가 아니라 각양각색의 새들이 많다. 물론 한강과 가까운 이유도 있겠지만 수도산의 풍부한 먹거리와 높은 나무 덕에 새들이 편히 쉬고 가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새소리로 힐링을 하면 다시 걸어본다.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 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마치 등산로 같이 변한다. 나무는 더욱 빼곡해진다. 둘레길 중반 정도 걸어서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서 앞을 바라보면 봉은사가 한눈에 보이고 그 앞에 코엑스와 인터콘티넨탈 호텔도 보인다. 묘한 조화다.
그리고 비탈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내려오면 봉은사가 자랑하는 10층 빌딩 크기의 미륵대불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다. 몇 분 안 되는 산행이지만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미륵대불에게 인사드리고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면 그야말로 마음이 완벽하게 무장되어 하루를 맞이할 채비를 끝낸다. 물론 수도산은 새벽 뿐 아니라 아침이든 낮이든 언제가도 좋다. 다만 밤에는 봉은사가 10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갈 수 없다. 밤 시간만 피해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면 언제든 가면 된다. 수도산은 삼성동의 힐링 캠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성남에 1년 이상 살아온 사람,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거의 다 알만한 희망대공원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에 있다. 성남이 시로 승격한 직후 시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생활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놀이시설을 갖춘 공원으로 1970년대에 조성되었다. 한때 인근 초등학교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도서관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성남시민들의 숨겨진 우리동네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1983년 공원 내에 경기도립성남도서관이 설립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 지역 주민들의 공원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공연장, 분수대, 놀이터 등을 새롭게 설치했다. 책을 읽기 좋은 도서관과 아이들과 함께, 혹은 홀로 걷기 좋은 산책로는 신흥동 시민들이 수십년 간 사랑해온 장소이다.
희망대공원은 성남시의 도심 중앙 해발고도 133m의 독립 구릉 산지에 자리잡고 있어 활기차고 의욕 넘치는 성남시의 발전상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시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 공원의 모습은 시민헌장비와 더불어 겸허한 시민상을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향토문화전자대전)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산책로는 걷기에 그만이고 산지 안에 자리잡고 있어 안락한 느낌마저 든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성남시민들은 희망대공원으로 봄나들이 오며 “군항제, 여의도 갈 필요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여름엔 초록이 무성하고 가을엔 단풍과 낙엽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
또 군데군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편안하고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는 평지길, 쉴 수 있는 벤치와 화장실, 용수대, 체육시설 등으로 인해 동네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기 쉽다. 어르신들이 중간중간 바둑, 장기를 두고, 중앙 광장에서 아이들이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며 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름엔 분수쇼가 펼쳐져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즐기고 애정하는 곳이다.
계단이나 비탈길을 통해 희망대공원 정상에 오르면 성남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정상 중앙에는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옆으로는 건강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있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기에도 좋다. 또 농구 코트와 축구장, 배드민턴장, 어린이 놀이터, 야외공연장도 있어서 아이들, 젊은친구들이 즐기기에도 좋고 조경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신흥동 주민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으레 “희망대공원이나 올라가 볼까?” 한다.
여름이 되면 최고로 시끌벅적한 곳은 뭐니뭐니해도 희망대공원 물놀이장이다. 희망대공원 물놀이장은 여러 지역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원정 올 정도로 인기가 좋고 입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잘 갖춰진 시설과 깨끗한 물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여름 내내 오전을 지나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이는 곳이다.
청명한 날씨의 낮에 보는 전경도 좋지만 희망대공원은 야경을 즐기기에도 흘륭한 장소이다. 그래서 여름엔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밤을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고성방가나 위험한 행동은 금물이다. 이곳은 성남시민들이 바쁜 일상 가운데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희망대공원은 도시 중심에 위치하여 활기 넘치는 시가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서관과 청소년 수련관 또 각종 시설이 연접하여 문화와 학습, 휴식까지 연계해 나가며 성남시민들에게 쾌적한 정서를 제공하고 있는 장소이다. 또 2007년에는 희망대공원 남쪽에 있던 성남산업단지 제1공단이 철거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희망대공원과 연계한 도심공원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더욱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남선공원은 대전의 둔산지구 번화가 지역에 위치한 도심 생태공원으로 대전광역시 서구 남선로 66에 위치하고 있다. 그야말로 복잡한 도심 속에 오아시스처럼 떡 하니 자연을 선물해 준다.
