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풍명월의 고장에서 맛보는 향어회의 매콤한 맛, 제천 민물비빔회

    우리나라는 지형의 70%가 구릉과 산지로 이루어진 산지국가여서 하천이 발달하고 국토의 삼면이 바다에 접한 반도지형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환경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환경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농축수산물과 임산물이 풍부하게 산출되었다. 산과 평야, 바다와 하천에서 나는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식재료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발달시키는 바탕으로 작용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은 바다와 육지가 접하고 산과 하천이 조화를 이룬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지역이 있는데 바로 충청북도이다. 충청북도는 사방이 온통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등 내륙에 둘러 싸여 있다 보니, 예로부터 바다에서 나는 소금이나 해초류, 바닷물고기 등이 귀하였다. 해산물은 인근 충청남도나 강원도, 경상도 등지에서 건조 혹은 염장된 형태로 공급되었다.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지역의 향토음식도 당연히 수산물보다는 임야에서 나는 농산물이나 임산물 위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충청북도의 전통음식 중에는 수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하였다. 예를 들면 오래전부터 충청북도 옥천군의 명물로 알려진 생선국수는 제주도의 생선국수와 더불어 우리나라 생선국수의 양대 산맥으로 유명한 음식이다. 또한 도리뱅뱅이와 올갱이국, 새뱅이찌게는 충청북도의 향토색이 짙은 전통음식이다. 이외에도 참마자조림ㆍ참붕어찜ㆍ어죽ㆍ빙어튀김ㆍ메기매운탕ㆍ메기찜 등 다양한 향토음식이 즐비하다.

     

    옛 속담에 ‘이 없으면 잇몸’,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듯이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는 대신 청정하천에 서식하는 다종다양한 민물생선을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할 수 있었다. 충청북도는 태백산맥에서 분기한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위치하여 속리산, 월악산 등지에서 발원한 청정하천이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하천의 상류지역이어서 수질이 좋아 1급수에 서식하는 민물고기가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앞서 예를 든 생선국수도 제주도에서는 바다생선인 도미를 사용하지만 충청북도에서는 민물에서 잡은 모래무지ㆍ빠가사리ㆍ메기 등을 이용하여 만든다. 충청북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도리뱅뱅이도 피라미나 빙어를 조린 음식이고, 올갱이국은 다슬기, 새뱅이찌게는 민물새우를 재료로 만든다. 

     

    충청북도는 우리나라 중부지역의 대형하천인 한강과 금강이 강의 모습을 갖추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은 발원지가 강원도 태백이지만 충청북도에서 비로소 본격적인 강의 모습을 갖추고 충주지역을 지나 경기도로 흐른다. 전통적으로 수운교통이 발달하였던 우리나라는 남한강으로 인해 조선시대까지 내륙 물류의 최대 거점이었던 가흥창(嘉興倉)이라는 조창(漕倉)이 충주(忠州)에 설치될 정도였다. 전라북도 진안고원에서 발원한 금강도 충청북도 영동군과 옥천군을 경유하면서 미호천과 같은 대형하천과 합류하여 본격적인 강으로 발달한다.

     

    충청북도는 하천지형이 발달한 자연환경과 함께 근현대 시기에 들어서는 남한강 수계에 충주댐이나 금강 수계에 대청댐 등이 건설되면서 형성된 충주호나 대청호 등 대형 담수호에는 내수면 어업의 일종인 가두리양식장과 같은 양식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충주호는 1980년에 착공하여 1986년에 완공된 충주댐으로 조성된 인공 호수로 충청북도 충주시와 제천시의 두 행정구역에 걸쳐 위치하며, 향어와 무지개송어 같은 외래어종을 양식하는 내수면 어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한편 충주호에서 잡아 올린 향어나 송어 등은 각종 요리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현지에서 청풍향어비빔회로 더 유명한 민물비빔회는 향어 살을 회를 떠서 각종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 양념에 비벼먹는 제천시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향어는 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유럽이 원산지로 독일에서 장기간 개량한 품종이다. 이스라엘에서 이식되었다고 해서 이스라엘잉어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로는 양식업자들이 향어(香魚)라고 부르면서 아름다운 이름이 생겼다. 향어는 생태환경이 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이 펄로 된 호수나 하천 등에 산다. 환경적응력이 뛰어나고 잡식성이어서 먹이를 가리지 않으므로 토종 잉어보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살이 많아 경제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이스라엘 농무성에서 도입하여 1978년 전국의 대형호수에서 대규모 양식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에 완공된 충주호에서도 향어 가두리 양식이 성행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상수원의 수질보호를 위해 민물 가두리양식장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방류되어 자연적으로 번식한 향어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회(膾)는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는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이다. 흔히 회라 하면 바닷물고기의 살을 얇게 떠서 먹는 이른바 ‘사시미(さしみ, 刺身)’를 연상하게 되고,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물고기를 비롯한 수산물을 회로 먹는 음식문화가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옛 문헌을 통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민물비빔회와 같이 민물고기를 회로 만들어 먹는 풍속도 고려 시기의 문헌에서 확인된다.

     

    특히 고려 말의 성리학자로서 고려의 수도 개성에 거주하였던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포어행(捕魚行)」이라는 시에서 비오는 날 송악산(松岳山)의 개울에서 노복들을 시켜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회를 쳐서 매운 양념에 곁들여 먹는 광경을 묘사하였다.

     

    송악산에 밤비 내려 개울물이 넘쳐나자, 강물의 고기 떼가 거슬러 올라오니, 건장한 종들이 양쪽 개울가에서 가는 그물을 잡을 제, 모래는 희고 물은 맑아 손바닥을 보는 것 같구려. 매운 양념 찧고 회 치는 걸 어찌 더디 하길 즐기겠는가. 소반 가운데 이미 아가미가 서로를 향했네(松山夜雨溪水漲 江中羣魚泝流上 豪奴細網卷兩岸 沙白水淸如指掌 搗辛斫膾那肯遲 盤中已見腮相向)

     

    당시 이색이 개울에서 잡은 고기를 회로 쳐서 어떠한 매운 양념에 찍어 먹었는지 혹은 버무려먹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민물생선회를 먹는 유구한 전통이 오늘의 민물비빔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향어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민물비빔회 이외에도 찜, 탕, 튀김 등 다양하게 요리되고 있다. 제천시는 충주댐 건설 당시 충주호에 많은 지역이 수몰된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을 기념하여 충주호보다는 ‘청풍호’로 부르기를 희망하여 충주호 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청풍호 주변의 향어를 전문으로 요리하는 식당들에서는 민물비빔회와 향어회 뿐만 아니라 송어회, 메기매운탕, 쏘가리매운탕 등 다양한 민물생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 중국황제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던 생선, 인천 밴댕이회무침

    인천 밴댕이회무침

    우리 선현들의 지혜와 교훈이 담긴 속담 가운데 물고기를 주제로 한 속담도 적지 않다. 그러한 속담 중에 밴댕이에 빗대어 ‘밴댕이 소갈딱지’니 ‘밴댕이 콧구멍’이니 하는 다소 민망한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주로 성품이 옹졸하거나 품행이 쩨쩨한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성정이 급한 밴댕이는 그물에 걸리면 그 성질을 이기지 못해 바로 죽어 버린다. 그래서 어부들조차 여간해서는 살아 있는 밴댕이를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밴댕이 속담과 의미는 밴댕이의 급한 성질과 작은 내장구조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밴댕이는 인간에게 고마운 물고기이다. 보통 생선은 몸통의 반 이상이 내장으로 가득차서 이를 다 빼내버리고 등뼈에 붙어 있는 살코기를 이용한다. 이에 반해 밴댕이는 그냥 통째로 먹어도 무방할 정도로 내장이 거의 없는 대신 살코기로 가득 찬 몸통을 인간에게 내어주기 때문이다.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약 15cm 정도이다. 몸통은 옆으로 납작하며 가늘고 길다. 등은 청록색,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띤다. 몸집이나 비늘, 색깔 등으로 보면 멸치와 유사하지만 멸치보다 더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에서 차이가 있다. 말린 멸치와 더불어 해물육수의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 ‘디포리’는 밴댕이의 남해안 지역 방언이다.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어명고(魚名攷)에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늑어(勤魚)가 우리나라의 소어(蘇魚)라고 밝히며, 한글로 ‘반당이’로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이 반당이가 변화하여 밴댕이로 불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밴댕이의 식용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것도 중국 황제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조선 밴댕이의 맛은 유명하였다. 『세종실록』 1424년(세종 6) 7월 8일 기사에는 명나라의 전성기를 연 제3대 황제 영락제가 조선의 사신에게 분부한 내용 중에 밴댕이가 언급되고 있다.

     

    노왕(老王)은 지성으로 나를 섬기어 말린 생선에 이르기까지 진헌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지금의 소왕(小王)은 지성으로 나를 섬기지 않았다. (중략) 짐은 늙었다. 먹고 마셔도 맛이 없으니 밴댕이[蘇魚]와 붉은 새우젓, 문어 같은 것을 가져다 올리게 하라(老王以至誠事我 至於乾魚 無不進獻 今小王不以至誠事我 朕老矣 食飮無味 若蘇魚 紫蝦醢 文魚 須將來進)

     

    요즘 말로 치면 중국 황제가 즉위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20대 후반의 젊은 조선 국왕에게 ‘갑질’을 한 내용이다. 영락제는 세종의 부왕(父王)인 태종(太宗)은 황제를 알아서 잘 섬겼는데 세종은 그러지 않다는 내용이다. 그러고 나서 입맛이 없으니 밴댕이와 자하젓, 문어를 바치라고 하였다. 실제로 조선의 서해에서 나는 밴댕이와 새우젓, 동해에서 나는 문어는 중국에서도 귀하게 여기는 식품이었다. 같은 실록 1429년(세종 11) 7월 19일 기사에 명나라에 조공할 해산물의 품목 가운데 문어 2백 마리, 밴댕이 5백 근, 밴댕이젓 3항아리, 자하젓 4항아리가 들어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젊은 세종을 ‘참교육’하려던 늙은 황제는 불과 한 달 후에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오뉴월 밴댕이’라는 속담이 있다. 변변치 않아도 때를 잘 만났다는 것에 빗댄 말인데, 그야말로 단오 무렵의 오뉴월 밴댕이를 최고로 쳤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응희(李應禧)의 『옥담시집(玉潭詩集)』에는 ‘밴댕이[蘇魚]’라는 시를 통해 밴댕이가 조선시대에 사랑받는 물고기였음을 알 수 있다. 


