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물새우로 끓인 충청북도의 소울푸드, 청주 새뱅이찌개

    무르익은 오곡백과를 거둬들이는 계절 가을이 깊어지면 바빠지는 생물이 있다. 바로 새우이다. 가을은 살과 영양분이 제대로 오르는 새우의 계절이다.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가을 새우의 영양이 높다는 뜻이다. 서남해안의 포구마을은 김장용 추젓을 담글 새우를 사기 위해 모여든 아낙네들로 북적인다. 포구의 한 켠에서는 프라이팬에 알루미늄 포일과 굵은 왕소금을 깔고 새우를 얹어서 구워먹는 새우구이 냄새가 오가는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도시도 다르지 않아서 가을이 되면 도심의 횟집이나 포장마차에서는 제철 새우구이가 한철장사 메뉴로 손님상에 오른다. 이와 같이 새우는 고급요리의 식재료이자 새우젓이 연상될 정도로 우리나라 젓갈의 대명사로 사랑을 받는 생물이다.

     

    충청북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못한 지역이다. 주변에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등에 둘러 싸여 있어서 물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충청북도는 수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이 의외로 많은 지역이다. 바다가 없는 대신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위치한 충청북도는 산지로부터 흘러내린 청정수로 형성된 계곡, 하천과 호소(湖沼)가 발달되어 있어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를 비롯하여 민물에 서식하는 진귀하고 다양한 생물종이 많이 나는 고장이다. 이러한 충청북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에는 도리뱅뱅이ㆍ생선국수ㆍ올갱이국ㆍ어죽ㆍ민물비빔회ㆍ민물매운탕ㆍ빙어튀김ㆍ참마자조림 등 모두 청정하천에서 나는 수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이 있다. 

     

    민물에서 나는 수산물을 이용한 충청북도의 향토음식 중에는 새우를 재료로 만든 음식이 있는데 바로 새뱅이찌개이다. 새뱅이는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새우아목 새뱅이과에 속하며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민물새우로 길이는 2~3cm이며 흑갈색을 띈다. 산란을 준비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본격적으로 영양분과 살이 오르는 11월 초에서 이듬해 1월말까지가 포획기이며,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가 산란기이다. 새뱅이는 민물새우를 부르는 충청도 지방의 방언이다. 토하젓이 많이 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생이’, ‘새비’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토하(土蝦)라고 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에는 “니하(泥鰕)와 천하(川鰕) 같은 것은 냇가와 계곡, 강과 호수에서 사는 것이다. 바다에서 나는 것처럼 많지 않아서 사람들도 부엌을 채우는 일이 드물다(若泥鰕川鰕之生川溪江湖者 不如海産之多 人亦罕充庖廚也)”고 하였다. ‘부엌을 채우는 일이 드물다’는 것은 음식재료로 쓰고 싶어도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어서 귀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새뱅이로 담근 토하젓은 밥도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좋아서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고급식품이었다. 물론 바다에서 나는 새우에 비해 양이나 크기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담백하고 고소한 감칠맛에 있어서만큼은 바다새우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새뱅이는 괴산군의 달천과 안흥골 저수지, 옥천군의 계룡굴 소류지, 청원군의 큰외골 저수지, 보은군 삼가 저수지 등이 주산지이다. 예전에는 논의 도랑이나 둠벙에도 많이 서식하여 ‘둠벙새우’로도 불렸던 새뱅이는 ‘관행농법’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관행농법은 유기농의 상대개념으로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 농기계 등을 사용하는 농사법을 말한다. 관행농법의 시행으로 농업생산량은 증가하였지만 환경오염이라는 반대급부를 가져왔다. 농약이나 살충제에서 유출된 화학물질에 오염된 농촌의 하천, 저수지의 변화된 환경은 새뱅이를 비롯하여 1급수에만 사는 어족(魚族)의 감소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편 1970년대에 도입된 이래 하천 생태계의 파괴자로 지목된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의 포식성도 새뱅이의 개체 수 감소의 한 요인이 되었다. 배스가 가장 선호하는 먹이생물이 새뱅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전라남도에서는 무공해농사지역에 민물새우 양식장을 조성하여 1급수의 물을 흘려보내 새뱅이를 양식하기도 한다.