남선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여러 곳이다. 그 중 집에서 가까운 대전 서구 노인복지과 쪽으로 올라가본다. 꽤 높은 계단을 올라가니 명학소 기념탑이 나온다. 탑이 제법 높아 고개를 한참 들고 봐야 한다.
탑에는 명학소(망이.망소이) 민중봉기 기념탑이라고 쓰여 있다. 학교 다닐 때 역사책에서 망이. 망소이의 난을 배운 적이 있는데, 망이.망소이의 난은 고려 명종 때 무신들의 집권 하에 수탈과 횡포가 심해지자 항거하여 일어났던 민중봉기다. 농민운동, 또는 천민 해방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전근대 사회 민중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높은 탑 밑에는 커다란 칼을 든 민중들의 동상도 있다.
아이들과 같이 가서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역사의 한 장면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탑 밑에 명학소민의 봉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으니 같이 읽어보면 역사 공부도 될 것 같다.
명학소 기념탑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운동기구, 어린이 놀이기구도 보인다. 약간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늦가을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어디 태권도 학원에서 나왔는지 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줄지어 달리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다지 높지 않은 능선이지만 충분히 숲이 주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밑으로 보이는 도심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숲의 향기가 짙다. 이렇게 도심과 가까운 곳에 이런 생태 공원이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공원에는 공연장도 마련되어 있어 봄, 가을에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가 열린다. 주민들이 제각각 특기를 선보이고, 문학 작가들을 초대해 이야기도 듣는다고 한다.
남선공원 안에는 도산서원이 있다. 명학소 민중봉기가 고려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도산서원은 조선의 역사를 보여준다. 도산서원은 유생들의 강당과 숙소로 쓰이며 지역과 국가의 인재를 배출해냈다.
자, 이제 공원에서 나와 남선공원 종합체육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남선공원 안에 있는 체육관은 옥상에 인조 잔디 축구장, 실내에 사계절 빙상장, 파도풀장 및 헬스장, 스쿼시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이 있어 많은 시민들의 체력 증진 및 여가선용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빙상계의 월드스타 배기태 선수를 영입하여 우리 빙상 꿈나무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계절 빙상장은 여름에 꼭 한번 이용해 보시라 추천드리고 싶다.
만약 대전에 온다면 자연 속에서 마음의 힐링과 함께 몸의 건강도 챙기고, 문화생활과 역사체험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남선공원에 들러 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 캠핑이 유행하는 것은 삭막한 도심에서만 생활하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데 일부러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 우리 동네에 있어서 다행이다.
갈마공원은 대전광역시 갈마동 820번지에 위치한 근린공원으로, 지하철 갈마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공원 안에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이라는 체육시설을 비롯해 광장, 운동시설,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다.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은 스포츠센터로, 88올림픽 대회의 성공을 후대에 전승기념하기 위하여 1991년에 건립되었다. 체육, 문화, 예술 등 다목적 복합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수영, 헬스, 어린이 태권도 교실, 회화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의 나이가 얼추 30년 가까이 되니 갈마공원의 나이도 꽤 되었다. 그래서인지 공원 숲 속의 나무들이 울창하다.
번화한 도심에서 걸어서 5분. 공원입구에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건물이 보인다. 건물을 지나 공원으로 진입하니 향긋하고 상쾌한 숲 냄새가 머리를 맑게 깨워준다. 지금은 늦가을이라 단풍이 반 정도 남아있는데,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 소리도 귀를 즐겁게 한다. 공원은 사계절 내내 계절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봄이면 이팝꽃, 튤립을 비롯한 갖가지 야생화. 초여름의 아카시아 냄새, 여름날의 짙푸른 녹음,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눈꽃 등 자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산책로를 따라 계단을 타고 숲 위에까지 한바퀴 돌면 가볍게 운동 했구나 느낄 정도의 적당한 규모이다. 산책로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도 설치되어 있다. 꼭 산책로 끝까지 걷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벗삼아 차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다.
