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의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는 젓갈, 회, 찌개 등에 사용된다. 기장 멸치는 조선총독부 농상공부에서 발행한 『한국 수산지』(1910년)에 기록되어 있다. 개항시기 부산으로 이주해 온 일본인이 어업에 종사하면서 조기, 청어, 갈치, 복어를 언급하면서 멸치와 정어리를 언급했는데, 일본 자료는 멸치와 정어리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선어업조합중앙회에서 발간한 『조선어업요람』(1942)에서는 정어리와 멸치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기장의 멸치잡는 방법은 그물 사용방식에 따라 고정자망과 유자망(流刺網)으로 구분한다. 고정자망 방식은 그물을 뭍에 고정하여 지나가는 멸치를 잡는다. 유자망 방식은 배를 이용하여 멸치의 이동로에 그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때 배는 한 척을 사용하거나 두척을 사용한다. 대변항에서는 주로 배 한 척을 사용하여 멸치를 잡는다.
멸치를 잡은 그물은 기계를 사용하여 감아 올린 후 어부들의 손으로 그물을 털어 멸치를 모은다. 그물을 터는 작업이 힘들기 때문에 그물터는 노동요도 생겨났다. 멸치 조업은 봄(3월~6월)과 가을(10월~설날)로 나누어 진행한다. 전통적으로 기장멸치는 멸치젓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멸치회, 멸치찌개도 많이 알려졌다. 멸치젓은 봄 멸치는 액젓, 가을 멸치는 육젓으로 사용한다.
1997년 제1회 대변 멸치 축제로 시작된 기장멸치축제는 매년 4~5월에 개최된다. 기장의 대표적인 봄 멸치를 알리고,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활성화를 꾀하는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먹거리 축제이다. 기장의 봄 멸치는 10~15㎝ 정도 크기의 대멸치이다. 이 축제를 통하여 젓갈 중심으로 소비되던 멸치가 멸치회, 멸치구이 등 다양한 음식으로 널리 전파되어 식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여러 체험행사 중에서 멸치잡이의 한 축인 멸치털이를 체험하는 행사는 어떤 축제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실제로는 멸치털이가 힘든 노역이지만, 축제에서의 멸치털이는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놀이다. 전통적 노동인 멸치털이를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생생한 현장이다. 이처럼 기장멸치축제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맛과 멋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관광축제를 만들었다.
기장멸치축제는 기장 대변항이 전국에서 잡히는 유자망 멸치의 60%내외를 차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축제이다. 대변항은 2001년 개봉된 영화 「친구」(장동건·유오성 주연)의 촬영무대이기도 하다. 대변항은 부산의 숨은 명소로, 영화촬영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기장멸치축제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기장멸치축제는 2008~2009년 부산광역시 우수 축제로 선정되며 해양관광도시 기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또한 2019년에는 기장멸치축제가 부산광역시 축제육성위원회 선정 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 부산광역시 축제육성위원회가 부산의 구·군의 축제를 대상으로 축제전문가 현장평가·축제유입인구 분석·신용카드 매출정보 등을 빅데이터 자료로 반영하고, 축제 콘텐츠·운영·발전성·계획성 등을 심사하여 평가한 결과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機張郡)은 시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태백산맥에서 뻗어내린 대운 산맥으로 형성된 산지가 지형의 대부분을 이룬다. 대표적인 산으로는 용천산(湧川山:543m)·달음산(588m)·백운산(白雲山:520m)·천마산(天馬山:400)·철마산(鐵馬山:605m) 등이 있다. 강으로는 이들 산지 사이를 흐르는 일광천(日光川)·좌광천(佐光川)·수영강(水營江) 등이 있으며 그 주변으로 들판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기장군은 1995년 3월 양산군에서 분리 독립하여 신설되었으며, 기장읍(機張邑)·장안읍(長安邑)·정관읍(鼎冠邑)·철마면(鐵馬面)·일광면(日光面)의 3읍 2면을 관할하고 있다.