    세월이 단오절에 가까워지면 月近端陽節

    고깃배가 바닷가에 가득차네 漁船滿海湄

    밴댕이가 시장입구에 가득 쌓이니 蘇魚塡市口

    은빛 눈이 마을길을 덮었구나 銀雪布村岐

    상추에 싸 먹으면 맛이 뛰어나고 味絶包苣食

    보리밥 먹을 때도 단맛이 나네 甘多麥飯時

    농가에 이것이 없다면 田家無此物

    생선 맛을 능히 알기에는 부족하리라 鮮味少能知

     

    오랜 역사를 거치며 사랑을 받아온 밴댕이는 크기만 작을 뿐이지 맛은 농어나 민어에 못지않아서 예로부터 구이ㆍ무침ㆍ조림ㆍ찌개ㆍ찜ㆍ탕ㆍ회 등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이용되었다. 밴댕이를 이용한 식품 가운데 밴댕이구이와 밴댕이젓이 일반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추에 싸 먹으면 맛이 뛰어나다고 한 이응희의 시에서도 밴댕이회의 맛을 극찬하고 있다. 특히 뼈째 잘게 썬 밴댕이회와 그것을 매콤한 양념에 무친 밴댕이회무침은 오래전부터 인천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천광역시의 향토음식이다.

     

    인천광역시는 ‘밴댕이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밴댕이골목이 많다. 그중에 가장 오래된 곳은 인천역 건너편 북성동 차이나타운 옆 오르막길로 된 골목에 밴댕이집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인천항의 부두노동자들과 인근 공장지역의 노동자들이 서해에서 무진장 잡히는 값싼 밴댕이를 뼈째 썬 막회를 안주삼아 목을 축이던 곳이었다. 북성동 밴댕이골목은 그 오랜 역사만큼 오래된 밴댕이집들이 많다. 그중에 ‘제1호 수원집 밴댕이회’라는 빨간 바탕에 흰 글씨의 간판이 달린 작은 식당이 이 골목의 노포(老鋪)이다. 이곳은 6.25 전쟁이 끝날 무렵 ‘인민군집’이라 불리던 고(故) 이기택씨의 가게를 당시 종업원으로 일하던 신태희 씨가 물려받아 지금의 ‘수원집’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인천 밴댕이회 거리
     

    오랜 역사와 향수를 지니고 있는 북성동의 밴댕이골목은 인천광역시의 구도심에 위치한다. 한편,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는 인천광역시청, 인천지방경찰청,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의 주요 공공기관과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및 각종 유명 백화점 등 교통편의시설이 들어선 2천 년대 이후 인천의 신도심으로 부상한 지역이다. 이곳 구월3동 일대에 형성된 밴댕이골목은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왕래하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밴댕이구이, 밴댕이회, 밴댕이회무침 등을 단품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다양하게 맛볼 수 있도록 ‘회+무침+구이’와 같은 세트메뉴로도 판매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로 일대는 ‘연안부두 밴댕이 회무침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연안부두 옆 3층짜리 해양센터에는 198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한 밴댕이집들이 모여서 밴댕이회무침을 대표음식으로 연안부두를 찾는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소문나 있다. 바다와 바로 접하고 있기 때문에 서해안의 전경을 감상하면서 밴댕이를 배, 야채 등과 함께 매콤하게 무친 밴댕이회무침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

  • 다섯 번만 먹으면 무더위 보약 필요없는 자리돔 물회

    자리라고도 부르는 자리돔은 도미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5월부터 8월까지 제주도 연안에서 잡힌다. 한자리에 모여 살아 ‘자리’라고 불리는데 "오글오글 떼를 지어 몰려다니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고 뜬다"라고 한다.

    자리물회
    자리물회

    6월에서 7월 중순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가 자리돔의 제철이고 가장 맛이 오를 때이다. 7월 하순이 되면 자리돔은 산란기에 들어가 맛이 떨어진다. 제주에서는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무더위 보약이 필요 없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철의 주요 반찬이었다. 자리는 크기가 작은 생선이어서 가시가 가늘고 맛 또한 고소하며, 회로 먹거나 무침 물회, 또는 구이, 젓갈로도 이용된다.


    크기가 큰 자리돔은 소금을 뿌려 통째로 구워 먹고, 물회는 ‘쉬자리’라 부르는 작은 자리를 재료로 만든다. 모슬포 지역에서 잡히는 자리돔은 색이 짙고 뼈가 억센 편이라서 소금구이에 적당하며 서귀포 근해에서 잡히는 자리돔이 크기가 작으며 가시가 연해서 날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뼈째로 썰어 물회로 만들어 먹기에 적당하다.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물회

    물회는 자리의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떼어 낸 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뼈째 썰어서 각종 채소와 된장 등의 양념을 버무리고 물을 부어 만든다. 제주에서 물회를 만드는 방법은 다른 지역하고는 차이가 있다. 동해안 지역의 물회는 식초와 설탕과 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맛을 내는 데 비하여 제주에서는 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 요즘에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더 많이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매운맛이 강해졌다.


    기호에 따라 톡 쏘는 매운 향과 상쾌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 향신료인 초피나무 열매를 넣기도 하는데 제주에서는 ‘제피’라고 한다. 특히 된장과 제피썹(초피나무 열매 잎)은 자리의 비린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자리물회에 들어가는 식초는 과거에는 쉰다리 식초로 맛을 냈으나 그 후 빙초산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빙초산 사용이 금지되어 일반 식초를 사용한다.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물회는 제주도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 향토음식이다.


    재료

    자리돔, 오이, 미나리, 배, 양파, 부추, 깻잎, 고추,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된장, 고추장, 설탕, 식초, 레몬즙, 참깨, 고춧가루, 후추, 몹

    조리과정
    1. 1. 자리는 비늘과 내장, 머리를 제거한 후 채를 썬다.
    2. 2. 오이, 미나리. 배, 양파, 깻잎은 가는 채를 썰고, 부추와 고추는 송송 얇게 썬다.
    3. 3.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된장, 고추장, 설탕, 식초, 레몬즙, 참깨, 고춧가루, 후추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 후 적당히 물을 부어 국물을 만든다.
    4. 4. 썰어 둔 자리와 채소를 그릇에 담은 후 준비해 준 국물을 붓는다.
  • “덜큰한 바다 꿀 생각에 통영 박신장을 가다”

    콧등 시린 찬바람이 불면 노릇하게 절여진 배춧잎으로 굴을 감아 먹을 때이다. 전국적으로 굴 생산지 1위를 기록하는 통영. 오밀조밀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바다. 박경리 추모공원에서 보이는 통영 바다는 푸르다.


    연안(沿岸)의 인평동 길목에는 굴껍질이 산을 이룬다. 어떤 것은 길을 따라 늘어선 모양이 담장처럼 멋스러워 보인다. 버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일론 줄에 꿰어놓은 굴껍질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대기 중이다. 4~5월, 봄이 되면 바다 어디쯤 굴 채묘(천연 또는 인공 종묘 생산의 한 과정)가 잘 되는 곳에 내려질 것이다. 바다 깊이 말뚝을 박고 굴껍질을 맨 굴줄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부표에 고정시킨다. 부표는 굴줄이 있는 곳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가라앉음 정도로 굴의 무게를 짐작하게도 한다. 통영 바다에 흰 부표가 많은 이유이다.

    줄에 꿰놓은 굴껍질
    줄에 꿰놓은 굴껍질
    채묘 할 굴껍질을 싣고 가는 배
    채묘 할 굴껍질을 싣고 가는 배

    대체로 10월부터 굴 줄을 걷기 시작하는데 알이 작으면 해를 넘겨 2월까지 작업을 한다. 이른 아침 작업을 시작하면 점심 때 끝난다. 굴 줄에는 해초와 홍합, 미더덕 등이 달라붙어 있다. 그것들을 제거하고 세척하여 굴껍질만 커다란 자루에 담는다.

    우리는 꿀, 통영사람들은 모두 꿀이라고 합니다. 경상도 발음이 억세서 그런 것도 있고 바다의 꿀이다 해서 그리 부릅니다. 꿀은 물이 들어가고 나가는 곳에서 단련시킵니다. 저기 줄을 맨 꿀 껍데기를 가지고 와서 30m 간격으로 꿀을 달아 키웁니다. 저 밑에 꿀 하나 떠 있는 곳에 부표에 하나씩 100m~200m, 열 개. 저건 양식 면허가 있어야 하고 꿀밭이라고 하죠. 옛날에 멀리 조업 나갈 때 뱃일하면서 충무김밥 많이 먹었습니다. 김만 하나 싸고 그냥 김치, 오징어, 섞박지 이런 거는 상하지 않으니까요. 요즘은 뭐, 간단하게 소주 한잔하고 끝날 일인데요.

    은하수산 김홍관(남, 58세)씨는 육지에서 농작물을 키우듯 바닷사람들에게 바다는 밭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육지의 농작물을 키우듯이 성장촉진제를 주거나 동물사육 하듯이 사료를 주는 것은 아니다. 굴이 먹는 것은 바닷속에 사는 플랑크톤과 유기물이다. 바다에 두면 굴껍질에 자연 채묘가 되고 시간과 자연이 굴을 키운다. 그래서 바다가 깨끗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태풍이 가끔씩 올라와야 해요. 태풍이 바다 밑바닥까지 뒤집어주면 깨끗해지죠. 바다 청소를 안 해주면 유독가스가 올라와서 굴이 잘 크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오면 안 되죠. 껄껄껄.

    굴껍질 까기
    굴껍질 까기

    굴껍질을 전문적으로 까는 곳, 박신장. 박신(剝身)은 껍질을 벗긴다는 뜻으로 굴껍질을 벗기는 장소, 굴껍질 까는 공장을 의미한다. 새벽 4시, 박신장에는 굴껍질 까는 아주머니들로 분주해진다. 작업에 집중하는 4~50명 아주머니들의 손은 날래다. 두 번의 손놀림에 상처 하나 없는 굵은 굴을 거친 껍질에서 떼어낸다. 짧은 무쇠 칼날은 굴눈을 정확히 찾아 위 껍질을 젖히고 굴의 관자를 단숨에 떼어낸다. 필자는 굴눈이 어디 있는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순식간에 한 바가지 가득 굴을 채운다. 이렇게 오후 4시까지 열두 시간을 서서 일한다. 무게에 따라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지런히 하면 그만큼 더 벌 수 있다. 각굴(석화)을 작업장 위에 쏟아내고 밀어내는 소리와 자그락 껍질을 까는 소리만 들린다.

