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바이 마을 오징어순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서해ㆍ남해ㆍ동해 바다는 각기 생태환경이 달라서 지역에 따라 고유한 해산물이 생산되었다. 수심이 낮고 갯벌이 발달한 서해는 조기ㆍ새우ㆍ꽃게,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남해는 멸치ㆍ갈치ㆍ고등어ㆍ굴, 깊고 푸른 동해는 명태ㆍ대구ㆍ가자미ㆍ오징어 등이 대표적인 해산물이다. 특히 오호츠크해의 한류와 쿠로시마 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이 형성된 동해는 한류성 어종과 난류성 어종이 다양하게 분포하여 예로부터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였다.

    속초 아바이마을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산물 중 하나인 오징어는 동해 전 지역에 분포하는 어종이다. 예전에 동해 밤바다에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집어등(集魚燈)을 환하게 밝힌 광경은 동해바다의 장관이었다. 오징어는 한때 전체 해산물 어획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어종으로서 동해 어민들의 소득을 올려주는 효자노릇을 했다. 강원도의 묵호항, 주문진항, 속초항 등은 오징어잡이의 최대 어항으로서 과거 이 지역의 경제는 오징어가 견인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값싼 오징어는 서민들의 반찬과 간식, 안주를 모두 해결해 주는 착한 해산물이었다. 육류소비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전에는 고기가 매우 귀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오징어는 갈치, 꽁치, 고등어 같은 싸구려 생선과 함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오징어에 고추장과 파, 당근, 양파 정도로 근사한 요리가 되었던 오징어볶음은 칼칼하게 매운 맛과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어서 가장 손쉽게 많이 해 먹는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오징어를 건져먹다가 나중에는 남은 밥에 매운 국물을 쓱쓱 비벼먹는 것은 오징어볶음 먹는 날 식사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오징어는 소주와 맥주의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 청년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오징어는 값싼 안줏거리로 기억된다. 그냥 뜨거운 물에 데쳐서 썰어낸 오징어숙회나 오징어볶음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이들의 소주 안주로 그만이었다. 또 마른 오징어는 주종(酒種)을 가리지 않고 어울리는 간편한 안주로도 많이 찾았다. 최근에서야 상식이 되었지만 오징어가 안주로 적당했던 것은 오징어에는 간의 대사활동에 도움을 주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속초 오징어순대

    오징어는 예전에는 국민간식이기도 했다. 시내 극장 앞에 리어카에서 구워 파는 오징어와 땅콩은 영화 관람객의 필수 간식이었다. 심지어 옛날에는 기차 안에서도 오징어를 팔았다. 열차 안에는 홍익회 직원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 오징어 있어요, 땅콩 있어요” 하며 호객하였다. 오죽하면 “내가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으로 보이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예전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만만하고 하찮게 여겨졌다 느꼈을 때 내뱉는 표현으로 흔한 주전부리였던 오징어에 빗댄 말이다. 


    그렇게 흔해 빠졌던 오징어가 어느샌가 매우 귀하신 몸이 되었다. 동해의 오징어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징어가 ‘금(金)징어’로까지 불리게 된 데는 중국어선의 남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조치를 돌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자구책을 모색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동해의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것이다. 동지나해에서부터 동해까지 산란하여 부화한 오징어 새끼는 서식에 알맞은 수온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올라가 성장한 후 그곳 바닷물이 차가워질 무렵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7월부터 11월 사이에 동해를 지난다. 이때 대형선단을 동원한 중국 어선들이 함경도에서 강원도 NLL수역까지 오징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마구잡이로 남획을 하는 통에 더 이상 오징어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강원도 속초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고장이다. 뭍으로는 설악산 국립공원이 있고 바다 쪽으로는 푸른 동해바다와 청초호(靑草湖)와 영랑호(永郎湖)라는 큰 석호(潟湖)가 무려 두 개나 있는 바닷가 호수의 도시이기도 하다. 청초호와 영랑호 중간 지점에 위치한 속초항은 동해 최대 어업 전진기지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어획물인 오징어와 명태를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하였다.