‘기장(機張)’이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경(書經)』의 고우기장주(苦虞機張註)에 ‘기(機)’는 노아[弩牙 : 덫]라고 하고, 또 ‘노기기장(弩機旣張)’이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토를 지키기 위하여 변방인 기장을 수비한 것에서 ‘기장(機張)’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옛이야기에서는 기장의 지형이 옥녀직금형 풍수[玉女織錦形 : 옥녀가 베틀에 앉아 비단을 짜는 모양의 땅]와 관련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야기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는 옥녀(玉女)라는 딸이 있었다. 옥녀는 베를 잘 짜는 것으로 이름이 났다. 하루는 옥녀가 소일 삼아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던 중, 한 장소에 눈길이 멈추었다. 마치 베틀을 차려 놓은 형상을 한 땅모양이 옥녀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다 생각한 옥녀는 구름을 타고 당장 그 곳으로 내려갔다. 땅 위에 내려서서 둘러본 지형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일광산(日光山)에는 연꽃처럼 생긴 연화봉(蓮花峰)이 있어 넉넉한 기운을 풍겼다. 베틀처럼 생긴 털음산[毛山]과 성산(筬山), 물레처럼 생긴 만화동(萬化洞)이 상서로운 조화를 이루었다. 그 앞으로 흐르는 청강천(淸江川)은 용소골[龍沼洞]과 사라수[士羅洞], 장미수(長尾水)의 삼수(三水)가 합수한 강인데, 그 흐르는 모양새 또한 범상치 않았다. 옥녀는 한눈에 바람을 재우고 물을 얻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임을 알아차렸다.
옥녀는 당장 베를 짤 채비를 하고는 물레자리[차준(車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이내 빠른 손놀림으로 비단실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실이 준비되자 베 짤 차비를 마련했다. 베틀처럼 생긴 털음산을 베틀로 삼았으며, 백두산의 큰 바위를 가져와서는 베틀을 괴는 받침돌로 이용했다. 마침 푸른 버드나무가 우거진 언덕 위에 황금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녔는데, 그중 한 마리를 잡아 황금 북[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씨실을 푸는 기구]으로 사용했다. 옥녀는 직금루(織錦樓)에서 베를 짰는데, 베 짜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인어가 그 소리에 맞추어 베틀가를 불렀다고 한다. 훗날 사람들은 이곳을 ‘기장(機張)’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옥녀가 베틀[機]을 차려 놓고[張] 비단을 짠 곳이라는 뜻이다. 기장을 달리 이름하여 ‘차성(車城)’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길쌈 (紡)에 수레 차(車), 즉 ‘방차[물레]’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애지찜의 재료인 애지는 녹조류인 청각(靑角)의 경상도 방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남도 기장군 죽성리 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기장지역의 토산물이며 특색 있는 향토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청각은 여름철에 수확한 것을 말려 두었다가 음식에 이용한다. 기장 애지찜은 청각에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하여 찜요리로 만들어서 주로 혼례나 환갑 등과 같은 잔치나 의례에 사용하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향토음식으로 예로부터 귀한 식품으로 취급되었다.
고문헌을 살펴보면 찜요리법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1766년(영조 42) 유중림(柳重臨)이 지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음식 담은 그릇을 끓는 물 속에 넣어 익히는 ‘중탕 찜’과 즙이 바특하게 남을 정도로 삶아 익히는 ‘삶기 찜’이 대표적인 찜요리법으로 소개되어 있다. 애지찜은 국물이 자작하도록 삶는 찜 음식으로 기장지역의 고유한 향토음식이다.
청각은 청각목 청각과에 속하는 녹조류로 사슴뿔처럼 생겼다고 하여 녹각채, 녹각(鹿角)이라고도 부른다. 형태는 선명한 녹색으로 가지는 사슴뿔 모양으로 갈라져 곧게 자라며, 모두 같은 높이에 달하여 부채꼴 모양을 이룬다. 표면은 융처럼 부드럽고, 포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는 곤봉 모양이며 길이는 굵기의 5∼7배이고, 꼭대기는 뾰족하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청각채라 부르며 “뿌리, 줄기, 가지가 모두 토의초(土衣草)를 닮았으나 둥글다. 감촉은 매끄러우며 빛깔은 검푸르고 맛은 담담하여 김치 맛을 돋운다. 5~6월에 나서 8~9월에 다 성장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녹각채는 성질이 매우 차고 독이 거의 없다. 열기를 내리고 어린이의 뼈아픈 골증을 푼다”고 하였다. 또한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오래 먹거나 많이 먹으면 신경이 좋지 않으며 안색이 나빠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식성본초(食性本草)』에는 “열과 풍기를 내리게 하고 담이나 신장의 결석을 내리게 한다”고 하였다. 『자산어보』에는 김치의 맛을 돋운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청각은 오래전부터 김치양념에 넣어 김치의 풍미를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청각의 주요영양소는 식이섬유가 가장 많고 뼈에 좋은 칼슘과 빈혈에 좋은 철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무기질의 보고이다. 또한, 비타민A와 C도 풍부하다. 의학 분야에서는 항생작용, 항응고, 항암, 항돌연변이, 면역활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민간요법으로는 구충과 비뇨기 질환, 야뇨증 치료에 이용되어 왔다.