    여 눈이 있어. 고기를 콕 찔러서 칼을 돌려. 알이 상하면 안 돼. 아이구, 이것도 한 철만 하니까 하는 거야. 좀 더 있으면 손 시룹고 문 열고 있으니 춥지. 그래도 일한 만큼 버니까 좋아. 이리 벌어도 다 약값으로 드간다.

    필자에게 입담을 늘어놓으시는 아주머니는 굴 까는 방법을 설명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는다. 그녀의 단단한 어깨가 숙련된 솜씨임을 증명해 준다. 우리가 먹었던 굴 한 봉지에는 이들의 노고도 담겨 있었던 것이다.

    생굴
    생굴

    껍질을 제거한 굴은 세척작업을 해야 한다. 굴껍질을 깔 때 섞여 들어간 껍질 부스러기나 오물 등을 ‘쩍’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제거해야 온전한 상품이 된다. 싱싱한 굴들은 당일 오후 5~6시면 위판장에서 경매한다. 그리고 마트나 시장을 통해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오게 된다.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오는 시간은 길어야 3~4일이다.


    이제 우윳빛 굴국밥을 먹으러 가보자. 그런데 통영에는 굴국밥이 흔하지 않다.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있었다. 이는 굴국밥보다 복국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결국은 굴국밥을 먹지 못했다. 대신 굴전과 굴무침, 굴숙회를 맛보았다. 먼저 생굴을 한입 물어 보자. 생굴이 볼록한 배에 담아두었던 덜큰한 바다를 뱉어낸다. 다음은 홀홀 불어먹어야 하는 갓 익은 굴전이다. 고소함이 부추향과 함께 계란 옷에서 터져 나온다. 굴 몇십 마리를 해치웠다.

    굴숙회
    굴숙회
    굴전
    굴전
    굴무침
    굴무침

    검은색 테두리가 또렷한 굴이 맛있다는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나오는 길에 조선칼을 판다는 트럭을 만났다. 문득 박신장의 아주머니들이 생각난다. 굴껍질 까는 칼은 대장간에서 만든 칼을 사용한다고 했다. 무쇠가 튼튼하고 오래 가기 때문이란다. 무쇠처럼 단단한 그들의 삶처럼 통영 바다의 청정함도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 도움 주신 분

    은아수산 김홍관(남, 58세)씨는 굴채취에 대한 설명을, 홍덕수산 박신장에서는 사진 촬영을 협조해 주셨다. 굴향토집(문복선 여, 53세)에서는 굴 요리 사진 촬영을 도움받았다.

  • 홍어야? 가오리야? 간재미회무침

    간재미는 남도에서는 ‘간제미’, 서해안에서는 ‘갱개미’라고 불리는 생선이다.

    간재미회무침


    주로 진도에서 많이 잡히는 간재미는 육질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양식이 불가능한 간재미는 주로 주낙을 이용하여 잡는다. 간재미라는 이름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의 ‘간잠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겨울이 간재미의 제철이고 가장 맛이 좋을 때이다. 진도에서는 간재미 살을 막걸리로 씻어 식초나 유자를 넣어 만든 무침이 유명하다.


    진도사람은 지금도 가오리와 간재미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간재미는 다 자라도 성인 손바닥 두 개 정도의 크기에 그친다. 그래서 예전에는 간재미를 가오리 새끼로 착각하여 잡아도 다시 놔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철에 잡은 간재미는 육질이 단단하고 홍어와 비슷한 냄새를 풍겼고 회로 먹어보았더니, 홍어 맛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가격이 높고 귀한 홍어와 유사한 맛을 내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간재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간재미는 손질할 때 물로 씻으면 살이 흐물거려져 맛이 떨어진다. 주로 회무침으로 먹는 간재미는 살을 포로 떠낸 다음, 막걸리로 세게 문질러 닦아 육질을 연하게 만든다. 여기에 초고추장과 채 썬 무, 미나리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버무려 만든다. 간재미의 부드러워진 살점이 꼬들꼬들한 물렁뼈와 함께 어우러지는 식감은 여러 회무침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이런 간재미회에 밥을 비벼 먹어도 별미이다.

    간재미회무침

    간재미는 단백질과 칼슘 성분이 많아 우리 몸에 좋은 생선이다. 가장 맛이 좋을 때는 산란기인 겨울철이고, 찜이나 묵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재료

    간재미, 당근, 대파, 풋고추, 막걸리, 초고추장

    조리과정
    1. 1. 마른행주로 간재미의 등과 배등에 묻어 있는 점액을 깨끗하게 닦아 낸다.
    2. 2. 간재미를 토막 내어 얇게 저민다.
    3. 3. 저민 간재미를 식초나 막걸리에 담가 주무른 후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4. 4. 당근은 길이대로 갈라 어슷하게 썰고, 대파와 풋고추도 적당한 크기로 썬다.
    5. 5. 그릇에 간재미, 당근, 대파, 풋고추와 양념한 초고추장을 넣고 버무린다.
  • 속 좁고 성질은 급하지만 맛은 일품인 밴댕이회

    밴댕이는 옆으로 납작하고 가늘며 긴 모습이며 몸길이는 15㎝ 정도의 생선이다. 서해와 남해에서 고루 잡히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강화도 앞바다 덕에 강화도는 밴댕이 산지로 유명하다. 밴댕이는 조선 시대부터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 중 하나였다.


    밴댕이는 5월부터 7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7월 중순 무렵부터 산란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살이 한창 오르는 시기이다. 산란기에는 금어기로 정하여 밴댕이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변변치 않지만, 때를 잘 만났다는 말로 '오뉴월 밴댕이'라고 빗대어 쓴다. 또한, 밴댕이는 성질이 급한 물고기로 유명한데, 그물에 걸리자마자 그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죽어버린다. 이러한 성질 탓에 잘 삐지고 속 좁은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부르곤 한다.

    밴댕이회
    밴댕이회
    밴댕이회
    밴댕이회

    그러므로 우리가 먹는 밴댕이회는 활어회가 아니다. 제철이 지난 시기에 강화나 밴댕이 전문점에서 밴댕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제철에 잡아 냉동시켜 둔 밴댕이를 쓰기 때문이다. 냉동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현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귀한 회가 밴댕이회였다. 밴댕이는 주로 회나 구이로 먹는데, 잡은 지 12시간 정도가 지나면 하얀 살이 붉게 변해 생물로 먹기 어려워 주로 젓갈용으로 사용한다.


    머리와 가시만 도려낸 뒤 양옆 몸통 살을 통으로 발라내 맛보는 오뉴월 밴댕이회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칼슘, 철분 및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골다공증 예방과 피부미용에 좋다. 밴댕이로 유명한 곳은 산지인 강화도 후포항과 인천 연안부두, 인천 구월동에 있는 밴댕이 골목 등이 있다.


    재료

    밴댕이, 깻잎, 마늘, 상추, 된장 또는 초고추장

    조리과정
    1. 1. 깨끗이 손질한 밴댕이에 칼집을 내어 뼈와 내장을 제거한다.
    2. 2. 양옆 몸통에서 살을 발라낸다.
    3. 3. 식성에 따라 마늘과 함께 상추나 깻잎에 싸 먹거나 된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 서대가 엎드려 있던 개펄도 맛있다, 여수 서대회

    여수 10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서대회

    서대


    서대회는 서대를 회로 내어 각종 채소와 함께 막걸리를 삭혀서 만든 식초로 매콤하게 양념해서 무친 음식으로 서대회 무침 또는 박대회 무침이라고도 한다.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서대기’ 또는 ‘박대’라고도 부르는 서대는 여수 등 남도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제사나 행사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생선이었다.


    서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여수지역에는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비린내가 없고 부드러운 육질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담백한 식감이 일품이다. 서대는 서대회 외에도 구이와 매운탕, 조림, 찜 등 다양한데, 그중에 구이로도 많이 즐기고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가 있다면, 서대는 “시집간 딸에게 보내주면, 그 맛에 버릇되어 친정에 발을 못 끊는다”라는 말이 있다. 친정엄마의 서대구이가 시어머니의 전어구이 못지않다는 뜻이다. 서대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의 어종으로 박대, 개서대, 참서대, 용서대, 흑서대 등의 형태적으로 유사한 어종들이 있고 이를 통칭하여 서대라고 부른다. 산란 시기는 6~7월로 수온 3~35℃의 수심 80m 이내의 바닥이 모래가 섞인 펄에서 서식한다. 


    서대의 생김은 가자미와 비슷하지만 몸은 혓바닥 모양이고 심하게 납작하다. 보통 서대라고 칭하는 것은 참서대이다. 참서대는 측선이 3줄 있고 눈이 매우 작다. 눈이 있는 쪽은 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가장자리가 황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육질이 백색으로 담백하고 단단해 씹히는 식감이 최고여서 서대류 가운데 가장 맛이 뛰어나다.


    1614년(광해 6) 이수광(李睟光)이 지은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광어, 설어는 모두 가자미류이다”라고 하였고,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지금 서해에는 설어(舌魚)란 고기가 있는데, 눈은 등에 있고 입은 옆에 있는 것이 가자미와 흡사하고, 길쭉한 모습이 비장(脾臟,지라)와 같다”라고 하여 서대를 설어(舌魚)로 명칭하였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마치 소의 혓바닥과 같다 하여 우설접(牛舌鰈)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 옛날 가죽신의 밑창과 같이 생겼다 하여 혜대어 (鞵帶魚)라고 불리는 장접(長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장접은 지금의 참서대에 해당한다.

