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벌교 앞의 여자만 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모래가 섞이지 않은 고운 진흙이 넓게 펼쳐져 있어 꼬막을 비롯해 어패류 양식에 최적지이다. 꼬막은 뻘이 깊어야 맛이 더 좋다. 물속에 갯벌이 잠기는 시간이 짧으면 뻘이 딱딱한데, 그런 곳에 서식하는 꼬막은 크기가 작고 맛이 떨어진다. 여자만의 깊은 진흙뻘 속에서 성장한 벌교 꼬막은 그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벌교는 일찍부터 양질의 꼬막을 양식해 한해에만 3,500톤 정도를 채취해 우리나라 꼬막의 75%를 점유하는 최대 산지가 되었다.
벌교 꼬막은 이미 조선시대에도 유명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장흥도, 해남현, 보성군, 흥양현의 토산물로 꼬막 즉 강요주(江瑤柱)가 생산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꼬막은 길이 5센티미터에 높이가 4센티미터 남짓의 사새목 꼬막조개과 생물이다. 반질반질한 여타 조개와 달리 껍질 표면에 17~18줄의 굵은 홈이 나 있다. 마치 그 모양이 기왓골을 닮았다고 하여 와농자(瓦壟子)라 부르기도 한다. 꼬막은 철을 포함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어 피가 흐른다. 꼬막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이 ‘벌교산’이다. 가장 좋은 것은 여자만 갯벌에서 생산된다.
꼬막은 부드러운 진흙에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줍는다. 주운 꼬막은 그릇에 담아 널배에 올리고 운반한다. 널배는 소나무나 스기나무, 나왕 등으로 만든 길이 3미터 정도 되는 긴 나무를 말한다. 앞쪽을 위로 구부려 썰매처럼 만들어 그 위에 꼬막 그릇을 싣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꼬막을 채취하고, 운반한다. 부드러운 진흙을 밀고 다니며 꼬막을 운반하는 밀배는 축제의 현장에서 흥미로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채취한 꼬막으로는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꼬막탕수육, 꼬막무침, 꼬막비빔밥, 꼬막회, 꼬막부침, 꼬막밥 등이 개발되었다.
이처럼 여자만 갯벌의 대표적인 양식 어패류인 꼬막 양식을 활성화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2002년부터 벌교꼬막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벌교읍을 비롯해 꼬막 양식의 대표적인 마을인 대포리 일대가 축제의 장이다.
대포리, 진석리 등의 갯벌 일대에서는 널배 타기 경연, 꼬막잡기 체험, 꼬막 던지기, 꼬막 까기 경연, 갯벌 달리기, 갯벌 허리 줄다리기 등의 꼬막과 갯벌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
행사 무대에서는 대형꼬막비빔밥 만들기(1,000인분), 꼬막 노래자랑, 꼬막 퀴즈, 꼬막 무게 맞추기, 꼬막던지기, 꼬막까기 경연을 행하고, 널배에 바퀴를 달아 널배타기 대회도 개최한다. 꼬막이라는 어패류를 주제로 하였지만, 단지 음식 축제가 아니라 여자만 갯벌이 지닌 속성에 기반한 친환경 자연축제라 할 수 있겠다.
전라남도 보성군은 꼬막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로부터 품질이 뛰어나고 맛 좋은 꼬막이 생산된 고장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꼬막은 ‘강요주(江瑤柱)’라는 명칭으로 전라도 흥양현의 토산물로 기록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된 수산물이다. 흥양현은 현재 보성군 옆에 위치한 고흥군의 옛 지명으로 조선시대에는 보성군의 여러 현이 고흥군에 속해 있었다.
보성군에서도 ‘벌교 꼬막’으로 널리 알려진 보성군 벌교읍은 꼬막 생산과 꼬막 요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벌교읍은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동네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무당 소화가 연인 정하섭을 위해 아침밥을 짓는 장면에서 꼬막무침을 비롯한 꼬막에 관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다.
꼬막은 벌교포구의 차지고 질긴 넓고 넓은 뻘밭의 특산물이어서 벌교여자치고 꼬막무침 못하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다. (중략) 꼬막무침을 제대로 하는 처녀라면 다른 음식솜씨는 더 물을게 없다는 말이 상식화 된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고흥 쪽 해변에서도, 보성만(灣) 일대에서도 꼬막은 났다. 그러나 벌교 꼬막에는 그 맛이 미치지 못해 옛날부터 타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차등을 매겼다. 벌교에서 물 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 인심이었고, 벌교 5일장을 넘나드는 보따리장꾼들은 장터거리 차일 밑에서 한 됫박 막걸리에 꼬막 한 사발 까는 것을 큰 낙으로 즐겼다.
돌조개목 돌조개과에 속하는 꼬막은 우리나라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간조(干潮) 후 수심 10m 안팎의 개펄에 서식하는 조개이다. 꼬막은 참꼬막으로 불리는 꼬막과 똥꼬막으로 불리는 새꼬막, 피조개의 세 종류가 있다. 산란기인 7~9월을 지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로서 보성천 하구와 여자만(汝自灣) 개펄에서 캔 꼬막은 겨울철 별미로 소문나 있다. 꼬막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성분이 적어 다이어트에 적당한 식품이다. 특히 꼬막 100g당 1,000㎎이 넘는 천연 타우린 성분과 함황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과 시스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 및 숙취해소에 좋다. 또한 무기질 가운데 철과 아연 성분이 풍부하여 빈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증강하는데 도움이 된다.
꼬막은 고막, 참꼬막, 똥꼬막, 샅조개, 안다미조개 등으로도 불린다. 안다미조개는 ‘그릇에 담은 것이 넘치도록 많다’는 뜻을 지닌 순 우리말인 ‘안다미로’에서 따온 이름이다. 옛 문헌에 기록된 꼬막의 이름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江瑤柱(강요주)’, 1803년에 김려(金鑢)가 저술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瓦壟子(와롱자)’,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蚶(감)’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자산어보』에는 꼬막이 “크기는 밤만 하고 껍질은 조개를 닮아 둥글다. 빛깔은 하얗고 무늬가 세로로 열을 지어 늘어서 있으며 줄과 줄 사이에는 도랑이 있어 기와지붕과 같다. 조갯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하고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許筠)은 소문난 미식가이자 요즘 표현을 빌면 ‘조선의 맛집 블로거’였다. 허균이 1611년(광해 3)에 자신이 직접 맛본 90여 가지가 넘는 전국의 별미음식을 소개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짓기도 하였다.
꼬막과 관련하여서는 1618년(광해 16)에 저술한 『한정록(閒情錄)』에서 언급하고 있다. 허균은 술안주를 ‘음저(飮儲)’라 하여 바다에서 나는 것과 색다른 것, 기름진 것, 과일, 채소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각기 대표적인 식품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꼬막으로 요리한 ‘조감(糟蚶)’이라는 안주를 대합조개, 게와 더불어 어패류 가운데 가장 좋은 안주인 청품(淸品)으로 꼽았다. 꼬막이 조선시대에도 인기 있는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 일대에는 꼬막식당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꼬막탕, 꼬막무침, 꼬막파전, 양념꼬막 외에 다양한 꼬막요리를 맛볼 수 있다.
꼬막, 미나리,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쪽파, 참기름, 깨
조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