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시배지에서 열리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포스터 이미지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포스터(사진출처:(사)하동야생차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과 악양면 일대에서 벌어지는 축제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인 지리산의 야생녹차를 주제로 하여 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5월에 개최되고 있다. 하동의 야생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하동이 차시배지가 된 것은 신라 흥덕왕때 김대렴이 중국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차 종자를 들여와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지리산 쌍계사에서 처음으로 재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시 귀하던 차를 널리 보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고려시대 때 화개는 대표적인 차 산지가 되었고, 왕실에 이곳의 차를 진상했고, 조선시대 초기에는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의 행장에 화개차가 들어있을 정도로 하동의 화개차는 그 명성이 높아졌다.


    경상남도 하동의 화개면 일대는 차나무 재배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섬진강과 가까워 안개가 많고 다습하여 큰 일교차가 발생한다. 일교차가 크면 차 재배에 유리하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1996년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하동차의 명성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된 축제이다. 이 축제를 통해 지리산 야생녹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19년 제23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피너클어워드 한국대회 2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제23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 기간 열린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2500만달러(약 300억원)어치의 농·특산물 수출 계약 및 협약 실적을 올리기도 하였다. 재첩국 등 가공식품, 과일류, 섬진강 쌀 등의 농산물을 미국·호주·베트남·중국·중동·홍콩·몽골 등에 수출하기로 협약했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하동 전통 차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세계축제협회(IFEA)가 선정하는 2017년 세계축제도시 선정에 기여한 점도 인정받아 지역축제 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지속적으로 녹차와 홍차를 사용하여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블렌딩티를 발굴, 개발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하동차의 품질 향상, 생산력 증대, 인지도 향상과 대중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동차의 세계화, 대중화, 산업화를 목표로 글로벌 문화관광 차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쌍계사 차(茶) 시배지 앞에 적힌 설명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차(茶) 문화는 바로 여기, 지리산 자락에서 시작됐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중국 당나라에서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씨앗을 가져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쌍계사 장죽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가 재배된 곳으로
    천년을 내려오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
    ···(중략)···

    이곳이 한국 차의 본산임을 알리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매년 차의 날인 5월 25일을 전후해 이 일대에서 열린다.

  • 녹차의 수도 전남 보성에서 열리는 '보성다향 대축제'

    녹차의 수도 보성에서 열리는 축제 

    보성다향대축제 포스터 이미지
    보성다향대축제 포스터(사진출처:보성다향대축제추진위원회)


    보성다향대축제는 보성이 차 생산지이자 차 산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 속에 1985년 활성산 기슭의 다원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되었다. 1회에서는 ‘다향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보성다향대축제는 차 동호인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국적인 축제이다.


    1986년 제2회 다향제를 제12회 보성군민의 날 행사와 병합했고, 2009년 축제명칭을 ‘보성다향제’에서 ‘보성다향대축제’로 변경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차 문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보성차생산조합에서 주최하고 보성다향대축제추진위원회에서 주관하며 매년 5월에 한국차문화공원(보성차밭 일원)에서 개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관광축제의 2008년 예비축제, 2012년~2017년 6년 연속 유망축제, 2018년 우수축제, 2019년 최우수축제이다.




    녹차는 신라시대에 들어와 약 1,100년 동안 우리의 생활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녹차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강우량이 1400mm 이상이어야 하고, 기온은 14도 이상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보성은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져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보성은 차의 생장환경을 100% 만족시키는 천혜의 재배지이다. 최근 건강과 미용에 대한 녹차의 효능이 입증되고 웰빙 열풍이 더해지며 녹차의 인기가 한층 올라갔다. 전라남도 보성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녹차의 수도이다.

     

    풍년을 비는 다신제와 전국 학생 차예절대회 

    보성다향대축제의 행사 내용으로는 ‘게릴라 판소리 플래시몹, 곤충체험, 녹차스탬프투어, 대한민국 다향예술대전, 웰니스 보성 포럼, 차밭힐링 트레킹, 차와 문화 전시, 찻사발빚기 체험, 찻잎따기, 천문과학별자리체험, 햇차만들기’가 있고, 부대행사로 ‘농특산품 마켓, 보성차마당, 향토식당, 체험마켓’ 등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으로는 ‘녹차 댄스걸, 녹차요정 퍼포먼스, 다신제, 다향백일장&사생대회, 세계 스트라이더 자전거 대회, 세계킥보드대회, 셰프와 함께 녹차요리, 요가&필라테스 체험, 차훈명상, 티마스터 챔피언십, 학생차예절경연대회, 한국명차선정대회, 화관상상무도회, 힐링 레크레이션’ 등이 진행된다.