    여수 서대회무침
    여수 서대회무침

    서대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어 허한 것을 보하고 기력을 돕는다”라고 하였다.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함황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지방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되고 맛이 담백하여 노인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다. 특히 6~7월이 제철인 서대는 여름철 무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돋우어 주는 별미로도 사랑받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시 중앙동의 이순신 광장과 여수여객선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중앙로와 해안도로 사이 교동남길 양편에 좌수영 음식 문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각종 생선회와 함께 서대회, 간장게장, 돌산갓김치, 군평선이구이 등 여수지역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재료

    서대, 무, 대파, 풋고추, 붉은 고추, 막걸리, 초고추장

    조리과정
    1. 1. 서대는 양쪽 옆을 잘라내고 껍질을 벗긴 후 얇게 저며 포를 떠내어 막걸리에 넣고 주물러 놓는다.
    2. 2. 무는 나박썰기 하여 소금에 절인다. 대파는 반을 갈라 어슷하게 썰고, 풋고추, 붉은 고추는 어슷하게 씨를 제거한다.
    3. 3. 서대를 막걸리에서 건져 꼭 짜낸다.
    4. 4. 먼저 무를 초고추장 양념에 무친 다음 서대, 대파, 풋고추와 붉은 고추를 넣고 무친다.
  • 멸치를 회로도 먹나요? 기장 멸치회 무침

    유자망으로 잡는 멸치

    '자산어보'에서는 멸치를 멸어(蔑魚), 추어(鯫魚)라고 기록해놓았다. 잡아 올리는 즉시 죽는 급한 성질을 빗대어 滅(멸할 멸) 자를 붙여주고, 작고 빨리 죽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생선이라 하여 鯫(송사리 추)자를 붙여주었다. 잡자마자 금방 죽고 빠르게 상하기 때문에 멸치는 보통 어획되자마자 배 위에서 찌거나 삶아 육지에서 말리고는 했다. 


    오늘날 남해에서는 유자망이라는 조업방식을 통해 멸치를 잡는데, 이는 멸치의 머리는 들어가지만, 몸통은 꽂히게끔 그물코의 크기를 조절하여 잡는 방식이다. 그물이 수면과 수직 방향으로 펼쳐지면 조류의 흐름에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그물코에 화살 꽂히듯이 꽂히게 된다. 엄청난 속도로 그물에 꽂히기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한 멸치는 그물에 걸린 채 버둥거리다가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 올릴 때 무더기로 끌려온다. 그러므로 남해에서는 멸치가 ‘잡혔다’라고 하지 않고 ‘꽂혔다’고 한다.


    멸치잡이는 그물 털 때부터 시작

    멸치가 그물에 꽂히기 시작하면 그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갈매기들이 하나둘씩 날아들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이것을 신호 삼아 어부들이 그물을 회수했는데, 요새는 어군탐지기로 측정하여 어획한다. 그물을 다 끌어 올리면 부둣가에 배를 정박하고 멸치 떨이를 시작한다. 작은 생선이 많이 걸려있기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뜯어내기보다는 이불 먼지 털 듯이 그물을 털어내어 멸치를 수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멸치 떨이를 할 때는 네 다섯 명이 각자 그물 한쪽씩을 잡고 대장의 선창에 따라 후렴구를 외치며 박자를 맞춰 그물을 털어낸다. “어이야” 외치면 후렴으로 “디야”를 외치는 방식으로 어이야, 디야 외치다 보면 팔과 어깨가 빠질 것 같고, 허리가 아프다. 그 때문에 멸치잡이는 바다에서 돌아와 그물을 털기 시작할 때부터가 시작이라는 말도 있다. 

     

    부서진 멸치는 젓갈, 온전한 멸치는 멸치회 

    힘차게 그물을 털어야 단단하게 꽂힌 멸치를 털어낼 수 있으므로 세차게 털어내지만, 이렇게 털다 보면 멸치의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기 일쑤다. 이렇게 분리된 멸치는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 녀석들보다 낮은 등급을 받고 젓갈용으로 분리된다. 세차게 터는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쏙 빠져나와 머리와 몸통이 온전한 멸치들은 통 멸치구이로 사용되거나 일일이 손으로 손질하여 멸치회와 멸치회 무침에 사용된다. 


    멸치잡이 기간에 기장군의 항구들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바구니 서너 개를 놓고 멸치를 분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멸치 손질과 분류를 하는 곳에서 칼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칼을 쓰면서 손질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작이 느리면 사람체온에서 나오는 손의 열기로 멸치가 상해버려 횟감으로 사용할 수 없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멸치를 손으로 찢어 머리와 내장, 비늘을 제거하고 살을 분리하는 숙련자의 기술을 볼 수 있다. 

     

    다시마에 싸먹거나 회무침을 만들어 먹거나

    이렇게 횟감으로 손질, 분류한 멸치는 초장에 찍어 미역이나 다시마에 쌈을 싸서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하지만 이는 사람에 따라 살짝 비리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미역이나 다시마를 잘 안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멸치회 무침을 추천한다. 초고추장과 미나리, 실파 등을 넣고 버무려 내었기 때문에 회무침 특유의 매콤·달콤·새콤 세 박자가 입맛을 확 돋우어 낸다. 처음에는 양념 맛이 강하지만, 뒤이어 멸치의 고소한 맛이 느낄 수 있다. 회무침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 밥을 한 공기 볶아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면 ‘제대로’ 즐겼다고 자랑할 만하다. 멸치 축제를 하는 4~5월 중이 멸치가 가장 기름지고 살이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에 멸치회나 멸치회 무침의 온전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날짜를 잘 맞춰 갈 필요가 있다. 

  • 고등어라고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에요, 통영 고등어회

    통영중앙시장 수조의 살아있는 고등어 

    고등어회
    고등어회


    경상남도 통영시는 대한민국 남해안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라고 칭할 만큼 각종 해산물의 주요 집산지다. 통영중앙시장은 그 이름에 걸맞게 남해안 수산물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수산물이 전체적으로 값이 저렴한 편이라서 많은 사람이 들르는 시장이다. 이 시장의 매장 바깥 수조에는 우리 눈에 아주 익숙한 생선이 헤엄치고 있다. 그 정체는 바로 살아있는 고등어다. 고등어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국민 생선’이지만, 그것을 살아있는 상태로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 이유는 고등어가 삼치, 병어, 민어와 함께 물 밖으로 나오면 금세 죽어버리는 대표적인 ‘성질 급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급한 성질 탓에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싱싱하게 살아있는 녀석을 구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탓에 예전에 고등어 회는 항구 근처에나 가야 먹어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 활고등어회를 보기 힘든 이유

    요즈음에는 양식기술 및 활어 수송기술이 발달해서 서울에서도 고등어회 취급점을 몇 군데 발견할 수 있지만, 수도권 최대의 수산시장이라고 일컫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만큼 여전히 귀한 횟감이다. 서울에서 활고등어회를 먹고자 한다면 동일 중량의 자반고등어 대비 10배의 값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값이 비싸다.

    고등어회
    고등어회

    같은 종이지만 그 상태에 따라서 값이 이렇게나 갈리는 생선도 드물다. 요즈음에는 양식기술이 발달해서 고등어 양식도 한다지만, 양식 고등어라도 원체 고등어라는 품종 자체의 성질이 급해서 수조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바다에서 잡아 온 물고기를 수조에 두고 적응시키는 것을 ‘순치’라고 한다. 이는 수조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 물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식감을 올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고등어는 순치 과정이 상당히 어렵고 수조에서의 생명 기간이 짧으므로 그 유통기한이 아주 짧은 생선에 속한다. 


    겨울 통영에선 활고등어회를

    고등어회
    고등어회


    그 때문에 보통 활 고등어회를 먹고자 한다면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주요 항구도시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다. 통영 시내에 유독 산 고등어 회 취급전문점이 많은 이유는 통영항에서 35㎞ 떨어진 곳 욕지도에 국내 유일의 고등어 양식장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고등어를 갓 잡아 회를 뜨면 껍질은 밝은 은빛으로 빛나고 살은 전체적으로 희고 밝으면서 무지갯빛이 돈다. 육질의 탄력이 좋고 지방층이 많아 입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 일품이지만, 그만큼 관리도 힘들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살의 변형이 온다고 하니 취급하기도 어렵다. 부패과정에서 고등어에 있는 히스티딘이라는 성분이 구토나 복통을 유발할 수 있는 히스타민으로 바뀌기 때문에 활어의 관리가 잘 되고 숙련자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음식이다.


    이 모든 우려를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은 역시 산지에서 가장 가깝고, 전문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고등어가 성질이 급하니, 그를 보고 싶은 내가 성질을 누그러뜨릴 수밖에. 수온이 낮아지는 11월~1월 사이에 통영에 찾아가면 지방이 잘 올라 기름지고 통통한 고등어 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 녹차먹인 참숭어, 하동 가숭어 회

    계절에 따라 맛이 바뀌는 숭어 

    숭어는 강이나 하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습성이 있는 바닷물고기이다. 우리나라 조선 성리학자 겸 생물학자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와 조선시대의 실학자 서유구 선생의 『전어지』에 모두 맛이 좋은 어족이라고 기록되어있을 만큼, 오랫동안 우리 강과 바다에서 즐겨 먹은 생선이다. 많은 해산물이 계절에 따라 맛이 바뀌지만, 숭어는 유독 그 차이가 심하다. 예로부터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겨울 숭어 앉았다간 자리는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라는 말도 있다. 언제 먹는지 아닌지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 차이를 낸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름이 많은 숭어

    산란기와 환경, 기후 등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생선인 만큼 제철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숭어는 지역마다, 또 문헌마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그 파악이 쉽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숭어라고 지칭하여 먹는 물고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둘 다 숭어목 숭엇과에 속하지만 학술 명에서도 볼 수 있듯 서로 다른 종이다. 표준명으로 숭어(학명:Mugil cephalus)는 보리숭어, 개숭어, 참숭어라고 불리며 문헌에 따라 가숭어라고도 표기된다. 또한, 표준명으로 가숭어(학명:Chelon haematocheilus)는 지역에 따라 밀치, 언구라고도 불리며 문헌에 따라서 치어, 혹은 참숭어라고도 표기된다. 숭어와 가숭어 모두가 각각의 지역에 따라 참숭어, 가숭어라고 일컬어져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 

     