    오징어를 이용한 속초의 향토음식으로는 오징어회, 오징어회무침, 오징어불고기, 오징어숙회, 오징어회국수 및 말린 오징어가 있다. 특히 속초에는 옛날부터 ‘오징어국수’가 유명하다. 오징어국수는 물회의 일종으로 오징어를 매우 가늘고 얇게 썰어서 양념해 낸 것이 마치 국숫발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또한 오징어살의 단 맛과 매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조화를 이룬 오징어젓과 오징어를 쌀밥에 삭혀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오징어식해도 속초시의 향토음식이다.

    속초 오징어순대

    속초에는 오징어를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 외에 매우 독특한 향토음식이 있는데 바로 오징어순대이다. 오징어로 만든 다른 음식들은 동해안지방에 보편적인데 반해 어찌 보면 오징어순대는 속초시에서 만들어진, 속초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오징어순대는 그 등장배경에 있어서 역사성과 문화성이 깊게 내재되어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속초의 오징어순대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속초는 원래 강원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역이었으나 해방 후 38선을 기점으로 남북이 분단되었을 때는 북한의 지배하에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 제1군단의 투혼으로 양양, 속초, 간성 등 이전 38선 이북지역을 수복하는 전과를 올리면서 속초는 대한민국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이로써 속초는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남북을 모두 겪은 역사의 현장이라는 기억을 갖는다. 특히 전쟁 중에 잠시 피난을 내려왔던 함경도 실향민들이 더 이상 돌아가지 못하고 ‘아바이마을’로 불리는 속초시 청호동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되면서 속초는 새로운 향토문화를 창달하게 되었다.

    속초 아바이마을
    속초 아바이마을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실향민들의 음식문화와 속초의 오징어와 토산물이 어우러져 생성된 음식이다. 함경도는 우리나라 북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매서운 겨울날씨를 대비해 열량과 영양분이 풍부한 순대음식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아바이순대’와 ‘명태순대’가 유명하다. 지금의 함경북도 지방은 조선초기 세종(世宗)이 6진을 개척하기 이전에는 여진족의 영토였다. 함경도 아바이순대는 함경북도 지방이 조선으로 편입되면서 여진족의 음식문화가 유입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순대는 크게 북방형과 남방형으로 구분한다. 함경도 아바이순대와 같이 여진족의 영향을 받은 순대는 돼지창자에 선지보다 야채와 곡물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순대는 추운 지방에서 속을 든든히 채우는 동시에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기 위한 것으로 함경도와 같은 북쪽 지방에 정착했다 하여 ‘북방형’ 순대라고 한다. 반면 제주도와 전라도 지역에는 고려시대 몽골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피순대’라 불리는 선지가 많이 들어간 순대가 정착되었고, 남쪽 지방에 주로 분포한 순대여서 ‘남방형’으로 불린다.


    명태순대는 돼지 내장이 귀했던 함경도 해안지방에서 명태가 많이 나는 겨울에 돼지 내장 대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명태에 속을 채워 만든 순대이다. 1530년(중종 25)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함경도 경성도호부(鏡城都護府)와 명천현(明川縣)의 토산물로 ‘무태어(無泰魚)’를 기록하고 있다. 무태어는 명태를 지칭하는 한자이다. 명태 말린 것을 ‘북어’라고 한다. 북어는 원래 ‘북쪽 지방에서 나는 물고기’라는 뜻을 지닌 말로 북쪽 지방은 바로 함경도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명태라는 이름도 명천(明川)의 태씨(太氏)라는 어부가 관찰사에게 바친 맛있는 물고기가 이름이 없어 명천의 ‘명’자와 태씨의 ‘태’자를 따서 명태로 지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속초 오징어순대