공휴일에는 강습을 끊지 않아도 1일권으로 국민생활관의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수영을 끝내고 공원에 들러 자연과 함께 휴식하다 돌아가면 완벽한 휴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공원에서 가끔 문화 축제나 벼룩시장도 열린다. 우연히 공원에 들렀다가 그런 행사를 만나게 된다면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원의 월평동쪽 끝자락에는 월평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9년 12월 개관이라는데, 아름다운 외형만큼 내부도 기대된다. 도서관이 개관하면 갈마공원의 매력이 또 하나 추가될 듯하다.
산책을 마치고 숲에서 나오면 넓은 광장에서 남학생 몇몇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으로 게이트볼장도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햇살이 따뜻했던 늦가을날의 산책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잠깐의 휴식이 일상에 에너지를 준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의 쉼표 같은 우리 동네 갈마공원이 있어 좋다.
2007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자리를 잡은 곳이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 어느 고시원이었다. 답답한 고시원을 벗어나 넓고 조용하고 탁 트인 공간이 찾기 위해 인터넷 지도를 뒤지다 ‘보라매 공원’을 알게 되었다. 보라매라니! 설마 공군의 상징 보라매?
공군 출신이던 내가 호기심을 가지고 달려간 보라매 공원을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보라매공원보다 큰 공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 지방에서 처음 올라온 나에게 보라매 공원의 크기는 “역시 서울은 공원도 달라”하고 느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였다. 게다가 예상대로 보라매라는 명칭이 공군의 그 보라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후 고시원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림역 주변에서 살면서 일주일에 최소 1번은 보라매공원을 찾고 있다.
보라매 공원이 있는 동작구 신대방동은 원래 공군사관학교가 있었던 자리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군사관학교는 1949년 6월 김포공군기지에서 1기 사관생도를 받으면서 출범하였고 6.25가 발발하자 경남 진해로 이전했다가 1958년 12월 이곳 동작구 신대방동(당시 대방동)으로 이전했다. 이후 27년간 이곳에서 전문 공군 장교를 배출하다가 1986년 전두환 정부가 부지를 매입하면서 공군사관학교는 청주로 이전하게 되고 당해 5월 5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 공원’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공군사관학교가 청주로 내려간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 곳 보라매 공원에는 아직 옛 공군사관학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보라매공원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조깅트랙과 그 사이 잔디밭은 공군사관학교 연병장과 단상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보라매 청소년 수련관은 본부중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고, 보라매 독서실 건물 역시 군 성당 건물이며 야외 휴식터에 성당 모자이크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보라매 공원은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총면적이 424,106㎡에 달한다. 공식적인 행정구역은 동작구지만 관악구와 걸쳐있고 영등포구, 동작구와도 가깝다. 게다가 2호선 신림역, 신대방역, 7호선 신대방 삼거리역, 보라매역과 가깝고 시내버스, 마을버스도 많아서 교통이 무척 편리하다.
운동시설은 조깅트랙, 인조잔디축구장, 일반 운동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인공암벽 등반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X-GAME장, 지압보도, 헬스시설 등이 공원 곳곳에 포진되어 있고 일부 시설은 미리 예약을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조경시설로는 조깅트랙 안쪽으로 잔디마당이 있고 연못, 절쭉동산, 무궁화동산 등이 있는데 가장 있기 있는 곳은 동문 입구 쪽의 농촌체험장이다. 작은 과수원은 물론 논밭이 조성되어 있어 가을에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벼가 무르익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로는 놀이터를 비롯해 하계 때만 운영되는 바닥분수, 물놀이형 수경시설이 있으며, 에어파크에는 실제 퇴역한 대한민국 공군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교양시설로는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 독서실, 보라매 안전체험관, 구민회관이 들어서 있으며 특히 청소년센터 건물 안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당구대, 탁구대가 있어 경쟁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청소년이 직접 음료를 만들고 운영하고 카페 ‘달다’에서는 수익금 전체를 청소년 문화사업에 재투자한다.