    녹차를 먹여 양식하는 노량항 녹차 참숭어

    우리나라에서 양식하여 기르는 것은 표준명 가숭어인데, 서쪽으로는 영산강 하구 일대, 남쪽으로는 섬진강 하구 일대가 가장 유명하다. 하동지역에서는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는 노량항에서 가숭어를 양식하고 있는데, 지역의 특산물인 녹차를 배합한 사료를 먹여 키운 ‘녹차 참숭어’를 기르고 있다. ‘녹차 가숭어’가 아니고 ‘녹차 참숭어’라고 불리는 것은 원래 하동 섬진강 하구 일대에서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끼리 참숭어라고 부르던 이유도 있겠지만, 어감상 참-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야 맛이 좋게 들리고 사람들이 ‘진짜’ 숭어라고 여기기 때문에 표준명보다는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눈의 공막 색깔로 구분하는 가숭어와 숭어  

    12월에서 2월 사이에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은 표준명 가숭어다. 그보다 살짝 늦은 봄이 제철인 생선은 표준명 숭어다. 겨울에 먹는 가숭어는 겨울 추위에 지방층이 발달하면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고, 봄에 먹는 숭어는 일본 남부와 동중국해 일대의 먼바다에서 산란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탄탄한 살집을 발달시켜 맛이 탄탄하고 쫄깃하다. 가숭어와 참숭어를 한눈에 구별하는 대표적인 특징은 공막의 색깔이다. 가숭어는 공막이 노란색이고 동공이 검은색이지만, 숭어는 공막이 흰자위이고 동공이 검은색이다. 그 외에도 꼬리지느러미가 평평하면 가숭어, 날카로운 V자면 숭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제일 쉬운 것은 숭어와 눈빛 교환을 하는 것이다. 딱 쳐다봐서 황금색 눈빛이 돌고 있다면 가숭어가 맞다.


    겨울 하동에 가면 만나는 참숭어

    눈빛 교환마저 귀찮다면 역시 산지를 찾아가기가 제일 쉽고 정확한 방법이다. 겨울철 하동군 노랑항에 찾아가면 제철 맞은 가숭어의 살살 녹는 맛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년 겨울철 ‘하동녹차 참숭어 축제’도 개최하고 있으니 축제 기간을 맞추어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사한 선홍색 혈압육에 지방층이 낀 숭어는 회를 떠서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고 정평이 나있다. 사르르 녹는 지방층과 고소한 생선 살의 맛이 숭어 특유의 은은한 향과 어우러진다. 특히 지역 명산품인 녹차를 배합한 먹이를 먹고 자란 터라 건강하게 자라고, 그 맛이 더더욱 좋다.

  • 세발낙지를 탕탕!쳐서 육회에, 목포 낙지탕탕이

    사실 낙지탕탕이의 조리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재료를 날 것으로 먹는 음식인 만큼 대부분의 맛이 재료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얼마나 훌륭한 재료를 공수해 오느냐가 바로 맛의 승부 비결. 제대로 된 목포식 낙지 탕탕이를 맛보기 위해서는 주재료인 낙지와 육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야들야들한 낙지는 가을이 제철

    낙지는 일년생으로 봄에 태어나서 이듬해에 산란하고 죽는다. 가을이 되면 살이 오르기 시작하여 초겨울이 되면 최대 크기에 다다른다. 겨울잠을 대비해서 몸집을 키우고 영양분을 비축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떤 크기의 낙지를 먹고 싶은지에 따라서 잡는 시기가 다르다. 야들야들하고 가느다란 낙지를 원하면 가을에, 두꺼운 낙지를 원하면 초겨울에 잡는다. 목포에서 유명한 세발낙지는 가을에 잡는 낙지다. 발이 세 개여서 세발낙지인 것이 아니라 ‘가늘 세(細)’자를 써서 세발낙지다. 즉, 아직 완전히 크지 않은 어린 낙지를 일컫는 말이다.


    타우린을 다량 함유한 세발낙지

    국내 낙지 총 생산량의 약 80% 정도가 목포, 무안, 신안 일대의 전라남도 서쪽 해역에 집중되어있다. 낙지는 ‘죽어가는 소도 살린다’, ‘갯벌 속의 산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기회복의 상징이었고, 그중에서도 세발낙지를 최고로 쳤다. 성체를 이루고 겨울잠을 자기 전에 영양을 비축해 놓은 최상의 상태이기 때문에 원기회복에도 최상의 효과를 내었을 것이다. 세발낙지 사랑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이자 타우린을 다량 함유한 천연 피로회복제로 주목받고 있다.

    목포 낙지탕탕이
    목포 낙지탕탕이

    낙지를 잡는 세 가지 방법

    낙지는 일반적으로 주낙 방식으로 잡는다. 한 가닥의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참게를 미끼 삼아 매달아 잡는다. 게를 좋아하는 낙지가 참게를 보고 달려들어 먹고 있을 때, 줄을 당겨 낙지를 낚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는 낚시 방법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가래 낙지잡이와 횃불 낙지잡이가 있다. 가래는 뻘을 파기 위한 삽인데, 갯벌에서 ‘부럿’이라고 불리는 낙지 숨구멍을 찾아 재빠르게 파 내려가다 보면 숨어있는 낙지를 발견할 수 있다. 낙지를 잡으면 낙지 담는 바구니인 ‘조락’에 담아 등에 멘다. 또 다른 방식은 횃불 낙지잡이인데,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낙지의 특성상 밤이 되면 뻘 위로 올라와 기어 다닌다. 이때 횃불이나 전등을 들고 눈으로 보고 잡는 것이 횃불 낙지잡이의 방법이다. 눈썰미만 좀 있다면 생각보다 쉬우므로 초보자들도 시도해봄 직한 방법이다.

     

    육회는 채끝살, 우둔살 사용

    신선한 낙지는 회색빛이 도는 것이 제일 좋다. 너무 거무칙칙하거나 흰 빛깔이면 상태가 좋지 않은 축에 속한다. 머리부터 빨판 뒤쪽까지 회색빛이 돌아 ‘갯벌 색깔’이라고 하는 낙지를 최고 품질로 친다. 보통 가을을 두고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찔뿐만 아니라 낙지와 소도 살이 찐다. 우리나라는 설날과 추석에 한우 소비량이 많아지므로 9월은 한우 도축량이 많아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육회로 쓰이는 부위는 지방이 적은 부위를 사용한다. 지방이 아예 없으면 너무 퍽퍽해지고, 지방이 많으면 깔끔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등심에서 엉덩이 사이에 있는 채끝살이나, 소의 엉덩이 살인 우둔살을 사용한다.

     

    가을에 가장 맛있는 낙지탕탕이 

    결국, 낙지탕탕이는 가을철 음식인 셈이다. 낙지가 제일 연할 때를 일컫는 ‘세발낙지’의 계절과 소가 살찌는 계절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목포는 다양한 낙지요리를 만들어 파는 낙지 골목이 형성될 정도로 낙지 전문 요리가 발달해있는데, 목포식 낙지탕탕이는 간단하게 만들면서도 재료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스태미너 음식이다. 

  • 겨울 남해의 방파제 낚시로 맛보는 호래기(꼴뚜기)회

    씹을수록 깊고 고소한 반원니꼴뚜기, 호래기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나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등의 속담은 볼품없는 생선으로 인식되던 꼴뚜기의 문화적 위치를 잘 드러낸다. 그런데 이 꼴뚜기를 회로 먹어보면 대반전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오징어에 비해, 꼴뚜기의 식감은 씹을수록 깊고 고소하다. 회를 만드는 꼴뚜기의 정식 명칭은 ‘반원니꼴뚜기’이지만, 남해안에서는 보통 ‘호래기’라고 부른다. 사실 호래기는 반원니꼴뚜기, 참꼴뚜기, 살오징어의 유어를 통칭하는 이름이라서 호래기 속에서도 일품별미를 찾기는 어렵지만, 겨울철 추위를 이기고 경상남도의 항구를 찾아가면 고소한 식감의 반원니꼴뚜기와 만날 수 있다.

     

    호래기의 맛이 얼마나 좋은지, 사람들은 이를 경상남도의 해안가 횟집들에서 서비스로 주는 최고의 주전부리로 꼽는다. 옛날에 볼품없다고 괄시까지 받던 호래기는 요즈음에 그 숨겨진 맛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키로당 3만원까지 몸값이 올랐다. 이는 양식 광어, 우럭, 숭어 같은 대표적 인기 횟감의 3배, 4배까지 올라가는 훨씬 비싼 가격이다. 그만큼 맛있다.


    호래기회
    호래기회

    불빛으로 잡는 방파제의 호래기 낚시

    최근 통영과 거제 인근 방파제에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호래기 낚시가 성황중이다. 낚싯대와 미끼만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호래기 낚시는 고급진 별미를 내손으로 직접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낚시 방법은 오징어잡이와 마찬가지로 밤에 불빛을 켜고 낚는다. 호래기가 불빛에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전문장비인 조어등을 사기에 부담스럽다면 가로등 불빛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밝게 켜진 불빛 주위로 호래기가 모일 때, 때만 잘 맞춘다면 잠깐 사이에 50~100마리까지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가로등불 아래에서 즐기는 남해안 밤바다 낚시는 취미를 즐기고, 별미를 잡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좋은 기회다. 호래기는 11월부터 1월까지, 경상남도의 제일 추운 바닷바람을 맞을 때 가장 크고 육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바닷바람만 잘 버틴다면 초보 낚시꾼도 쉽게 낚아 올릴 수 있는 호래기는 심지어 별도의 손질도 없이 통째로 먹을 수 있어 더욱 인기다. 한입거리 앙증맞은 크기에 고소하고 쫄깃한 일품식감으로 경남지방의 겨울별미로 손색이 없다.  

  • 겨울 얼음낚시와 기름진 맛을 즐기는 강원도 송어

    송어는 연어과 생선

    송어와 숭어는 그 이름이 비슷해서 사람들이 종종 헷갈리고는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안에서 송어와 숭어가 둘 다 잡히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에 보면 ‘송어(Trout)’라는 이름을 단 악장이 있는데 이를 헷갈려서 ‘숭어’라고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혼선을 피하고자 송어가 민물고기이고 숭어가 바닷물고기라고 구분을 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시기에 따라 두 어종 모두 바다와 민물에서 볼 수 있으므로 생태적인 환경의 구분 차이만으로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살아있을 때 맨눈으로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비늘의 형태이다. 송어는 아주 작고 촘촘한 생선비늘을 가지고 있는 반면, 숭어는 사람의 새끼 손톱만한 큼직한 반투명 비늘을 가지고 있다. 생선이 회로 떠져서 나올 때에도 구분할 수 있다. 연어과인 송어는 우리가 연어 초밥이나 연어 회를 먹을 때에 본 익숙한 주황빛깔을 띄고 있다. 반면 숭엇과인 숭어는 중심부분을 제외하고는 횟감이 흰색을 띄고 있다. 