    오징어순대의 유래는 두 가지가 전한다. 하나는 한국전쟁 때 순대를 만들 돼지창자를 구하지 못한 ‘아지미’들이 속초에서 흔한 오징어를 이용해서 순대를 만들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지미’는 아주머니를 뜻하는 함경도 방언이다. 동해안의 남쪽 지방인 경상도의 ‘아지매’와 발음이 유사한 것도 흥미롭다. 다른 하나는 함경도 실향민이 ‘남바리’를 나가면서 배 위에서 먹을거리로 고향에서 먹던 명태순대에 착안하여 오징어순대를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남바리’는 속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남쪽지방으로 장기간 조업을 나가는 것을 이르는 강원도 방언이다. 두 가지 설을 종합하면 한국전쟁은 물론이고 전후에도 식량사정이 궁핍했던 시절에 돼지창자를 구하기는 당연히 어려웠을테고, 그런 상황에서 함경도 실향민들은 속초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오징어를 이용한 순대를 개발하였던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과 야채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 별미로 손꼽힌다. 1970년대 설악산 관광 붐이 일어나면서 속초를 찾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하면서 속초의 향토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명태순대와 오징어순대처럼 해산물의 속을 채워 만든 순대는 외부에서 전래된 순대문화가 지역특성에 따라 재창조된 동해안 지방의 고유한 향토음식으로서 음식문화사적인 가치를 갖는다. 이외에 강원도 속초시는 함경도 아바이순대가 고스란히 전해진 우리나라 유일의 지역으로 ‘속초 아바이순대’라는 향토음식으로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기도 하다.

  • 비록 다리는 짧지만 오징어도 울고 가는 맛, 주문진 한치물회

    물회라 하면 일반적으로 비린내가 적은 가자미ㆍ광어ㆍ우럭ㆍ도미와 같은 흰살 생선을 잘게 썰어 각종 야채와 함께 차가운 물에 넣고 초고추장을 풀어서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다에서 나는 같은 해산물을 가지고 만드는 음식 중에 물회 만큼 지역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음식도 드물다. 물회는 생선회와 차가운 물을 이용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횟감, 부재료, 양념과 조리법 등에서 지역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안의 강원도와 경상북도, 남해안의 제주도 등이 우리나라에서 물회로 유명한 지역이 다. 이 세 지역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고유하게 형성된 음식문화에 따라 지역마다 각자 토속성과 역사성을 지닌 향토음식으로서의 물회를 만들어냈다.

    물회 이미지
    물회

    제주도의 물회로는 자리물회가 대표적이다. 자리물회는 제주도 고유어종인 자리돔을 회를 치고 양념과 식초로 버무린 다음 양파ㆍ부추ㆍ제피ㆍ고추 썬 것을 된장에 버무린 것과 함께 차가운 물을 부어 만든다. 일반적으로 초고추장을 사용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된장으로 국물을 만드는 것이 제주도 전통 물회의 특징이다. 척박한 화산지형으로 전통적으로 곡물이 부족했던 제주도는 부족한 주식(主食)을 보완하기 위한 국물음식이 발달되었다. 그냥 밥만 먹기보다 국물과 함께 먹거나 국물에 말아 먹으면 훨씬 더 포만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물회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경상북도는 물회를 전국적인 음식으로 대중화시킨 고장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물회를 음식상품으로 팔기 시작한 곳이 포항시였기 때문이다. 포항의 물회는 뱃일에 바쁜 어부들이 간편하게 요기하기 위해 만들어 먹기 시작하였고, 고된 뱃일을 마친 후 술 한 잔 마시면서 해장삼아 물회를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한다. 그러나 훨씬 이전부터 포항지역의 어촌주민들이 미역과 멸치로 만든 물회를 보릿고개 음식으로 먹은 데서 지금의 물회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경상북도의 전통 물회는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횟감으로는 광어ㆍ우럭ㆍ노래미ㆍ가자미 등 흰살 생선 등을 주로 사용하고 소라ㆍ오징어ㆍ멍게ㆍ해삼ㆍ전복 등을 꾸미로 얹어주어 다른 지역의 물회에 비해 외관이 훨씬 화려하다. 