참고로 2020년 현재 보라매공원 곳곳에 신림선 경전철 공사로 농구장, X-game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농촌체험장 등 일부가 폐쇄된 상태라 공사완료 예정인 2022년 이후에야 본래의 완전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보라매공원의 장점은 최적의 벚꽃놀이, 단풍놀이 장소라는 점이다. 더울 때는 (지정된 장소에서)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멋진 음악분수도 가동된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 있기에 지정된 테이블과 벤치에 지인들과 모여 맥주 마시기도 좋다. 자정이 지나면 노래와 연주를 연습하는 젊은이들의 버스킹 공연이 벌어져 뜻하지 않은 귀호강도 누릴 수 있다. 새벽에는 아침운동댄스를 하러 나온 아줌마들 백여 명이 레크레이션 강사의 지시에 맞춰 특유의 흥으로 칼군무를 하는 진귀한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공원 구석구석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한 추모비, 기림비, 동상들이 세워져 있어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는 것도 보라매 공원을 즐기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살다보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에도 센트럴파크를 만든 것이고, 날씨가 조금만 좋으면 한강에 다들 돗자리를 들고 모이는 것이다. 아산에도 지친 심신을 달래줄 장소가 역시 존재한다. 바로 신정호다. 신정호는 충청남도 아산시 신정로에 있다. 용화동에서 터널 쪽으로 가거나 신창, 초사동을 지나서 갈 수 있다. 자연호수가 아닌 인공호수이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정자 등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어, 산책하기 용이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신정호는 아산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이다. 봄이 되면 많은 가족들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잔디밭에서 뛰어 논다. 신정호에는 놀거리가 다양한데, 여름에는 야외수영장이 개장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많이 오고, 일반 시민들도 수영하러 많이 드나든다. 가을엔 신정호에서 열리는 행사들이 많고, 넓은 공터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거나 공놀이를 한다. 신정호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도 다양하지만 신정호 자체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신정호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나있어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신정호를 크게 도는 사람도 있고, 초사동이나 온양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운동 삼아 다녀오는 사람도 많다.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가볍게 뛰며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도 많다.
신정호 주변에는 카페가 많다. 2012년도 즈음에만 해도 카페가 한두개에 불과했는데 가장 최근에 갔을 때는 신정호로 향하는 도로부터 카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도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정호에는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아 근처 중고등학교에서도 졸업앨범용 졸업사진을 찍으러 한 학년이 모두 나들이를 오기도 한다. 커플, 가족들도 신정호, 주변 조형물, 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신정호에서는 공식적인 행사도 가끔 열리지만 개인적으로, 일반 시민단체에서 개최하는 행사도 많다. 일반 시민이 통기타를 들고 와서 버스킹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근처 학교나 동호회에서 장소를 빌려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비하면 아산지역이 훨씬 공기가 맑기는 하지만, 아산지역 중에서도 신정호 부근의 초사동 지역이 공기가 맑다. 호수도 있고, 산도 있어서 산책하면서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바쁜 일상, 빌딩 숲속에 갇혀 살던 아산 시민들과 아산 방문객들을 위해 조성된 휴식 공간인 신정호에서 주말 하루 정도는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이 어떨까?
보온병에 커피를 타서 담는다. 작은 배낭을 찾아 커피와 생수를 양 옆 주머니에 꽂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 넣는다. 아빠는 등산스틱을 만지고 엄마는 선글라스와 등산장갑을 챙긴다. 주말 아침, 서둘러 향한 곳은 창포산이다. 혹자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간 곳이 고작 창포산이라니?”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창포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슬리퍼부터 등산화까지 차림이 다양하다. 창포산은 큰 주택단지들 사이에 위치해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그래서 이 산을 뒷동산 오르듯 가볍게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등산스틱이 등장하기도 한다.
창포산은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와 포항시 북구 장성동, 창포동에 걸쳐 있는 묘봉산의 별칭이다. 나는 일생동안 줄곧 창포산으로 알던 곳이라 정식 명칭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묘봉산은 왜 포항시민에게 창포산이란 별명으로 불린 것일까? 추측해 보자면 첫째로, 포항시 남구에 동명의 산(묘봉산)이 있기 때문에 구별이 필요했고, 둘째로는 등산로의 위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등산로가 창포동 부근을 지나기 때문이다.