말린 청각, 고사리, 늙은 호박, 콩나물, 미더덕, 조갯살, 다진 마늘, 대파, 들깻가루, 밀가루, 방아잎, 멸치장국, 된장, 소금
조리과정부산광역시 북동부에 위치한 기장군은 어장이 풍부해 예로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미역, 멸치, 갈치는 최고로 쳐서 궁중에 진상할 정도로 유명하였고 그 명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장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는데 바로 기장 곰장어이다. 그런데 기장 곰장어가 처음부터 명물로 대접받은 것은 아니었다. 곰장어는 눈이 퇴화되어 보이지 않고 징그럽게 꿈틀거리는데다 껍질에는 끈적거리는 진액까지 있어 몹시 천대받던 물고기였다. 어부들도 그물에 걸려 올라온 곰장어는 바로 떼어서 바다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곰장어는 육고기가 귀했던 시절 바닷가 서민들에게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식품이었다.
곰장어의 공식명칭은 먹장어이다. 먹장어는 먹장어목 꾀장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바닥이 펄질인 수심 45~60m의 연안이나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눈은 퇴화되어 ‘눈 먼 장어’ 라는 뜻의 먹장어로도 불렸다. 곰장어(꼼장어)는 먹장어가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손으로 잡으면 꼼작꼼작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외형은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몸이 가늘고 턱이 없다. 입은 씹지 못하고 빨 수만 있어 어류나 오징어류의 살과 내장을 녹여서 빨아먹고 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곰장어의 명칭이 해만리(海鰻鱺)라 하고, “맛이 달콤하며 사람에게 이로와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해만(海鰻)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오치(五痔)와 창루(瘡瘻)에 주로 쓴다. 온갖 충을 죽인다”고 하였다. 곰장어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당뇨, 숙취해소, 허약체질 개선에 좋고, DHA와 EPA 등 양질의 지방산도 풍부하여 시력보호, 심장·뇌혈관질환 개선에 효능이 있다.
곰장어 짚불구이는 조선말 춘궁기와 흉년에 기장의 서민들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곰장어를 볏짚, 보릿짚 또는 솔잎에 구워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60~80년 전 해안지역에서 곰장어를 구워 먹던 것에서 기장 곰장어짚불구이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곰장어구이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음식 중 하나였다. 기장사람들은 1960년대까지도 곰장어를 잡아 밤새워 껍질을 벗겨 구운 다음 꼬치에 꿰어 자갈치시장, 부산시청 앞 등지에서 팔았다고 한다. 현재에 이르러 부산 자갈치시장의 곰장어구이가 부산의 명물로 알려지고, 2009년 부산의 13개 향토음식 중 하나로 지정된 데에는 기장군과 기장 곰장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는 곰장어 짚불구이의 원조가 되는 지역으로 곰장어 음식점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짚불구이 곰장어 외에 양념구이, 소금구이, 통구이, 생솔잎구이, 삶은 곰장어, 곰장어 된장국, 곰장어 매운탕 등 다채로운 곰장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1929년에 개업한 ‘기장곰장어’는 곰장어 짚불구이를 처음 선보인 식당으로 4대에 걸쳐 이어가고 있다.
곰장어, 짚 또는 솔잎
조리과정기장우무는 족편의 한 종류로 기장우묵 또는 기장어묵이라고도 부른다. 족편은 식재료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한다. 그 하나는 동물성 단백질인 콜라겐(Collagen)을 젤라틴화(Gelatin化)하여 응고시킨 묵으로 우족(牛足)을 삶아 만든 족편이 대표적이고 대부분의 족편은 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음식으로 많이 해먹는 소대가리, 돼지껍질 등도 콜라겐이 풍부한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식물성인 우뭇가사리에 함유되어 있는 한천(寒天) 성분을 응고시킨 것이다. 한천에 함유된 아가로스(agarose)와 아가로펙틴(agaropectin)이라는 2가지의 다당류를 가열하여 겔화(Gel化)시킨 것이 바로 기장우무이다.