     

    강원도의 물회는 단연코 강원도 해산물의 대명사로 유명한 ‘오징어국수’로도 불리는 오징어물회이다. 한때 ‘오징어반 물반’으로 일컬을 정도로 강원도 물회에는 오징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 밖에도 동해바다에서 잡아 올린 광어ㆍ도다리ㆍ방어ㆍ가자미 등의 생선회에 육수와 야채, 초고추장 양념을 넣고 전복과 해삼을 비롯한 해산물을 넉넉하게 얹어주는 생선물회는 경상북도 지방의 물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도의 물회는 제주도나 경상북도와는 달리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수요를 일으킨 형태이다. 강원도 해안지방은 해안선을 따라 태백산과 동해바다가 인접하여 예로부터 설악산국립공원ㆍ하조대해수욕장ㆍ낙산해수욕장ㆍ죽도해수욕장ㆍ오대산국립공원ㆍ경포대해수욕장과 같이 산과 바다가 연결되는 관광지였다. 1970년 중반 이후부터는 동해에 망상해수욕장이나 옥계해수욕장과 같은 신흥 바캉스 여행지가 개발되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을 상대하는 횟집이 들어섰고 물회도 본격적인 음식상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강원도에서 물회로 유명한 지역은 속초시의 장사항과 동명항, 강릉시의 주문진항과 사천항 등 주로 대규모 어항(漁港)이 위치한 강원도 북부해안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의 주문진항은 동해안에서 규모가 가장 큰 어항(漁港)으로서 한때 우리나라 오징어잡이의 최대 전진기지로 1936년에 상설어시장이 들어설 정도로 역사도 오래되었다. 주문진항에는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주문진읍 해안로 일대에는 물회식당 등이 모여 ‘주문진 해물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주문진에서도 여러 종류의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물회를 취급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치물회는 주문진 물회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공교롭게도 한치는 여행객들이 동해바다를 찾는 바캉스 시즌과 겹치는 7~8월이 제철이다. 주문진항이 속한 강릉시에는 주문진읍 남쪽에 위치한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의 사천항에도 ‘사천 물회마을’이 형성될 정도로 강원도 물회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치는 살오징어목 꼴뚜기과에 속하는 두족류(頭足類)의 연체동물로 정식명칭은 한치꼴뚜기이다. 방언으로는 넓적창오징어, 창오징어, 한치 등으로 불린다. 오징어의 사촌뻘 되는 어종으로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징어에 비해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한치’라는 이름도 오징어보다 다리가 짧아 ‘한 치(一寸)’ 밖에 되지 않아 한치로 불리게 되었다는 말이 전한다. 한치는 난류를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6월 초부터 8월 중순 동해안 남부와 남해안, 제주도 등지에서 많이 어획된다.

     

    한치는 오징어에 비해 살이 얇고 부드러워서 연하고 담백한 맛으로 오징어보다 고급스런 어종으로 취급받는다. 강원도와 더불어 한치물회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주도에는 “한치가 곤밥이면 오징어는 보리밥”이라는 속담이 있다. ‘곤밥’은 쌀밥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옛날부터 한치와 오징어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속담이다. 한치는 타우린과 비타민E, DHA 등 영양소가 풍부하여 피로회복, 항산화 효과, 혈액순환, 근육강화 등에 효능이 있는 식품이다. 또한 고단백 저지방으로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식이나 비만증을 낮춰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 몸통이 좋아? 다리가 좋아? 호로록~ 오징어회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는 오징엇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일반적으로 10개의 다리와 몸통, 머리로 구분되며 길이는 30cm 정도이다. 오징어는 4쌍의 다리 외에 1쌍의 길게 뻗은 포획용 팔이 있다는 것이 같은 두족류에 속하는 문어와 다른 점이다. 오징어 다리가 10개라고 말하는 것은 4쌍의 다리와 1쌍의 길게 뻗은 더듬이 팔을 통칭해서 말하는 것이다.

    옛 문헌에 나오는 오징어는 우리말로 오증어, 오적어, 오중어, 오직어, 오적이 등으로 불렸다, 한자어로는 오적어(烏賊魚)로 표기하였으나, 오즉(烏鰂)·남어(纜魚)·묵어(墨魚)·흑어(黑魚)라고도 하였다. 『자산어보』에는 “남월지(南越志)에서 이르기를 그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잡아 물속에 들어가 먹는다 하여 오적(烏賊)이라 이름 지었는데,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중 「전어지(佃漁志」에도 오적어의 유래가 소개되어 있고 흑어, 남어의 유래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배 속의 피와 쓸개가 새까맣기가 먹과 같으며 사람이나 큰 고기를 보면 먹을 갑자기 사방 여러 자까지 내뿜어서 스스로 몸을 흐리게 하므로 일명 흑어라고 한다. ……풍파를 만나면 수염(더듬다리를 말함)으로 닻줄처럼 닻돌을 내리기 때문에 남어라고도 한다.