     

    다신제는 차를 비롯한 농작물들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이다. 임금님의 행차를 시작으로 분향례, 강신례, 헌다례, 음복레 등으로 진행된다. 전국학생차예절대회는 청소년에게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기본예절·옷차림·절하기·차내기 등의 심사항목으로 진행된다. 상설 프로그램으로는 남측차밭의 ‘소리의 길, 가족추억제작소, 찻잎따기, 한복입고 찻잎따기, 차실’, 차품평관의 ‘찻사발빚기 체험’, 광장의 ‘보성차마당, 향토식당, 체험 마켓, 시와 기왓장 전시’, 잔디공원의 ‘그린티 쉼터’, 한국차박물관의 ‘차와 문화전시, 그린티 럭셔리 테라피, 천년 고차수 전시’, 분수대의 ‘키즈존’, 실내정원의 ‘곤충체험’, 차만드느곳의 ‘햇차만들기’, 북측차밭의 ‘찻잎따기, 자연속 티 테라피, 추억만들기 포토존, 게릴라 판소리 플래시몹’, 활성산편백숲의 ‘차밭힐링트리킹’, 차문화공원 주차장의 ‘농특산물마켓, 남해안남중권 장터’, 네트워킹프로그램의 ‘웰니스 보성 선포식’ 등이 진행된다.

     

    언론, 코레일, 여행사와 연계하여 손님 유치 

    『2017년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보성다향대축제는 “적극적인 국내외 관광객 유치 노력이 돋보였다. 다양한 언론 홍보를 통해 외국인 유치와 수도권 지역 여행사, 코레일과 연계한 모객 노력을 통해 외국인 팸투어단 약 120명, 코레일 관광객 약1,500명이 참여하였다. 보성다향 대축제는 녹차를 좋아하는 관광객 위주의 축제이기에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였다. 녹차는 보성 지역 산업의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보성은 행정안전부 평가 지역브랜드 1위인 녹차를 축제 콘셉트가 하여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축제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제주 녹차를 마시고 세계의 찻잔을 볼 수 있는 오설록 티 뮤지엄

    차문화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오설록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故(고) 서성환 회장의 말이다. 사라져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차문화를 찾아내겠다는 오설록의 집념이 담겨 있는 말이다. 그 덕분에 오설록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프리미엄 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오설록은 우리나라 고유의 차를 갖기 위해 제주에 자리 잡았다. 제주의 험난한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방안을 모색하여 40여 년 간 푸른 차밭을 가꾸고, 재배, 생산, 판매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적인 국산 차 브랜드가 되었다. 전통방식을 토대로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 최상의 찻잎을 얻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이러한 오설록의 노력과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담아 차를 이해하고, 마시고, 경험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오설록 티 뮤지엄이다.  


    세계의 차와 찻잔, 브랜드 이야기가 함께하는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서광 차밭과 맞닿아 있는 곳에 2001년 9월,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이 개관했다. 지금은 차박물관이 전국 곳곳에 있지만 이곳이 차와 관련된 최초의 박물관이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수려한 외관으로 세계적인 디자인 건축 사이트 ‘디자인붐’이 선정한 세계 10대 미술관에 올랐다. 무료로 연중무휴 운영되는 곳으로 연간 150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굉장히 유명한 박물관이다.


    티뮤지엄은 차문화실, 세계의 찻잔, 브랜드, 스토리, 티 로스터리, 티 스토어, 티 스톤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문화실은 우리나라 차의 역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다구의 변화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차문화실 옆으로는 아시아와 유럽 각지에서 발전된 다양한 세계의 찻잔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이외의 공간은 오설록의 브랜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차를 로스팅 하는 전체 과정을 볼 수 있는 티 로스터리가 있다. 티 스토어는 다른 박물관으로 치자면 기념품샵의 개념으로 오설록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서 신선한 차와 녹차를 활용한 다양한 베이커리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예약하면 체험할 수 있는 티스톤

    오설록 티 뮤지엄 티스톤
    오설록 티 뮤지엄 티스톤(사진출처: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차브랜드이야기
    오설록 티 뮤지엄 차브랜드이야기(사진출처:오설록 티 뮤지엄)

    티스톤은 2013년 티뮤지엄 옆으로 개관한 복합 차 체험 공간이다.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직접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차를 체험할 수 있다. 티스톤이라는 이름은 벼루(Ink-stone)에서 모티브를 따, 우리 선조들이 먹과 벼루로 글과 그림을 그리고, 정신적 문화유산을 이루어낸 것과 같이 차문화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오설록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티스톤은 유료로 진행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리 예약하면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차밭과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뮤지엄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활한 녹차밭은 이미 유명한 사진 스팟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초록 차밭에서 사진을 찍는다. 또한 티 뮤지엄 뒤쪽으로 산책길을 따라가면 숨어있는 비밀공간이 나온다. 바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에서 나는 재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화장품브랜드이다. 오설록 뒤에 있는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는 이니스프리의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듬뿍 담고 있는 곳이다. 특별하게 이곳에서만 파는 제품도 매력적이지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제주 특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음료와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어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기 있는 공간이다.