     

    겨울에 맛있는 송어

    겨울철이 되면 강원도 일대에서 송어를 테마로 한 축제가 개최되기 시작한다. 평창군에서는 ‘평창송어축제’, 홍천에서는 ‘홍천강꽁꽁축제’, 화천에서는 ‘산천어축제’ 등이 열린다. 꽁꽁 언 빙판 위에 구멍을 뚫고 낚싯대를 드리운 후 인내심 있게 기다리다 보면 송어를 낚을 수 있는데,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얼음낚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때 낚는 물고기는 대부분 가운데에 붉은색 줄을 지닌 무지개송어다. 축제장에서 얼음낚시를 했는데 내가 잡은 것이 송어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몸 전체에 작은 검은 점들이 흩어져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아가미 부분에서 이어지듯 내려오는 붉은색 줄을 확인해보면 된다.


    송어는 오메가 3지방산을 포함한 고단백 영양 식품으로도 워낙 유명하지만, 산란철이 되면 바다에서 민물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그 힘이 좋아 살이 무르지 않고 탱탱한 편이다. 모든 것이 때가 있듯 평창에서 맛볼 수 있는 송어 또한 12월에서 1월경의 겨울이 최적기다. 송어가 기름지게 살이 잘 올라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8월경에 산란을 하는 송어는 기력회복을 위해 다시 살을 찌우는데 그 시기가 11월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살이 많이 오른다. 

     

    산천어와 바다송어의 관계 

    송어는 민물에서 태어나고, 성장을 하면서 민물에 남을지 바다로 나갈지를 결정하는데, 이때 민물에 남으면 산천어라고 부르고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철에 돌아오면 일명 ‘바다 송어’라고 부른다. 산천어를 육봉형, ‘바다 송어’를 강해형 송어라고 구분한다. 하지만 이는 습성에 따른 구분일 뿐이다. 사실 국내 송어축제장에서 잡히는 산천어랑 송어는 대부분 ‘무지개송어’로 똑같은 어종이다. 특히 2010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의 기술개발을 통해 민물양식장에서 기르던 무지개송어를 바닷물에서도 기를 수 있도록 양식기술을 개발해서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산천어 축제를 가든 송어축제를 가든 상관없이 똑같이 기름지고 맛있는 송어를 맛볼 수 있다. 

  • '의리의리'한 맛의 위어회(의어회)

    가을에 전어회가 있다면 봄에는 위어회가 있다. 두 생선 모두 한 뼘 정도 되는 크기로, 몸이 작은 만큼 뼈도 얇고 부드러운 편이라 뼈째 썰어서 즐긴다. 때문에 뼈째회(세꼬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어철이 지나고 나면 위어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금강 갈대숲에서 잡혀 위어가 된 웅어

    위어의 표준어는 ‘웅어’로, 청어목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다. 표준어보다 별칭이 더 유명해진 특이한 생선이다. 웅어가 위어라는 공식적 별칭을 갖게 된 것은 조선 말기다. 그 맛이 워낙 유명해서 임금님 상에까지 올랐다는 웅어는 조선 말기에 임금님이 드시기 위해 설치된 기관명 덕에 위어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당시 조선 말기에는 위어소(葦魚所)를 두고 이 생선을 잡게 했기 때문이다. 위(葦)자는 '갈대 위'자인데, 3~5월에 산란기를 맞는 웅어가 바다에서 돌아와 금강의 갈대숲으로 모여드는 특성을 반영해 위어(葦魚:갈대 물고기)라고 부르게 되었다. 왕실에서 위어라고 불렀기 때문에 ‘임금님이 드시던 물고기’라는 역사적 별칭을 살려 위어회, 의어회로 불리기도 하고, 표준명을 살려 웅어회, 우어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의자왕에 대한 의리를 지킨 의어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이 즐기고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어는 의어(義魚)라고도 불리는데, 이 배경에는 슬픈 역사가 녹아있다. 위어는 백제 의자왕도 즐겨먹던 생선이었는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함락시킨 이후 의자왕이 즐겨먹던 물고기를 찾았다. 오랑캐 장수가 나라를 멸망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위어들은 모두 돌바닥 아래로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생선이라고 해서 의어라고 불렀다고 한다.  

     

    뼈째 회로 먹기도, 회무침으로 먹기도 좋은 위어

    금강에서 위어가 잡히는 시기는 산란철과 겹치는데, 5월이 되면 몸이 너무 커지고 뼈가 굵어짐에 따라 뼈째회로 먹기에 억세기 때문에 보통 3월과 4월에 잡은 것을 즐긴다. 작은 사이즈가 잡히는 3월의 위어는 전어보다 살도 탄탄하고 뼈도 부드러워 통째로 썰어 회로 즐기기에 좋다. 봄철 생선답게 겨우내 살과 지방이 올라있을 때라 풍미가 좋을 때다. 멸치과에 속한 물고기들은 모두 성격이 엄청나게 급해서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죽어버린다. 때문에 잡자마자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차가운 얼음에 쟁여놓았다가 선어회로 내온다.


    위어는 뼈째 썰어내어 그대로 초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미나리, 오이, 양파, 양배추 등 아삭거리는 채소를 기호대로 넣고 고운 고춧가루로 버무려내는 회무침으로도 즐긴다. 고소한 맛과 탄탄한 식감이 채소의 향긋함과 아삭거리는 식감이랑 만날 때면 그 맛이 한층 더 올라온다. 깻잎에 싸먹기도 하지만 별미는 생김에 싸서 먹는 것이다. 김의 향긋함과 회무침을 한입에 먹으면 의자왕이 왜 그렇게나 즐겼을지, 또 당 장수 소정방이 왜 그렇게 찾았을지 짐작이 간다.

  • 청정 제주에서 맛보는 숙성한 광어회

    일본에 수출하는 국민생선 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넓을 광(廣), 물고기 어(魚). 널찍 납작한 이 생선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횟감 부동의 1순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국민 횟감’ 광어다. 다른 말로 넙치라고도 불리는 광어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다가 1980년대부터는 양식을 시작하여 꾸준히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다. 국내 횟집을 갔을 때 광어가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초밥집에서도 광어 초밥이 메뉴에서 빠지는 경우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 생선이다. 국민 횟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꾸준히 양식기술이 발달하여 이제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초밥의 종주국인 일본에도 수출하는 생선이다. 

     

    광어와 도다리를 구별하는 좌광우도

    광어는 바다 바닥에 붙어서 살아가는 생선이기 때문에 등껍질도 모래와 비슷한 색깔이고 몸통은 매우 납작하다. 자연산 광어는 대개 몸집이 크고 배가 깨끗하게 흰색인 반면, 양식 광어는 대체로 3kg 이하의 크기이고 배에 등과 같은 무늬가 발달해있다. 그 생김새는 사람들이 흔히 도다리라고 부르는 ‘문치가자미’라는 종과 매우 비슷한데, 사람들이 이를 구별하기 위해 “좌광우도”라는 말을 발명했다. 머리를 사람 몸통 방향을 향하게 놓았을 때 눈이 왼쪽에 몰려있으면 광어(좌광), 오른쪽에 몰려있으면 도다리(문치가자미)라는 것(우도)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광어회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어서일까, 광어(넙치)는 종종 ‘초보자의 횟감’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양식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도 딱히 고급생선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넙치는 우리나라에서 가문이 대단히 나진것이라 우습게 알겠지만은 회를 한번 쳐보면 다른 생선회보담 못하지 아니 한것이니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p. 178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기록된 광어회가 활어회인지 숙성 회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오늘날에도 제대로 손질된 광어회는 절대 다른 생선회보다 뒤처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본래 자연 생태에서 광어의 제철은 겨울이지만, 제주산 광어는 일 년 내내 양식을 하므로 언제 먹어도 살이 올라있다. 철을 타지 않고 연중 내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양식기술의 관건이다. 제주 광어는 오랫동안 지역의 음식이면서도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 횟감이다. 


    6일 정도 숙성하면 감칠맛 나는 광어회 

    우리나라 회 문화는 대부분 활어회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조에 엎드려있는 광어를 즉시 잡아 회를 떠서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싱싱한 광어를 잡아서 손질 후 숙성을 하면 또 다른 맛을 낸다. 활어회의 싱싱함과 극강의 쫄깃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 숙성된 광어는 활어회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칠맛이 돈다. 모르고 먹는다면 다른 생선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숙성광어
    숙성광어

    살아있는 광어를 바로 잡아 해동지로 물기를 잡아준 후 저온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생선 살에 남아있는 이노신산이라는 성분이 올라오면서 멸치육수나 다시마 육수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광어회의 숙성은 본래 생물일 때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목표로 하는 식감에 따라 다르다. 2.5kg 정도 되는 광어를 이틀 정도 숙성하면 살의 쫀득함이 조금 덜해지는 대신 기름기가 올라오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6일 정도 숙성시키면 살이 매우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고 감칠맛과 함께 담백한 맛이 생긴다.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숙성광어

    이때, 지느러미살(일본식 명칭: 엔가와)이 빠지면 섭하다. 광어의 지느러미살은 그 기름진 맛이 정말 일품이다. 숙성된 지느러미살은 생선회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감칠맛과 생선회 특유의 기름진 맛을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도와 함께 전국 최대의 광어 양식지인 제주도는 광어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왔기 때문에, 그 양식기법은 물론이거니와 숙성법도 우수하다. 제주도에 가서 광어 숙성 회를 취급하는 집을 방문한다면 제주도에서의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눈꽃 빙수처럼 사르르 녹는 방어회

    겨울은 바다의 맛을 만나는 계절이다. 차가운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살과 지방이 두툼하게 오른 생선은 그 풍미가 다른 계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이번에 소개할 생선은 겨울철 생선회의 최강자, 방어다.