     

    충청북도 청주시는 예로부터 충청도 선비의 고장답게 자극적이지 않고 온화한 풍미의 향토음식이 발달한 지역이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여 바다와 멀지만 도심을 흐르는 무심천과 미호천을 비롯하여 대청호와 충주호 등지의 수산물을 이용한 도리뱅뱅이, 생선국수, 올갱이국 등 충청북도의 대표 향토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새뱅이찌개도 그 중 하나이다. 특히 새뱅이찌개는 옛날에 할머님이나 어머님들이 투가리에 토장을 풀고 나박하게 썬 무와 호박과 함께 새뱅이를 한 움큼 넣고 화로에 얹어 보글보글 끓여 주시던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대개 다른 종류의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멸치장국이나 고기육수 등을 이용하는데 반해 새뱅이찌개는 새뱅이에 풍부하게 함유된 아미노산 성분으로 인해 별도의 장국 없이 맹물에 끓여도 그 자체로 국물의 풍미를 더해 준다. 새뱅이는 새뱅이튀김, 새뱅이매운탕과 같은 음식으로 조리되기도 하고, 어죽(魚粥)이나 각종 민물고기매운탕, 다양한 찌개의 부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새뱅이로는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새뱅이로 담근 전라남도 강진군의 ‘옴천 토하젓’은 전라남도의 특산물로 유명하다.

  • 쌀뜨물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우려낸 충청북도 청국장찌개

    우리 전통음식문화에서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유독 발효식품이 발달한 것을 들 수 있다. 현재 한국인은 고도로 발전한 정보통신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의복과 주거 형태는 완전히 서구화되었지만, 식생활만큼은 지금도 조상들이 영유하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아직도 우리 식생활에서 발효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는 우리 음식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기본재료이다. 새우젓이나 조개젓과 같은 젓갈류는 양념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서 반찬으로도 이용된다. 김치와 장아찌 같은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도 장류나 젓갈류를 이용하여 만든 2차 발효식품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된장이나 젓갈과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삼국사기』의 신라본기(新羅本紀) 683년(신문왕 3) 기사에는 신문왕(神文王)이 김흠운(金欽運)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보낸 폐백품목 중에 ‘醬(장)∙豉(시)∙醢(해)’가 확인된다. 醬은 장류, 豉는 메주, 醢는 젓갈을 의미하는 한자이므로, 이미 삼국시대부터 메주, 장류, 젓갈을 식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늦은 시기인 17세기 무렵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고추장을 제외하면 우리의 발효식품문화는 최소한 천삼백 여 년이 훨씬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통 발효식품 중에서 된장이나 간장과 같이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류는 오랜 역사를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와 종류로 분화되고 발달되었다. 장류는 크게 숙성장(熟成醬)과 속성장(速成醬)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숙성장은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에 담가 숙성을 시킨 후 장으로 만드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된장과 간장이 해당하며 숙성장은 보존기간이 길어서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다.

     

    속성장은 찌금장ㆍ빠금장ㆍ빠개장ㆍ비지장ㆍ깻묵장ㆍ볶음장ㆍ시금장ㆍ보리장ㆍ무장ㆍ담북장 등 이른바 ‘즙장(汁醬)’에 기원을 두고 있는 장류를 말한다. 즙장은 말 그대로 ‘물기(汁)가 많은 장’이라는 뜻으로 짧은 시간 내에 숙성시켜서 바로 먹는 장류이다. 다만 속성장은 장을 만들 때 수분이 많은 야채를 넣기 때문에 각기 다양한 맛을 지니지만 염도(鹽度)가 낮아져서 보존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속성장은 『산가요록(山家要錄)』(1450), 『색경(穡經)』(1676),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 『농정회요(農政會要)』(1830) 등 조선시대 여러 고문헌에 그 제조법이 소개되어 있다. 현재는 찌금장과 같은 속성장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현재도 우리 식탁에 오르는 청국장이 바로 속성장에 속하는 장류이다.

     

    청국장은 그 유래가 특이한 장이다. 청국장(淸國醬)의 명칭을 풀어보면 ‘청나라의 장’이라는 데서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청국장은 ‘전시(戰時)에 만들어진 장’이라는 뜻의 전국장(戰國醬)이라는 별칭도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가 들여온 군수품 가운데 하나가 단기간 내에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운반하기 좋은 청국장이었다. 18세기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조전시장법(造煎豉醬法)’이라 하여 청국장 만드는 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햇콩 1말을 삶은 뒤 짚으로 만든 자리에 싸서 온돌에 3일 동안 두어 실이 생기면 꺼낸다. 이와는 따로 콩 5되를 볶아 가루를 낸다. 짚에 싸두었던 콩을 절구에 넣고 찧으면서, 가루로 만든 콩에 소금을 조금 섞은 다음 절구에 넣고 함께 찧는다. 자주 맛을 보아서 맛이 약간 싱겁더라도 너무 짜게 하지 않는다. 다 찧은 것을 꺼내어 가지, 동아, 무, 오이 등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주둥이를 막고 묻는다. 하루 지나서 꺼내 먹는다.