이 산은 산줄기를 따라가면 꽤나 규모가 크지만, 등산로는 창포동과 장성동 부근으로 ‘국기봉’까지 2시간 내외로 등산을 할 수 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꽤나 산이 잘 정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인 국기봉에 도착하기까지 중간중간 쉬어갈 곳을 만날 수 있으며, 헬스기구를 본 딴 공공 체육시설에서 몸의 긴장을 한 번 풀어줄 수 도 있다. 가을에 창포산에 올랐을 때, 거꾸리에 올라타 쳐다본 소나무 숲 사이의 높은 하늘은 무척 아름다웠다.
창포산 등산로 입구에는 마장지라는 커다란 못이 있다. 지금은 큰 길이 나고 커다란 교회가 생기고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그 전의 마장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어린 나에겐 조금 으슥해 무서우면서도 신비로운 공간이었던 기억이 있다. 봄에는 주변에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엔 못에 연꽃이 그득한 이곳에는 유모차를 밀고 온 가족부터, 연신 사진을 찍으시는 중년의 여성들과, 건강관리를 겸한 산책을 나오신 노부부까지 다양한 포항시민의 여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의 나와 우리 가족은 여름 저녁에 바리바리 음식과 과일을 싸와서 마장지에서 더위를 피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지금 커피를 들고 마장지를 둘러보니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이곳이 앞으로도 오랜 시간 시민들의 가까운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지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의 5할 정도는 이충분수공원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학교에서 분수공원은 10분 거리에 있었고, 친한 친구의 집이 공원 바로 앞에 있었다. 그래서 야간 자습 시간이 끝난 뒤, 심심하면 분수공원에 갔다. 불 켜진 아름다운 분수공원에서 친구와 진솔한 고민을 나눈 적도 있고, 남지친구와 손잡고 걸은 적도 있다. 지친 날에는 우리만의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노래를 틀며 치킨을 먹었다. 가만히 누워서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공원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 데이트하러 온 사람, 운동하러 온 사람,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분수공원에 얽혀있는 다채로운 추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충분수공원은 분수공원이라는 이름답게 매해 4~9월에 매일 2번 분수를 가동한다.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분수에 들어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옷이 다 젖어도, 사람들이 많아도, 시끄러워도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물을 맞으면 더운 여름이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들어가지 못 할 때에는 가만히 움직이는 분수를 봤다. 시원한 분수를 보고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모든 걱정이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분수공원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했다. 정기적인 행사만 해도 여러 개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년 8월에 개최하는 평택 전국밴드경연대회다. 이 행사는 이틀 간 열리는 아마추어 락 밴드대회로 매해 경연이 끝난 뒤 유명한 초대가수가 나와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 때는 행사 라인업이 뜨는 순간부터 두근두근했다. 페스티벌 당일 날에는 송탄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든 비집고 서서 보는 공연은 멋있었고 정말 신났다. 나는 2015년 공연이 다 끝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뼈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너무 웃기게도 그 가게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맨날 먹던 뼈해장국인데도 맛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 뼈해장국 맛을 잊지 못한다.
그 외에도 공원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알뜰나눔장터가 열린다. 만약 물건을 판다면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늦게 가면 맨 구석쪽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다. 알뜰나눔장터라는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중고물품을 판매한다. 그 속에서 가끔 보석 같은 물건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알뜰나눔장터이지만 중고 물품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평택시의 작가가 운영하는 다양한 공예 체험도 할 수 있으며, 공예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행사 날에 맞춰 오는 솜사탕, 닭꼬치, 바이킹 등의 트럭은 알뜰장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에는 산책할 만한 곳이 많다. 예쁜 분수와 나무들이 있는 대학교들도 있고 외대앞역 뒤에는 중랑천이 있고 한예종 안에는 의릉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회기에서 가장 좋은 산책코스는 배봉산이라고 생각한다.