    크기가 클수록 맛있는 방어

    방어는 보통 소방어, 중방어, 대방어로 나뉜다. 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크기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대방어인데, 이는 보통 원물 기준 7~8kg 이상이 나가는 녀석들을 지칭한다. 같은 품종인데도 굳이 큰 녀석을 선호하는 이유는, 방어는 그 크기가 클수록 맛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방어는 크게 뱃살, 등살, 가마살 정도로 나누는데, 대방어의 가마살은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름지고 맛있고, 등살은 담백하고 뱃살은 기름이 잘잘 흐른다. 각각의 부위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 외에 대방어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수부위 때문이다. 크기가 큰 방어일수록, 두육살(머리), 뽈살(볼) 등의 특수부위가 먹을 만한 크기로 나오고, 그 부위들의 맛이 “방어의 꽃”이라고 부를 정도로 환상적인 식감과 맛을 자랑하기 때문에 특히 더 비싸다.


    축양방어로 유명한 거진항

    우리나라 수산 시장에서 취급하는 방어는 대부분 자연산 방어를 어릴 때 잡아 넓은 가두리 양식장에 풀어놓고 먹이를 주며 살을 찌워 출하하는 방식으로 기르는, ‘축양 방어’이다. 동해안과 남해안에 걸쳐서 축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산지는 거진항이다. 동해에서도 강원도, 강원도에서도 최북단 고성군에 위치한 거진항은 수온이 차고 바다가 깨끗해 방어의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방혈(피 빼는 작업)이 맛을 좌우 

    방어는 그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피가 엄청나게 많은 생선이다. 겨울철 수산시장이 피바다가 되는 이유는 수없이 방혈되는 방어 때문이다. 생선회의 생명은 방혈(피를 빼내는 작업)에 있다. 피가 많이 남아있을수록 역한 비린 맛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 방어회가 비리고 역하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방혈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방어를 먹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기름진 생선회와 고소한 생선머리구이

    또한 방어는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생선회 중에서 가장 기름진 생선회에 속한다. 어떤 사람은 너무 기름져 느끼해서 몇 점 못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을 정도이고, 어떤 사람은 방어회를 먹고 나서는 다른 회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호불호가 나뉜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회를 먹을 때에는 알싸하면서도 상큼한 겨자(와사비)나 생강초절임, 또는 쌈무가 균형을 잘 맞추는 훌륭한 반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방어의 맛을 가장 잘 살려주는 집은 그 반찬을 보면 알 수 있다.


    싱싱한 방어회를 찾아 여행을 떠나 식당에 갔다면, 방어 머리구이를 주문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자. 본래 기름진 생선인 방어는 머리를 구워 먹을 때 아주 별미다. 소금을 살짝 뿌려 오븐에 구워내면 비린내 하나 없이 노릇하게 구워진 고소한 생선머리구이를 맛볼 수 있다. '어두육미(물고기는 머리가, 육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라는 말이 절로 이해될 것이다.

  • 바다의 귀족, 능성어

    ‘바다의 귀족’ 양식에 성공하다

    농어목 바리과에 해당하는 바닷물고기인 능성어는 흔히 ‘바다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대형 어류이다. 흔히 사람들이 지어준 별칭을 보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바다의 황제’로 불리는 돌돔, ‘바다의 황금’이라 불리는 자바리와 같이 능성어는 ‘바다의 귀족’이라고 불리며 앞서 말한 최고급 어종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기 횟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와 남해 일대에서 서식하며, 양식화에 성공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로서 주로 남해권 어장에서 길러진다.


    능성어는 아주 특이하게도 모든 개체가 암컷으로 태어나는데, 몸무게가 6~7kg을 넘어가면 그중에서 극히 일부인 10% 안팎의 개체만이 수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치어에서 700g이 되는 성어까지 성장하는데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7kg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오래 걸리는데, 그 때문에 완전한 양식에 성공하기까지 수컷 종자의 확보가 어려워 관련 종사자들이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치어에서 성어까지 키우는데 고작 2%의 확률이라고 하니,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리는 수컷 종자의 확보까지 고려한다면 얼마나 큰 노력과 관심이 들어갔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라남도 고흥군은 우리나라에서 능성어 양식을 성공한 대표적인 지역이자 수산물의 메카로 통하는 곳이다. 능성어를 비롯하여 자바리, 붉바리 등도 위판장에 자주 올라와 지역 횟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한다는 횟감 물고기들을 찾아보고 싶다면 고흥군은 아주 좋은 식도락 여행지가 될 것이다.


    “아디다스 물고기”를 찾아서

    크기에 따라 구분법이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능성어는 “아디다스 줄무늬”라고 해서 7개의 세로 줄무늬가 아주 뚜렷하게 나 있다. 가장 혼동하기 쉬운 어종인 자바리는 불규칙한 호피무늬가 나 있고 체구도 대체로 더 뚱뚱하고 크게 나온다. 따라서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수조에서 뚜렷한 세로 줄무늬생선을 발견한다면 잘 기억해뒀다가 마음속 맛집 탐방 목록에 잘 저장해놓자.


    회로 인기있고, 지리로도 맛이 깊은 능성어

    능성어는 찜이나 구이로도 먹지만 사실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횟감이다. 활어를 갓 잡은 싱싱한 능성어회는 식감이 단단하고 진한 맛이 있다. 특히 제철인 여름에 먹는 능성어는 등살이 단단하고 뱃살은 기름지고 고소해 회 마니아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횟감이다. 능성어는 귀한 만큼 껍질, 두육살(뽈살), 가마살 등 특수부위까지 모두 손질하여 먹는다. 껍질은 끓는 물에 데쳐 소스에 찍어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고, 두육살과 가마살은 탱글탱글하고 맛이 달아 젓가락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 입도 먹어보지 못한 채 접시가 비어버리기 마련인 인기 부위들이다.


    능성어는 생선회의 마무리에는 빠지지 않는 탕거리에서도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하는데, 특히 맑은 생선탕인 지리로 끓여 내올 때 일품이다. 흡사 진득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을 먹는 것처럼 진하고 맛이 깊어, 그 맛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먹으면서 술이 자동으로 깬다는 ‘마법의 탕’으로 통용되고는 한다. 큼직하게 썰어낸 무와 대파, 콩나물, 청양고추, 쑥갓 정도만 넣고 푹 끓여내면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민어탕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 난다.

  • 참치회 뺨치는 녹는 맛, 여수 대삼치회

    노랫소리가 유혹하는 여수

    여수 삼치회
    여수 삼치회
    여수 삼치회
    여수 삼치회

    여수는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곳으로 오랫동안 역사교육과 민족정신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2012년 여수엑스포로 세계인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여수는 무엇보다 ‘슈퍼스타K’ 출신의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달콤한 노래 ‘여수밤바다’ 속의 낭만적인 여수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오로지 여수의 밤바다, 여러 섬들로 둘러싸인 여수의 바다 그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 여수 여행을 떠난다고 말할 정도로 노래의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가, 낭만 여행을 떠날 때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지역의 먹거리다. 여수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여수삼합 등 유명한 음식도 많지만, 그중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특히, 참치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먹어보고 가야 할 것이 바로 여수에서 먹어볼 수 있는 삼치회다.


    1m가 넘는 대삼치

    삼치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것은 대삼치다. 대삼치라는 어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잡히는 삼치 중에서 큰 녀석들을 일컫는 말이다. 치수로 표현하자면 ‘중삼치’ 라고 불리는 녀석들보다는 큰 것으로, 보통 전장 70cm가 넘어가면 대삼치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른데, 남해의 경우 전장 1미터는 되어야 당당히 대삼치라고 부른다. 어린 것은 삼치 새끼라 해서 ‘고시’라고 부른다.


    삼치는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에 속해서 봄철에 태어난 치어가 33~46cm정도까지 자라는 데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육식성에다가 매우 공격적인 탓에 잘 자라는 듯한데, 삼치가 사냥을 할 때에는 시속 수십km의 속도로 달려들어 먹이를 낚아채 ‘바다의 속도광’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공격성이 크고 힘이 좋기 때문에 낚시로 잡을 때 사람 진이 다 빠진다고 할 정도다.


    사후경직이 풀리지않은 삼치로 구입해야

    여수 대삼치회
    여수 대삼치회


    우리나라에서는 삼치구이 안 먹어본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식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생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삼치 회를 먹어본 사람의 수는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빠르게 숨을 거두고, 게다가 고등어처럼 등푸른 생선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빠르게 저하되어 살이 부서지고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어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시장에서 횟감이 되는 삼치를 구할 때에는 죽은 지 10시간 내외의 신선한 녀석을 골라야 한다. 얼음더미에 파묻힌 삼치라도 워낙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선한 삼치를 고르는 법은 사후경직(생물이 죽는 충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몇 시간 동안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삼치의 경우 기다란 몸체를 가지고 있는데, 꼬리가 얼마나 빳빳하게 굳어있는지를 보면 사후경직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꼬리가 축 늘어져 있지 않고 냉동된 것처럼 빳빳하다면 죽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비교적 신선한 삼치라고 할 수 있다.


    참치회 뺨친다는 삼치회,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대삼치회

    여수 삼치회
    여수 삼치회


    대삼치의 경우 그 크기가 워낙 크고 일반 가정에서 한 마리를 다 소비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삼치를 취급하는 전문 횟집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알맞은 계절을 찾아 산지를 방문하는 것이 제일 신선한 삼치회를 찾을 수 있는 비결이다.


    삼치는 가을부터 살과 지방이 오르기 시작하여 겨울에 최고조에 오른다. 산란철인 4월을 전후로 여수를 비롯한 남해바다 인근에 모이기 때문에, 12월에서 3월경 겨울의 여수 밤바다를 찾아간다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여수 삼치회를 먹을 수 있다.


    아주 살짝만 냉동시켰다가 김에 싸서 먹으면 그만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삼치 살이 쉽게 물러지고 부서지기 때문이다. 상추쌈에 마늘이나 고추를 올려 먹거나 된장을 조금 덜어서 먹어도 좋다. 참치회를 뺨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는 직접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회 한점이 그리워진다.