     

    또한 청국장에 넣는 오이나 가지 등 수분이 많은 야채 따위는 소금을 쳐서 꾸들꾸들해지면 물에 씻어 말린 다음 항아리에 넣고, 장이 만들어지면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라는 유의사항까지 적고 있다. 

     

    청국장으로 만든 청국장찌개는 예전에는 양질의 콩이 생산되었던 충청북도의 향토음식이었다. 충청북도 동쪽의 단양군, 괴산군, 보은군, 영동군 등은 소백산맥이 지나는 줄기에 위치한 지역으로 콩이 생장하기 좋은 서늘하고 건조한 지형을 갖추었다. 품질이 좋은 콩으로 띄운 청국장을 충청도 지역에서는 ‘퉁퉁장’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도 불렀다. 아마도 청국장이 끓을 때 나는 소리에서 생긴 별칭인 듯하다. 

     

    충청북도 외에 소백산맥에 인접한 경상북도나 전라북도 등지에서도 청국장찌개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각기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다. 전라북도를 비롯한 전국의 청국장찌개는 보통 멸치 육수에 김치와 두부, 다진 마늘, 양파, 풋고추 등을 넣고 끓인다. 이에 반해 충청북도의 청국장찌개는 멸치육수를 쓰지 않고 쌀뜨물에 양념 된 소고기와 김치를 넣고 끓이다가 청국장을 풀어 넣고, 두부와 풋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멸치육수를 쓰면 맛은 더 풍부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충청북도의 청국장찌개는 잡내를 제거하는 기능을 지닌 쌀뜨물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재료들이 청국장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청국장 본연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살리기 위한 지혜의 소산이라 할 수 있겠다.

  • "고추장 한 스푼과 채소를 탈탈 넣어 끓인 미꾸라지 털레기"

    오래되지 않았다. 30년 전만 해도 고양의 논두렁에는 싱아가 있었다. 먹을 것이 흔치 않던 시절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싱아를 똑똑 따먹었다. 큰 수로의 진흙에는 갈게도 숨어 있다. 게구멍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가는 눈물을 빼게 된다. 장마 때는 마당 한가득 미꾸라지들이 꼬무락거릴 때도 있었다. 어른들은 하늘에서 미꾸라지가 떨어졌다며 아이들을 놀렸다. 논두렁을 타고 올라온 것인 줄 알면서도 허기진 날에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말복이 지나면 벼의 이삭이 세 살이 된다.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할 때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논의 물을 빼야 한다. 논물이 자작자작해질 때, 동네 꼬맹이들은 뜰채를 들고 논에 모였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는 것이다.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미꾸라지를 뜰채로 떠서 그릇에 쏟아붓는다. 손을 재게 움직이면 덩달아 신이 났다. 하도 흔하니 돼지와 닭의 먹이로도 주었다. 영악한 아이들은 그것을 들고 장에 나가 엿과 바꿔 먹었다.


    뜨거운 여름날의 천렵은 놀이와 같다. 미꾸라지의 길목에 투망을 치고 기다리면 시커먼 미꾸라지들이 한가득 걸렸다. 냄비와 고추장만 있으면 된다. 채소는 지천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 좋게 준비한 마른국수를 살살 펼쳐 끓이면 배가 불룩해진다. 그렇게 천렵 몇 번을 다니면서 여름은 쉽게 지나갔다.


    고양의 미꾸라지 조리법은 독특하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요리한다. 미꾸라지를 넣고 끓이다가 고추장을 푼 물에 채소를 탈탈 털어 넣는다. 그래서 ‘미꾸라지 털레기’라고 부른다. 미꾸라지는 여름뿐만 아니라 봄, 가을에도 잡았다. 겨울에는 논두렁의 진흙을 파서 잠자던 미꾸라지를 꺼내 먹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사철 먹었던 것도 같다.

    아버님이 투망을 잘 치셔. 친구분들을 그냥 너무 좋아하셔서 대여섯 명이 죄 오시는 거야. 그러면서 ‘애미야, 털레기 끓여라.’ 그때는 까만 무쇠솥이 있었어요. 집에 있는 채소를 다 집어넣고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거야. 우리 어머니가 고추장을 잘 담그셨거든. 당시 이만한 항아리로 네 말, 일 년에 두 항아리를 없앴어.

    가을 미꾸라지는 알이 차서 더욱 맛이 있다.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여 무더운 여름 내내 잃었던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미꾸라지의 맛을 아는 이들은 미꾸라지 털레기를 먹기 위해 고양의 작은 골목을 찾는다.