    오징어는 낮에는 깊은 바닷속에 있다가 밤이 되면 얕은 수면으로 올라와 소형 어류를 잡아먹는 수직 운동이 활발한 어족이다. 이때가 되면 공격적이면서 불빛에 잘 모이는데, 오징어잡이 배는 이러한 습성을 역이용하여 밤에 집어등을 밝히고 오징어를 잡는다. 오징어잡이 배에서는 몰려드는 오징어를 잡기 위해 낚싯바늘이 촘촘히 달린 인공 미끼를 물속에 풀어 놓는데 여기에는 빛을 발하는 형광물질이 칠해져 있다. 오징어는 집어등의 밝은 불빛에 이끌려 모여든 오징어들은 빛을 반사하는 인공 미끼를 먹이로 착각하여 덤벼들다 낚시에 꿰이게 되는 것이다.

    동해안 바닷가에서 다량으로 잡히는 오징어는 강릉 지역에서 주문진 오징어 축제가 개최될 정도로 인기가 있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재료

    살아있는 오징어, 초고추장

    조리과정
    1. 1.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후에 깨끗이 씻는다.
    2. 2. 손질한 오징어를 가늘게 채 썬다.
    3. 3. 오징어를 접시에 담고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을 곁들인다.
  • “진정한 오징어순대는 바르르한 밥알을 손으로 채워 넣어야”

    도마 위의 칼질 소리가 정겹다. 금방 찐 자줏빛의 오징어순대가 불룩한 배를 자랑하며 누웠다. 오징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어두운 갈색 반점이 있다. 그런데 칼을 대면 흰색으로 변하고 찜통에 찌면 붉은 자줏빛으로 변한다.

    속초중앙시장은 평일에도 오징어순대를 찾는 이들이 줄을 섰다. 이곳 아니면 오징어순대의 제맛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란 옷을 입힌 오징어순대는 동해안 어느 횟집에서도 먹을 수 있고 홈쇼핑이나 마트에서도 냉동 오징어순대를 살 수 있다. 그러나 고슬고슬한 밥알이 살아있는 제대로 된 오징어순대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몇 곳이 안 된다. 그마저도 명성이 높은 두어 식당의 어른들은 급히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

    속초 오징어순대

    시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하는 건데 여기 속초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다 해 먹었어요. 저 결혼할 때는 이바지로도 했어요. 요즘에도 이바지로 해 달라고 하는 분들이 찾아와요. 여기는 다른 거는 안 해도 요거하고 문어하고 해가요. 어릴 적에는 찬밥 남으면 오징어가 흔하니까 오징어에 속을 넣어서 쪄갖고 금방 먹으면 맛있었어요. 15분만 찌지요. 더 찌면 질겨져서 맛이 안 나요.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지요. 오징어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수분이 빠져서 줄어들어요. 속이 밀려 나와 그전에 먹는 것이 좋아요.

    오징어에는 타우린(taurine)이 많다.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에 좋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영양 좋은 오징어순대의 맛을 아는 이들에게 새롬맛집은 보고(寶庫)와도 같은 곳이다. 오징어순대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오징어에 속을 채워 넣는 모습
    오징어에 속을 채워 넣는 모습
    속을 채워 대나무 꼬지로 꿰기
    속을 채워 대나무 꼬지로 꿰기
    속을 채운 오징어순대
    속을 채운 오징어순대

    최금애(여, 육십대 중반)씨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날이면 밥알이 바르르하게 잘 된다고 한다. 오징어 다리는 몸통과 분리하여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채소를 썰어 넣기 때문에 오징어 속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순대의 속은 꽉꽉 채워도 안 되고 허술하게 채워도 안 된다. 그 안에서 밥알이 삭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일일이 손을 대어야 맛있다.