  • 유럽에서 온 쫄깃한 횟감, 찰광어

    찰떡과 찰광어

    한국인들만큼 쫀득쫀득한 맛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쌀을 빻아 떡으로 길게 뽑은 가래떡은 장수를 상징하여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새로 이사를 하게 되면 새 이웃들에게 시루떡을 돌리며 인사를 했고, 수능과 입시 시즌에는 원하는 대학에 찰떡같이 붙으라고 찹쌀로 만든 떡을 선물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쫀득한 맛은 주식이 쌀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발달해온 입맛이다. 찹쌀떡, 찰떡볶이, 찹쌀꽈배기, 심지어는 아이스크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곡식 뿐만 아니라 생선까지도 차진 맛을 좋아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름에 아예 접두어로 ‘찰-’을 붙여 인기를 끌고 있는 찰광어다. 외국에서는 터봇(turbot)이라 불리는 이 광어는 수천km 떨어진 유럽대륙이 원산지다. 아마도 어느 한국인이 유럽에서 광어회를 찾다가 그 쫀득한 식감에 반해 들여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름을 이렇게 직관적으로 지을 수 있을까!


    세계 광어생산량의 51%를 담당하는 제주도 

    체고가 낮고 넓적하게 펼쳐진 생김새 때문에 넓을 광(廣)자를 붙여 이름 지어진 광어는 이제 한국인들의 ‘국민 횟감’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점심의 초밥집에서는 간장에 살짝 적셔 광어 초밥을 즐기고, 저녁 술자리에서는 친구·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잔 기울이며 초장에 푹 찍어 먹는 매력이 있다. 본래 일본의 음식인 광어 초밥이 어떻게 한국인들의 ‘국민 횟감이자 대표 생선요리’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는 전 세계 광어 생산량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 광어의 메카, 제주도가 있다. 제주에서 자라난 광어들은 일 년 내내 전국의 횟집과 초밥집으로 날라지며 남녀노소 사랑하는 국민 생선이 되었다. 춘장과 야채를 볶아 만든 자장면이 졸업식과 이삿날에 빠지지 않는 한국 음식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국제화 시대의 음식문화는 원조를 따지기보다는 수용과 발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먼 유럽대륙에서 데려온 찰광어 또한 그 이름만 보더라도 한국인의 입맛을 잘 드러내는 생선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봄의 제주에서 유채꽃과 함께 즐기는 찰광어

    혓바닥 위에서 헤엄치는 쫀득한 식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 경험이다. 구멍 숭숭 뚫린 제주 현무암 돌담길 너머로 펼쳐진 노오란 유채꽃밭을 만나기 위해 제주의 봄을 찾아갔다면 저녁메뉴로는 찰광어회를 추천한다. 제주 현지에서 양식되는 찰광어는 제주에서 활어회로 만나기가 쉬운데, ‘찰-’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그 이름값에 부응하듯 아주 쫄깃한 맛이다. 국내에서 찰광어의 양식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산지에서 먹는 맛을 기대해볼 만하다. ‘혼저옵서예(어서오세요)’의 정감을 찰광어로 느끼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 쫀득쫀득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요즈음 유행하는 ‘제주도 한달살기’를 넘어 아예 제주도민으로 정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조개를 회로 먹는다고? 왕우럭조개

    인류와 함께한 조개의 역사

    왕우럭조개
    왕우럭조개

    조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 석기시대 유적을 보면 패총(貝塚)이라고 하여 조개껍데기가 토기나 석기 등 다른 유물들과 함께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남태평양에서는 조개 목걸이를 만들어 부족장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사용하기도 했고, 고대 중국에서는 화폐단위로 활용해왔다. 그 흔적은 아직까지도 재물과 관련된 한자들 속에서 조개 패(貝)자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력 있는 여자를 두고 동해부인이라 일컬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안 특산물인 자연산 섭을 두고 동해부인이라 일컫고 있다. 조개 사랑은 동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서양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서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미의 여신 비너스가 조개껍데기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태어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단단한 껍데기를 굳게 다문 조개 속에는 바다의 보석인 진주와 함께 보드라운 속살이 숨겨져있다. 조개는 제2의 식량이라고 부를 정도로, 쌀이 없을 때는 조개를 캐어 끼니를 때우기도 했기에 아주 중요한 식량원이었다. 또한, 꽉 다문 껍데기 이면에는 공예품이나 장신구용 재료로 사용되었던 영롱한 자개가 숨어있어 소중한 취급을 받았다.



    마리당 가격으로 환산하는 큰 조개

    왕우럭조개
    왕우럭조개


    요즘에는 조개가 화폐의 단위도 아니요, 목걸이를 만드는 장신구의 재료도 아니지만 조개구이와 국 등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왕우럭조개는 이름에서부터 왕(王)자가 붙어 있다. 왕우럭조개는 kg 단위로 팔리는 여느 조개와는 달리 마릿수 단위로 팔리는 큰 조개다. 수심 20m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기에 전문 잠수부만이 잡을 수 있다. 그래서 그 값이 비싸, 한 마리에 2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한 마리의 값이 바지락조개나 모시조개 등 대중적인 조개 한 망의 값과 비슷하다.


    덩치가 매우 커서, 보통 어른 주먹만 한 크기를 자랑하기도 하며, 국내에서는 최고급 일식집이 아니면 영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귀한 요리재료이다. 주로 회로 먹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기도 하는데, 거제도에 가면 회로 판매한다.




    왕우럭조개와 코끼리조개 구별법

    왕우럭조개
    왕우럭조개


    왕우럭조개와 흔히 혼동하는 조개는 코끼리조개다. 한 지역에서 두 이름을 병행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등 용어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은 데, 왕우럭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에 속하고, 코끼리조개는 우럭목 족사부착쇄조개과에 속하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종이다. 구별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왕우럭조개는 적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짙은 색깔인데 비해 코끼리조개는 밝은 회색이며 패각이 얇다. 패각 밖으로 삐져나온 수관 또한 왕우럭조개는 손질 전에 거무튀튀한 반면 코끼리조개는 밝은색을 띤다.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왕우럭조개 회

    왕우럭조개는 향과 맛이 독특해서, 맛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초장보다는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큼지막한 크기 때문에 언뜻 질겨 보이는 첫인상이지만 실제로 손질해서 먹어보면 야들야들하고, 수관이 발달해 있어서 전복과 같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수관의 끝부분은 그냥 먹기보다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더욱 부드러워지는데, 열을 가하면 붉은색을 띠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 기름지고 아삭한 가을 제철 횟감, 제주 잿방어

    가을에 살찌는 방어와 참치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 천장이 훌쩍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계절, 들판의 곡식이 익는 시간이다. 이 즈음에는 바다 속 물고기들도 이 풍요로운 잔치에 동참한다. 흔히 해산물의 철로 겨울을 꼽지만, 가을은 쌀쌀해지는 바다 날씨에 맞춰 물고기들이 본격적으로 살을 찌우고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몸집 불리기 경합이 시작되면, 재빨리 선수를 치고 나가는 녀석이 있기 마련이다. 제주 잿방어가 그 주인공이다.


    기름진 생선을 꼽을 때면 부동의 1, 2위를 다투는 것이 참치와 방어다. 둘은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는 대형 어종이면서 가을과 겨울에 많이 잡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농어목 고등어과에서 가장 큰 생선이 참치라면, 농어목 전갱이과에서 가장 큰 생선은 잿방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리자마자 내장과 핏기를 제거 한 후, 전문 숙성고에서 차갑게 보관하였다가 회로 썰어낸다. 회 한 점 했을 뿐인데 아이스크림이 입에서 녹는 듯하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방어와 잿방어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으로는 방어는 들어봤어도 잿방어라는 이름은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둘은 비슷하게 생겨 이름도 비슷하지만, 엄격하게 구분하자면 잿방어는 방어와는 다른 종이다. 굳이 집안 항렬을 따져보자면 방어의 육촌격으로서, 따듯한 물을 좋아해 보다 낮은 위도에서 잡힌다. 방어는 최대 1.4m까지 자란다지만, 잿방어는 최대 2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서는 방어를 Japanese Amberjack이라고 부르는 반면, 잿방어는 Greater Amberjack이라 불러 크기의 차이를 이름에 명시하고 있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고 한번 낚싯줄에 걸리면 상하좌우 큰 반경으로 움직여 요란하게 흔들어대기 때문에 ‘바다의 폭군’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외국에서는 잿방어의 이러한 습성이 최고의 손맛을 준다고 해서 스포츠 피싱 어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모양과 형태가 비슷해 얼핏 보면 똑같은 어종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어는 몸통 전체적으로 청록색과 노란색을 띠고 지느러미가 노르스름한 빛깔을 띠고 있는 반면에 잿방어는 그 이름처럼 몸통 전체적으로 잿빛이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잿방어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잿방어는 해적이 안대를 낀 것 마냥, 눈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또한 계절별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수온에 민감한 방어와 다르게 잿방어는 늦은 봄을 제외하고서는 일년 내내 대체적으로 큰 차이가 없이 출하되기 때문에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편에 속한다. 

     

    품질좋은 제주산 축양 잿방어 

    대형 물고기를 잡아 가두리 양식장에서 따로 보관하며 살을 조금 더 찌워내는 방식을 축양(畜養)이라고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기르면 그 사료 값이 감당이 되지 않아 경제성이 없고, 자연에서 갓 잡아 팔자니 살이 조금 덜 차있어 상품성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양식 방법이다. 예전에 잿방어는 우리나라 제주도 남쪽에서 어획되고, 축양 잿방어는 일본산에 의존해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주에서 직접 양식을 해서 출하하고 있는데, 횟집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그 품질이 일본산보다 좋다고 입소문이 나있다고 한다.


    기름지면서도 사각거리는 잿방어의 고급 식감  

    잿방어는 뭐니 뭐니 해도 회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특히 아가미에 인접한 가마살과 생선 배부분을 따라 퍼져있는 뱃살은 한우 꽃등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마블링이 꽃피어있다. 방어와 잿방어를 모두 먹어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잿방어의 뱃살이 더욱 고급지고 정제된 맛을 낸다고 말한다. 방어가 비교적 부드럽고 물렁한 식감이라면, 잿방어는 사각거리는 식감을 가지고 있어 기름진 맛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고추냉이를 듬뿍 올려 먹거나 향긋한 깻잎에 쌈을 싸 먹으면 제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잿방어 머리와 뼈를 사용해 매운탕으로 끓여내는데, 이 또한 별미이니 제주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