    아버님 덕분에 식당을 차리고 어머님의 장맛 덕분에 장사를 잘 할 수 있었다. 동화식당의 노부부는 얼마 전 87세를 일기로 하여 떠난 노모가 그립다. 노모의 손맛에는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20여 년 동안 자연산 미꾸라지를 찾아 전국을 떠돌던 아들도, 어머니의 장맛을 지켜보던 며느리도 이제 육십이 넘었다. 미꾸라지 털레기 맛의 비밀은 구수한 장맛이다. 거기에 오랜 시간 치댄 쫄깃한 수제비. “이 사람 손봐, 다 구부려졌어.” 아내의 손을 잡는 남편의 손도 거칠기는 마찬가지인데. 노부부의 모습을 보니 그 장맛, 미꾸라지 털레기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의 웃음이 나온다.

    고양 미꾸라지털래기
    고양 미꾸라지털래기


    ■ 도움 주신 분

    '동화식당'의 오상용(남, 63) 목경례(여, 61) 부부

  • 멸치는 더 이상 식탁의 엑스트라가 아니다, 남해 생멸치찌개

    멸치는 우리 식생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식재료이다. 멸치로 담근 멸치젓은 김치의 중요한 재료이고, 말린 멸치는 국물 내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다. 그 외에 멸치는 반찬과 간식, 안주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멸치는 골격형성과 뼈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칼슘과 빈혈 예방에 좋은 철분의 함량이 어패류 중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혈관 질환 예방과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EPA와 DHA 함량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유익하다. 또한 단백질의 합성과 성장촉진 및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핵산의 함량이 많아 최고의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


    멸치의 이름은 옛 문헌에 의하면 멸아(鱴兒), 멸어(蔑魚), 추어(鯫魚), 행어(行魚)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멸치가 대량으로 어획되는 어종이라는 사실이 고문헌에 나타나고 있다. 1803년에 김려(金鑢)가 지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멸치를 멸아(鱴兒)라 표기하면서 19세기 초반에도 많이 잡히고 있는 어종이라고 밝히고 있다. 1814년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멸치의 명칭을 추어(鯫魚)라고 하고 속명으로는 멸어로 부른다고 하였다. 또한, 그 용도에 대해서는 “국을 끓이거나 젓갈을 담그고, 말리기도 하고, 고기잡이 미끼로도 사용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멸치는 그 다양한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꽤나 천대를 받았던 물고기이다. 조상들조차도 멸치의 이름을 멸망할 ‘멸(滅)’자나 업신여긴다는 뜻을 지닌 ‘멸(蔑)’자를 써서 멸아(鱴兒), 멸어(蔑魚)라고 호칭하였다. 그런 멸치가 더는 우리 식탁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활약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생멸치찌개이다. 생멸치찌개는 내장을 제거한 생멸치와 채소에 물을 부어 얼큰하고 자작하게 끓이는 찌개로 경상남도 남해안 일대의 향토 음식이다. 주로 멸치가 많이 잡히는 경상남도 남해군과 거제시, 부산광역시 기장군 등이 생멸치찌개를 비롯하여 생멸치를 이용한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고장이다.

    손질된 남해 멸치
    손질된 남해 멸치
    남해 지족해협의 죽방렴
    남해 지족해협의 죽방렴

    경상남도 남해군의 생멸치찌개가 유명한 이유는 독특한 멸치잡이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멸치잡이는 통상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어획하는 방식을 쓴다. 반면에 남해군에서는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죽방렴(竹防簾)을 이용한 전통 조업방식이 행해지고 있다. 죽방렴은 간조의 차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개펄에 대나무나 참나무를 촘촘히 박아 놓은 ‘어살’ 또는 ‘어전(漁箭)’을 말한다. 그물로 잡은 멸치는 떼어내는 과정에서 그물을 털기 때문에 멸치가 그물에 찢기거나 상하는데 반해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그물을 사용하지 않고 통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온전한 형태의 멸치를 얻을 수가 있어서 이른바 ‘멸치의 귀족’으로 통하고 있다.

    멸치찌개
    멸치찌개
    멸치쌈밥
    멸치쌈밥
    멸치회 무침
    멸치회 무침

    재료

    생멸치, 고추, 대파, 시래기, 양파, 된장, 고추장, 물

    조리과정
    1. 1. 생멸치의 내장을 빼낸 다음 깨끗하게 씻는다.
    2. 2. 물에 마른 멸치를 넣고 끓여서 육수를 만든다.
    3. 3. 시래기를 살짝 데쳐서 물기를 꼭 짜낸 다음 적당한 길이로 썰어 놓는다.
    4. 4. 고추와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놓고, 양파는 채를 썬다.
    5. 5. 멸치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멸치와 시래기, 다진 마늘, 양파를 넣어 끓인다.
    6. 6. 5에 고춧가루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대파, 고추를 넣고 국물이 바특해질 때까지 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