  • 친숙해진 커피, 익숙해진 철제 커피 그라인더

    전 세계로 퍼진 커피 열풍

    우리나라 성인 1명은 평균 1년에 약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이는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인 132잔의 약 3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하루에 커피 한 잔씩은 꼭 마시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식품인 커피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기록은 정확히 남아 있지 않다. 다만 6세기 무렵 에티오피아가 서아시아의 아라비아 반도를 침략했을 때 커피가 서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터키에서는 수도승들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각성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기도에 전념해야 하는 수도승들에게 유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14세기 오스만 제국에서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커피의 인기는 매우 높아서 하루에 마실 커피의 양을 남편이 준비하지 못하면 아내는 이를 문제 삼아 이혼을 청구할 권리가 있었다고 한다. 커피는 유럽과 서아시아 사이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유럽에도 전파되었다. 다만 초기에 커피는 유럽에서 배척받았다. 카톨릭의 영향력이 매우 컸던 당시 유럽 사회에서 커피는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커피의 인기는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고, 유럽에도 커피를 마시는 커피하우스가 속속 나타났다.


    16세기에는 유럽의 강대국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식민지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해외 식민지에서 노예 노동력을 이용하여 특정 농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였는데, 19세기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했던 노동자들이 졸지 않으면서 일하기 위해 커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커피 수요가 늘어나자 유럽의 강대국들은 커피를 재배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진 남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커피를 집중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커피들은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커피 도구의 개량과 발전

    포크아트장식
    포크아트장식(사진출처: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포크아트장식
    포크아트장식(사진출처: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커피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커피 만드는 방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17~18세기까지는 주로 물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갠 다음 이를 끓여서 마셨다. 하지만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 입 안에 가루가 남아 텁텁한 느낌을 주었기에 커피를 끓여서 천으로 거르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이후 우리가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드립커피가 만들어졌다. 드립커피는 필터 위에 커피 원두를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법이다. 지금은 믹서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재료를 쉽게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손으로 커피 열매를 직접 갈아야 했다. 커피 그라인더는 이를 위해 만들어진 철제 도구였다. 불에 볶은 커피 열매를 커피 그라인더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날이 커피 열매를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들어주었다. 철제 커피 그라인더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손쉽게 커피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덕수궁의 정관헌
    덕수궁의 정관헌(사진출처:문화재청)

    우리나라에 들어온 커피와 철제 그라인더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말 19세기 무렵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마신 사람은 고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1896년 일본의 위협에서 벗어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지지만 고종 이전에도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1860년대 우리나라에 온 카톨릭 신부와 주변의 신자들이 처음으로 커피를 들여와 마셨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며, 늦어도 18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커피가 완전히 낯선 식품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88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알렌(Allen)은 궁궐에서 커피를 대접받았다고 기록하였으며, 1888년에는 인천에 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에서 대중에게 커피를 판매하였다고 한다. 1896년에는 『독립신문』에 처음으로 커피 광고가 게재되기도 하였다.


    커피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커피 그라인더가 보급되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여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커피 그라인더들을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수입된 철제 그라인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최신의 커피 머신들이 경쟁하는 현재에도 커피 특유의 향을 느끼기 위해 철제 그라인더로 커피를 직접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마시곤 한다. 현대인에게 커피가 친숙해져 가는 만큼, 커피 그라인더도 현대인의 손에 익은 철제 도구가 되었다.

  • 하동야생차박물관, 세계농업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곳

    차 시배지(始培地) 하동, 우리나라 차 문화의 고향

    하동야생차박물관 전시물
    하동야생차박물관 전시물

    아침 일찍, 신선한 공기와 함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차 한잔은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행복이다. 그런데 손에 들린 찻잔 속 음료는 대부분 커피다. 근대기 커피가 조선에 들어오기 전, 우리는 차를 마시던 문화가 없었던 걸까. ※ 커피: 엄밀히 말하면 커피는 찻잎이 아니라 커피나무 열매[원두]로 만들기 때문에 차가 아니다. 의외로 한반도의 차 문화는 역사가 장구하다. 하동야생차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작과 흐름이 잘 정리돼 있다. 차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다. 신라 흥덕왕(興德王) 3년(828)에 당나라에서 사신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한다.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부터 성하였다.
    -『삼국사기(三國史記)』 흥덕왕 편


    위의 기록으로 차는 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차를 심어서 재배한 것은 9세기 초 무렵이며, 그 시배지[처음 심어 가꾼 곳]는 하동임을 알 수 있다.