우뭇가사리는 우뭇가사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홍조류이다. 우뭇가사리는 몸길이가 10~30㎝ 정도이고 5~10월에 생육하며 수심 20~30m의 바위에 붙어서 산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형태는 섬이가사리(蟾加菜)를 닮았으나 몸이 납작하다. 가지 사이에 잎이 있는데 매우 가늘고 빛깔이 보라색으로 특이하다. 여름에 삶아서 우무고약을 만들면 죽이 굳어져서 맑고 매끄럽고 부드러워 씹을 만한 음식물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뭇가사리에는 요오드와 칼륨 같은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좋다. 또한, 열량이 낮으면서도 포만감이 높아 체중조절에 알맞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우뭇가사리의 한자명은 석화채(石花菜)이고 속명으로는 우무(牛毛)라 한다. 1748년(영조 24) 현문항(玄文恒)이 편찬한 『동문유해(同文類解)』에는 우뭇가사리를 ‘石花菜우모가시’로 표기하였다. 『자산어보』에는 우뭇가사리의 명칭을 해동초(海凍草)라 하였고, 또 모양새가 소의 털과 유사하다 하여 우모초(牛毛草)로도 불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상급관청에서 하급관청에 보내는 공문서인 관문(關文)에는 우리말 발음대로 ‘우모가사리(牛毛加沙里)’ 혹은 ‘우모가사리(牛毛加士里)’ 등 이두(吏讀)식 표기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뭇가사리를 묵으로 만들어 식용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우선 기장우무의 원형인 족편은 중국 원나라에서 편찬된 조리서인 『거가필용(居家必用)』에 수록된 저육수정회방(猪肉水晶膾方)과 이어수정회방(鯉魚水晶膾方)이라는 음식이 알려졌다. 전자는 돼지고기, 후자는 잉어를 재료로 만든 족편인데, 17세기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와 19세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誌)』에도 『거가필용』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태종실록(太宗實錄)』에 우무묵이 오래전부터 해 먹었던 음식임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1413년(태종 13) 7월 27일 실록에 의하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바닷물 색깔이 변하여, 물을 떠서 그릇에 담으니 마치 우뭇가사리 즙을 끓인 것과 같이 응고되었다(取水盛器 凝如煎牛毛汁)”고 기록하고 있다. 적조현상으로 바닷물이 붉고 걸쭉하게 변한 것을 우무에 비교한 것이다.
『세조실록(世祖實錄)』 1455년(세조 1) 7월 24일 기사에는 호조에서 우뭇가사리로 우무를 만들어 백성을 진휼할 수 있도록 구황식품으로 비축할 것을 건의하였다. 조선 중기의 문신 윤근수(尹根壽, 1537~1616)의 문집인 『월정집(月汀集)』에 수록된 「만록(漫錄)」에는 1468년(세조 14)에는 중국에서 온 사신이 연회상에 차려진 우무(牛毛)를 보고 바다에서 난 풀로 만든 것인데 해무(海毛)라 하지 않고 어찌하여 우무라 부르는지 따졌다는 일화도 전한다. 이상의 기록을 통해 우무가 최소한 조선전기에는 이미 상용화된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무는 크게 우뭇가사리만을 끓여내어 체에 걸러 응고시킨 투명한 재질의 묵과 기장우무와 같이 육수에 우뭇가사리와 된장, 계란, 새우살, 조갯살, 방아잎 등을 넣고 끓인 다음 응고시켜 족편 형태로 만든 두 가지로 나뉜다. 조선시대의 고문헌에도 우무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 중 예를 들면, 19세기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소고기 1근과 우뭇가사리 4냥(兩)을 섞어 끓인 후 식혀서 굳힌 다음 국수처럼 썰어서 초장(醋醬)에 찍어 먹는다”고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최영년(崔永年, 1859~1935)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우모포(牛毛泡, 우무)’를 먹는 풍습을 소개하고 있다. “남해 연안에서는 우뭇가사리가 나는데 매년 여름 공인(貢人)들이 녹두묵처럼 만들어 대궐에 바친다. 또한 돌아다니면서 판매하는 자들도 있다. 이 묵을 잘게 썰어서 초장(醋醬)을 넣어 차가운 탕으로 먹으면 상쾌하여 더위와 갈증을 씻을 수 있다.”
우무가 조선시대에 구황식품으로 이용되었듯이 기장우무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에 끼니 대용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에서 비롯되었다. 식재료에 불과했던 우무에 집에 있는 멸치, 다시마, 된장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방아잎, 조갯살 등의 재료를 넣어 음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요즘의 미각과는 잘 맞지 않아서인지 기장군의 또 다른 향토음식인 짚불구이 곰장어의 전국적인 유명세에 비하면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는 정도라고 한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대라리에 위치한 기장시장에서 우무를 가득 띄운 콩국 등을 맛볼 수 있다.
우뭇가사리, 계란, 새우살, 조갯살, 방아잎, 석이버섯, 된장, 실고추, 멸치장국, 초고추장
조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