    십여 년 이상 오징어의 배를 채운 그녀의 손은 빠르다. 순식간에 오징어 서른 마리의 배를 채워 넣는다. 대나무꼬지로 여미는 솜씨도 기가 막히다. 거기에 마무리는 정갈하고 얌전하다. 오징어순대는 고슬고슬한 밥알과 쫄깃한 오징어 다리가 씹히는 담백한 맛이다. 여기에 초고추장을 살짝 찍으면 반찬 없이 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속초 오징어순대
    속초 오징어순대
    속초 오징어순대
    속초 오징어순대

    오징어에 대한 어원적 풀이는 중국의 옛 문헌에서 두 가지 설이 전한다. 오징어(烏賊魚), 까마귀도둑이라는 해석과 중국어의 魚卽(어즉)의 卽(즉) 자가 賊(적)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오징어는 수심 200~300m의 깊은 바다에서 새우, 게,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밤이 되면 20m 정도의 바다 위로 올라온다. 이러한 오징어가 숲에 사는 까마귀와 바다 위에서 만나는 기회는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烏魚卽魚(오어즉어)’, ‘까마귀처럼 검은색의 먹물을 가진 물고기’라는 뜻이 설득력이 있다. 대나무의 줄기가 까마귀처럼 검기에 오죽(烏竹)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 도움 주신 분

    '새롬맛집' 최금애(여, 육십대 중반)씨는 며느리와 하루에 700-800개의 오징어순대를 만든다. 가업을 잇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징어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다.

  • 일제강점기 울릉도의 특산품이 된 오징어

    오징어는 오징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이다. 『동의보감』·『물명고』·『규합총서』등의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말로 오중어·오증어·오젹어·오적이·오직어 등으로 불렸으며, 한자어로는 오적어(烏賊魚)가 표준어였고, 오즉(烏鰂)·남어(纜魚)·묵어(墨魚)·흑어(黑魚)라고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도 많이 먹어서 문헌에 기록이 많다.

    제주오징어
    제주오징어

    이 오징어가 일제강점기 초기 울릉도의 특산품으로 주목받게 된다. 이 시기 울릉도는 오징어의 산지로 유명해졌는데 그 이유는 일본인 어부들이 불법으로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았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오징어에 대한 근대 신문기사는 단편적인데 김수희의 연구(김수희,「일본식 오징어 어업의 전파 과정을 통해서 본 울릉도 사회의 변화 과정」, 동북아시아문화학회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료집, 2013.)가 근대 울릉도의 오징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이 글은 김수희의 연구를 기반으로 근대 울릉도의 오징어에 대해 알아본다. 


    울릉도에 들어가 오징어를 잡은 것은 시마네현 오키도의 어부들이었다. 오키도는 반농반어의 전형적인 어촌으로 오징어가 유일한 현금수입원이었다. 대지주제가 발달하여 몇 명의 지주가 마을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했는데 이들은 오징어 중매인을 겸하면서 소작인들에게 농어업자금도 대여했다. 어민들은 지주의 토지를 경작하면서 어업자금을 지주로부터 대여받아 오징어 어업을 하였다.


    명치유신 이후 오키도 어업생산량의 70~80%가 오징어였고 이러한 경향은 1910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오키도의 오징어 어업은 연안어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매년 오징어 어획량은 풍흉의 차가 컸다. 1888년과 89년의 생산량이 9배나 차이가 날 정도였다. 유통체제가 정비되어 지주나 도매상들이 오징어를 매입하여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었으나 오징어 어장은 쇠퇴하여 매년 풍흉의 차가 심했다. 그래서 오키도 어민들은 어장을 찾아 대마도나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거나 벌목 노동자로 고용되어 울릉도로 건너갔다. 