    문학과 하동 차의 만남

    하동야생차박물관 내부
    하동야생차박물관 내부
    하동야생차박물관 내부
    하동야생차박물관 내부

    하동 차를 음료라 하지 않고 문화라고 하는 것은 하동 차가 다양한 문학 작품의 소재로 쓰인 까닭이다. 하동야생차박물관에서 옛 선인들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동 차의 매력에 빠져보자.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은 우리나라 차의 우수성을 읊은 시인데, 어김없이 지리산 하동 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리산 화개동에 차나무가
    사오십 리에 걸쳐 퍼져 자라는데
    우리나라 차밭의 넓기로는
    아무것도 이를 넘는 곳이 없다
    (智異山花開洞 茶樹羅生四五十里)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제주도 유배 시절, 쌍계사의 만허가 만든 차를 전해 받은 후, 그 답례로 ‘차사이정쌍계(茶事已訂雙鷄)’라는 시를 지었는데, 하동의 쌍계 명차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쌍계사 봄빛, 오랜 차 인연
    제일가는 두강차는 육조탑 아래에서 빛나네
    늙은이 탐냄이 많아 이것저것 억지로 달라고 졸라
    입춘에 다시 향기로운 김 보낸다고 약속했네
    (雙鷄春色茗緣長 第一頭綱古塔光
    處處老饕饕不禁 辛盤又約海苔香)
    - 김정희, ‘차사이정쌍계(茶事已訂雙鷄)’
    『완당전집(阮堂全集)』 권10


    유배지의 낯선 환경 탓에 풍토병에 시달리던 추사에게 차는 음료가 아니라 약이었으니, 차의 소중함이 남달랐을 터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이자 세계농업유산인 하동 차

    하동야생차박물관 전경
    하동야생차박물관 전경
    하동야생차박물관 전시물
    하동야생차박물관 전시물

    왜 하동의 차는 왕에게 진상될 정도로 맛이 빼어나고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떨친 걸까. 일단 평지가 아닌, 지리산의 바위와 돌 틈 산비탈에서 차가 자라기 때문이고, 옛날 전통 방식으로 차를 만드는 까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앓이하는 아이에게 내어주던 ‘잭살차[구수한 맛의 발효차]’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차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풍다제(豊茶齊)’, 차 농사를 지으면서 불렀던 노동요 등도 남아있다. 이런 하동 차의 농업 가치를 안정 받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2015년)와 세계농업유산(2018년)으로 지정돼 있으니,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 유산임에 분명하다.

  • 아홉번 찌고 말리는 전설의 청양 구기자차

    조선의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구기자의 효능 

    “옛날 하서(河西)에 가던 사신은 나이 어린 소녀가 회초리를 들고서 이빨이 다 빠지고 흰 수염이 난 노인을 쫓아다니는 이상한 광경을 보고 소녀에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소녀는 노인을 가리키며 ‘이 아이는 내 증손자인데 약을 먹을 줄을 몰라서 나보다 먼저 머리가 희어졌소.’라고 하였다. 소녀의 나이를 물었더니 395세라 하였다. 이에 사신이 말에서 내려 절한 다음 그 약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소녀는 구기자 먹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사신이 돌아와서 그 법대로 만들어 먹었더니 3백년을 살았다.”


    이는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峯類說)』에 기록된 이야기다. 

    구기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오랫동안 자생하며 그 약효가 입증된 열매이다. 하수오, 인삼과 함께 3대 명약으로 꼽히기도 하며, 중국의 진시황이 찾은 불로초가 구기자라는 설도 내려온다. 시황제가 전국의 신하를 통해 추려낸 영약의 제조법들에 구기자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이 밝혀낸 구기자의 대표적인 약효 성분은 간에 독소와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어 피로를 개선하는 베타인 성분과 눈의 노화를 막아주는 루테인, 제아잔틴 성분이다. 물론 정확한 성분명은 근래에 들어서 밝혀졌지만, 앞서 살펴본 전설들에서 볼 수 있다시피 노화를 방지하는 효험 자체는 아주 오랫동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구기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청양