배봉산은 동대문구 휘경2동에 있는 해발고도 106.03m의 산이다. 배봉산을 둘러싸고 삼육의료원, 휘경여자고등학교, 배봉초등학교 등이 있어 다양한 곳으로 쉽게 갈 수 있다. 배봉산 둘레길은 순환코스로 길을 잃을 걱정이 없으며, 유아숲체험장, 근린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배봉산은 서울의 복잡한 모습과 전혀 다른 평화롭고 단절된 공간이다. 4.5km 남짓한 배봉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그 넓은 산 속에 나 혼자만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아이가 있어 유모차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배려한 무장애길은 산책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시원한 숲 냄새를 맡으며 아무 걱정 없이 걷다보면 배봉산의 다양한 시설들도 만날 수 있다.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운동시설에는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이 함께 한다. 운동시설에서는 몇 개의 간단한 운동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
유아숲체험장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있다. 놀이터는 6개의 테마와 3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모래놀이터, 나무 위의 집, 전망놀이터 등은 어른인 나도 두근거리게 만들만큼 재미있어 보인다. 유아숲체험장에서는 올챙이도 볼 수 있다. 아직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니 얼마나 더 발전하고 좋아질지 기대된다.
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암벽장도 발견할 수 있다. 무료 암벽등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으나 기한을 놓쳐 신청하지 못했다. 현재도 배봉산 인공암벽장에서 암벽등반교실 초급반과 체험반을 운영하고 있으니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암벽등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배봉산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신청하면 된다.
하늘이 조금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저녁에는 배봉산 전망대에서 보는 훤하게 트인 서울의 모습은 모든 고민을 잊게 만들어준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남산타워는 너무 아름답고, 서울의 환한 불빛들은 황홀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벤치에 앉아 쌀쌀한 날씨도 잊고 오랜 시간 동안 서울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 맞춰 배봉산 둘레길에도 불이 들어왔다. 속삭이는 듯한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가는 발길은 가볍다. 어두운 길이었지만 둘레길이 워낙 잘 되어 있고 순환형 길이라 길을 잃어버릴 걱정이 없어 마음 편하게 돌아올 수 있다. 배봉산 산책은 하루 동안 근심 걱정을 잊고 성공적인 일탈을 한 기분이다. 복잡한 학교, 집, 어딘가를 벗어나 상쾌함을 느끼고 싶을 때 다시 배봉산에 가고 싶다.
대전 갑천을 따라 누리길이 조성되어 있다.
대전 갑천 누리길은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도시와의 만남이 있는 생태문화 100리길로,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를 누린다’는 뜻이다. 시민 공모로 탄생한 이름이라고 한다. 대전 갑천 누리길은 총 39.9km로 서구의 엑스포다리에서 시작한다. 가수원교, 흑석동, 노루벌, 장태산임도 및 매노천까지 3코스로 되어있다.
갑천은 도심 속 대표적 자연생태 공원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었다. 반딧불이, 맹꽁이 등 멸종위기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천누리길 1코스에는 갈대숲이 있다.
순천만 갈대숲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갈대숲이다. 대전 서구 도안동 수목토 앞 갑천변에 2km정도 갈대숲 군락이 있어 마치 동화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갈대 사이로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갈대들의 모습에 힐링할 수 있다.
갈대가 울창한 가을에는 갈대숲 너머에 울긋불긋한 단풍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가을 도솔산의 풍경이다. 이곳에 오면 갈대숲과 가을빛깔의 도솔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갈대숲 주변 갑천에는 다양한 어류와 식물들이 살고 있다. 끄리, 피라미, 납자루, 각시붕어, 쉬리, 몰개, 미호종개 등과 같은 어류, 꼬리조팝나무, 꽃마리, 뚜껑덩굴, 미나리냉이, 병꽃나무, 벌개미취, 부들, 할미꽃 등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걷다보면 도솔터널이 시야에 들어오고 갑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만날 수 있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징검다리를 건너는 동안 밝고 경쾌한 새소리와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소리가 들린다. 사운드 힐링테라피가 있다며 바로 이런 소리일 것이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어 마주한 갈림길에는 월평공원 종합 안내도가 있다. 갑천과 도솔산 월평공원이 만나는 구간이다.
갑천 누리길 2코스에는 노루벌이 있다. 노루벌은 늦반딧불이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노루벌 가는 길목에는 많은 캠핑족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캠핑장도 잘 되어 있고, 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10월에는 갑천 누리길 생태체험, 구절초 미션트레킹, 최수경해설사와 함께하는 갑천 트레킹 등이 준비되어 있다.
노루벌에는 구절초가 군락을 이뤄 산으로 오르는 곳곳마다 반겨준다. 누구든 구절초 앞에서 인생샷을 소장할 수 있다. 구절초 옆에는 메타세콰이아를 볼 수 있다. 숲의 피톤치드가 가득한 나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노루벌에서는 매년 9-10월은 늦반딧불이를 관찰 할 수 있다. 저녁 7시 경 노루벌 늦반딧불이 체험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반딧불이에게 필요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안타깝게도 반딧불이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어 더욱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게 된다.
대전은 천을 따라 걷는 길을 잘 조성해 놨다. 날이 좋은 봄이나 가을날은 대전에서 유명한 타슈를 타는 것도 추천한다. 타슈는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로, 대전 어느 곳에서도 쉽게 빌릴 수 있고, 쉽게 반납할 수 있으며, 자전거의 상태도 훌륭하다. 하루 500원이면 좋은 날씨와 풍경을 자전거를 타며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별밭어린이공원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학하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이 별밭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신라 말의 고승이자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 즉 북극성이 떨어진 곳이라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곳을 ‘추성낙지’ 즉 북극성이 떨어진 곳이라 하였다. 또한 학하동은 학이 내려 앉는 형상의 지세를 지닌 곳이라는 뜻이다. 별이 떨어지든 학이 내려앉든 굉장히 좋은 지명을 가졌다. 그래서 학하동은 임진왜란 당시에도 왜군이 침범하지 못한 곳이라고 한다.
별밭어린이공원에 가면 작은 파고라 정자가 보인다. 어린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와서 쉬기 좋은 공간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도 많은데, 평소에 보지 못하는 신기하고 독특한 놀이기구들이 많다. 그 중에는 바닥에 설치된 트램펄린도 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위에 올라가서 덤블링 할 수 있는 놀이기구이다.
공원 뒤편으로 작은 동산이 있는데 그곳이 성전성봉이다. 작은 동산이지만 이 지역의 상징이라 지역 주민들이 1년에 한번, 이곳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때로 이 곳에서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동산에는 천명각이라는 전각이 있다. 지붕의 정면 2칸과 측면의 2칸 건물이다. 주춧돌에는 신기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처음 이곳은 크고 웅장하게 지어졌고, 건물 바로 뒤에는 반야단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에는 성단이 있는데, 그 중앙에 별모양의 돌이 13개 놓여 있고, 왼쪽에는 천부경이 돌에 새겨져 있다. 천추성이 떨어진 곳이라는 안내 팻말도 있다.
별밭어린이공원의 총 면적은 4,336.2㎡이다. 그 중 녹지 면적이 3,038.9㎡이다. 군데군데 안전벨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 가도 위험하지 않다. 6차선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고 전체 놀이터 바닥이 푹신푹신한 재질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위험하지 않다.
대전광역시 동구 세천동에 있는 세천유원지는 대전의 명산 식장산 초입에 있는 공원으로 세천저수지를 따라 식장산 숲길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다.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식장산까지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세천유원지 무료 주차장 옆쪽에는 아름다운 세천생태공원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깨 둘러보기에 좋다. 습지원에는 벌개미취, 노랑꽃창포, 노루오줌, 달뿌리풀, 애기부들, 연꽃, 큰고랭이, 왕버들 등 계절마다 소담한 식물들이 자연의 흐름을 보여준다.
세천유원지 주차장 앞쪽으로 널따란 잔디밭이 있고, 저수지를 따라서는 식장산 숲길로 잘 알려져있는 ‘식장산 다함께 나눔길’이 있다. 식장산 다함께 나눔길은 산림청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만든 친환경적인 숲길이다. 아름다운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는 나눔길에는 떨어지는 낙엽들이 길을 더 운치있게 꾸며준다. 산책길 중간중간 나무에 이름표가 있어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 옆쪽으로 저수지를 바라보면 눈에도 힐링이 되고, 숨을 쉬는 동안 청량한 공기가 폐에도 힐링이 된다.
여름의 어슴푸레한 이른 아침에는 여기저기 물고기들이 먹이사냥을 하듯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저수지에 물파장을 일으키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늦가을에 젖은 낙엽은 살짝 미끄러울 수 있으니 걸을 때 조심해야겠다.