    예로부터 효험 좋은 열매나 뿌리 등 귀한 약재는 잘 손질해두었다가 깨끗한 물과 함께 끓여내어 차나 탕으로 만들어 마셨다. 가열하는 과정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약재의 좋은 성분을 추출하는 좋은 방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기자의 효험을 보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열매를 찌고 말려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차로 우려내 음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재를 살 때 가장 신경 쓰게 되는 것은 품질에 대한 신뢰다. 건강하게 길러낸 약재를 제대로 손질하여야만 약재의 효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구기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의 구기자 산지인 충청남도 청양군은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건조하는 ‘구증구포’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구지자차를 만들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자 향토음식으로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산화를 억제해 약효를 간직하는 구증구포  

    구기자는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가을에 수확하는데, 여름 구기자는 검붉은 진한 색이며 가을 구기자는 홍고추처럼 빨간빛을 띤다. 오미자와 비슷하게 붉은빛을 띠기 때문에 종종 헛갈리지만, 오미자는 알갱이가 동그랗고 색이 밝은 편이며, 구기자는 알갱이가 타원형이고 색이 비교적 짙은 편이다. 특히 ‘구증구포’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만드는 구기자차는 그 색이 아주 진해져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찌고 말리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는 산화효소의 활동을 억제해서 성분의 변화를 최대한 늦추어 열매의 약효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하는 구기자차

    오랜 전설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새로이 쓰이고 있다. 최근 서양에서는 구기자를 두고 붉은 다이아몬드라고 지칭한다. 마돈나, 미란다 커 등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수시로 마시는 것으로 유명해진 구기자차는 서구권에서도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청양군과 농협은 2009년부터 구기자 수출통로를 만들어 구기자 티백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2016년부터는 일본으로의 수출을 시작했다. 지금은 그 맛과 약효가 널리 알려져 선물용으로도 많이 제작된다고 한다. 등산이나 여행길에 오를 때 생수병 한 통에 6알 정도의 구기자를 넣고 우려먹으면 차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 향긋한 차를 담은 초연다구박물관

    마음의 덕을 쌓는 다도, 그를 위한 도구, 다구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것과 달리 마음을 수련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茶事)로써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를 우리는 다도라고 한다. 따뜻한 차 한잔과 조용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다도는 8세기 중엽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을 지은 때부터 성립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 뒤로 중국부터 우리나라, 일본까지 널리 퍼졌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 말에는 차가 있었다. 9세기 전반경에 다도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고려시대에는 다도가 귀족층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으로 다소 쇠퇴하였지만 사원을 중심으로 그 전통이 이어졌다. 다도를 위해서는 차를 위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를 통틀어서 다구(茶具)라고 부른다. 찻잎 그 자체의 맛과 향도 다르기도 하지만 담아내는 용기에 따라 차의 향과 풍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차의 특성에 따라 다구의 모양과 재질을 선택한다.  


    다구를 테마로 한 초연다구박물관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외관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외관(사진출처:인천광역시)

    차를 끓여 마시는 다구를 테마로 한 박물관인 인천광역시에 있다. 초연다구박물관은 ‘차를 즐기는 문화는 세계 각지에 퍼져나갔고, 그 나라마다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차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한다. 차를 대접하는 다도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여긴다. 우리 고유의 다도문화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다구를 소장품으로 초연다구박물관이 설립되었다. 


    우리나라는 주로 자기 재질의 다구를 이용한다.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한 빛깔의 백자나 청자를,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의 분청이나 흑유를 사용한다. 초연다구박물관은 우리 고유의 다도 문화가 담겨있는 다완, 찻주전자나 찻숟가락 등 다구와 관련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서양의 다구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전시실 중앙의 고재 차탁이 차실의 분위기를 잡아준다. 소장품을 활용한 상설전시도 있지만 다구를 중심으로 그 외 소반, 규방, 표주박 등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시도 진행한다. 2023년에는 ‘일편단심 장도전’이 기획되었다. 장도는 몸에 지니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이다. 장도는 작은 크기로 허리에 차고 다니기 편리하고, 장식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신구이다. 왕실부터 장군, 선비, 서민들의 아녀자들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게 사용된 장도의 변화과정을 통해 선조들의 미적 의식과 그 안에 숨어있는 신분적인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내부 전경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내부 전경(사진출처:인천광역시)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전시물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전시물 (사진출처:인천광역시)

    다도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초연다구박물관은 다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알리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다도와 차를 주제로 한 연령별 프로그램과 차와 연결되는 다식 등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차를 마시는 예절에 관한 프로그램 등 연령별로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전시물
    인천 초연다구박물관 전시물 (사진출처:인천광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