식장산 다함께 나눔길은 대전 계족산 황토길과 함께 대전의 걷고 싶은 길 12선 중에 한곳으로 지정되어있는 식장산 숲길의 일부구간이다.
단풍과 낙엽들을 구경하며 약 100M 쯤 숲길을 걷다보면 세천저수지의 물을 가두고 있는 댐이 나온다. 이 물막이 댐은 1932년 계곡을 막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폭은 100m, 길이는250m로, 1980년대에 대청호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대전 시민들의 수돗물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대전천의 발원지로 대전시내를 가로지른다.
세천유원지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어 차를 가지고 나오기 편리하며, 공중화장실은 태양광발전으로 운영된다. 벚꽃과 아카시아길도 유명해서 계절마다 다른 광경을 보여주며, 근처에 세정골 벽화마을도 있어서 연계하여 구경하기 좋다.
포항시민을 위한 환호 해맞이 공원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환호공원은 시립 미술관, 분수대, 전통놀이공원, 물의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장소가 있다.
첫번째로 ‘둘레길’이라고 하는 등산코스가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전망대쪽으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오르막길인데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맑은 공기를 맡으며 등산을 할 수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환호공원 전망대에 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환호공원부터 영일대해수욕장까지 360도로 풍경을 볼 수 있다. 산에서부터 바다까지 모든 풍경을 누릴 수 있는 이곳은 입장료가 없다. 그리 높진 않지만 맑은 날 올라가서 포항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환호공원 안에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매 시즌별로 다른 전시가 진행된다. 주제는 포항의 특징이자 문화인 ‘철’이다. 환호공원이라는 주변 환경을 잘 이용하여 환경과 생태, 예술의 창조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반세기동안 발전해온 포항의 철강 산업을 문화적, 예술적으로 해석한 곳이 바로 포항시립미술관이다. 미술관 밖의 조형물부터 내부의 전시까지 하나의 맥락이 있고 연결되는 주제를 가진 전시들의 입장료도 무려 공짜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은 미래 포항의 꿈과 비전을 미술사적으로 해석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환호공원에서 있는 환호어린이 작은 도서관은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광장과 프로그램 분수 옆에 위치한 이곳에는 7천권이 넘는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광장에서 자전거나 킥보드를 즐길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부모들은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이 보이는 물의 공원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 바다를 따라서 약 20분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물의 공원을 향해 가다보면 ‘물의 공원’을 나타내는 벽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의 공원은 작지만 공연장과 분수대까지 갖춰져 있는 알찬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공원의 위로 올라가면 영일대해수욕장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장관이다. 이곳이 숨겨진 명소인 이유는 첫 번째로 ‘벚꽃’ 덕분이다. 봄에 이곳을 방문하면 가로수길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은 벚꽃시즌에 아는 사람은 아는 숨겨진 명소가 바로 이곳이다. 바닷바람과 벚꽃의 흩날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포항 국제 불빛축제 때 멀리서 산과 바다 그리고 불꽃을 즐길 수 있는 명당이기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북적임을 벗어나 공원의 높은 곳에서 펼쳐지는 불꽃축제를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환호공원에는 벚꽃과 불꽃축제 이외에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이곳에는 계절에 따라서 라일락, 동백꽃, 철쭉 등 예쁜 꽃들이 줄지어서 핀다. 또한 환호 공원은 물의 공원처럼 여섯 가지 주제의 소공원들이 있다. 중앙공원, 해변 공원, 전통놀이공원, 체육공원, 어린이 공원 마지막으로 물의 공원이 있다. 각각의 주제별로 체험하고 구경할 수 있는 볼거리가 많다. 토끼, 공작, 원숭이, 토끼 등을 볼 수 있는 작은 공원들도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또한 전통놀이 공원에 있는 전통 그네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환호공원은 산과 바다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포항의 ‘철’을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에서는 벤치에 앉아있기만 해도 포항제철소의 경관과 영일대해수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포스코의 철강재를 이용한 조형물은 자연과 어우러져 조형미를 뽐내고 있다. 이번 주말 볼거리, 즐길 거리, 쉼거리가 모두 있는 환호공원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