    오징어
    오징어
    오징어
    오징어

    오키도의 어부들은 1887년 처음 울릉도로 출어하여 오징어를 잡았다. 이 오징어조업은 조선 정부가 발급한 어업감찰증이 없는 불법조업이었다. 1897년 독도에서도 강치어업이 불법으로 이루어졌다. 1900년 조선정부는 대한제국 칙령 41호를 공포하고 울릉도에서 일본인의 퇴거와 함께 일본인 벌목금지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은 일본인들의 거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울릉도에 경찰을 상주시키고 일본인상업조합을 결성하는 등 울릉도 지배 정책을 강화하였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상정하여 전략적 요충지인 울릉도를 확보할 계획으로 울릉도 이주어촌을 건설한 것이다. 이리하여 한일합방 이전에 이미 울릉도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었다. 울릉도로 정기화물선이 왕래하여 오징어를 일본으로 운반하였고 다량의 어업자금이 유입되는 등 오징어 어업의 근거지가 되었다.


    일본인이 들어와 오징어어업을 하기 전 울릉도는 농업을 전업으로 하면서 전복이나 미역, 김과 같은 수산물을 채취하는 어업을 주로 했다. 일본인이 진출하고 일본식 연안 오징어 어업이 전개되면서 울릉도 토착 농민의 다수는 어민이나 어업 노동자로 변모하였다. 울릉도 오징어어장은 일본인이 독점한 어장이었다. 농민층으로 구성된 조선인들은 화전민으로 높은 지대에 거주하며 농사를 지었고, 일본인들은 도동항을 중심으로 해안에 거주하였다. 일본인들이 잡은 오징어는 모두 오키도식으로 제조되어 중국수출품으로 운송 판매되었다. 


    그러나 1915년부터 울릉도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오징어 경제에 의존하던 일본인들은 곤궁해졌고 1915년~1920년 사이 일본인 거주자의 반 이상이 울릉도를 떠났다. 이후 일본인을 포함한 울릉도 거주자의 95%가 1천엔 이하의 재산을 가진 극빈층들이었다. 오징어 경기는 끝났지만 울릉도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조선인들이 증가했다. 


    인구는 과잉상태가 되었고 농업마저도 흉작이 되면서 울릉도는 조선 제일의 ‘빈민굴’로 알려질 정도였다. 총독부는 이들을 탄광노동자나 만주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을 수립하였다. 1934년 12월부터 울릉도 사람들이 함흥 탄광 같은 조선 북부의 탄광지대로 떠났다. 울릉도산 오징어는 오키도식 제조 방식으로 계승되었다. 해방 후에도 울릉도 오징어는 이 오키도식 제조방식이 계승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오징어로 알려졌다.

  • 몸통이 크고 구하기 힘든 무늬오징어(흰오징어) 통찜

    오징어는 우리 식탁에 매우 친숙한 어종이다. 화살촉처럼 뾰족한 독특한 생김새에, 혹여나 건드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시커먼 먹물을 내뿜어 사람을 당혹게 하는 녀석.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까마귀를 보면 죽은 척을 한다고 해서 오적어 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고 했다. 여름철만 되면 불티나게 팔리는 활오징어 회. 싱싱한 오징어를 갓 떠서 먹으면 그 쫄깃 차진 맛은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하다. 그런데 사실 오징어의 낭만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수산시장도, 횟집도 아니요, 밤바다를 마주한 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을 때다. 특히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훤히 밝히는 오징어 배를 볼 때가 제일이다.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늦은 밤에 새벽 바다를 지키는 오징어 선단 무리를 보면, 바다 위에 펼쳐진 은하수를 바라보는 느낌을 받는다.


    쫀득하고 차진 식감의 무늬 오징어회와 통찜

    오징어를 회로 먹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어종이 바로 무늬오징어다. 일반 오징어와 비교하면 그 값이 비싸다. 낚시꾼이 아닌 이상 살아있는 상태의 활무늬오징어를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선도 좋은 무늬오징어를 맛본 사람이라면 그 맛에 반해서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찾는 어종이다. 일반오징어에 비해 넓적하고 두꺼운 살결을 가진 무늬오징어는 살이 쉽게 풀어지는 일반 오징어에 비해 쫄깃함이 오래 간다. 


    특히 무늬오징어를 다시마 잎에 숙성시켜 먹으면 그 고소하고 감질나는 맛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쫀득하고 탱글한 식감이 여간해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다 회로 먹기가 부담스럽다면 통찜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무늬오징어 통찜은 그 맛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별미로 통하는데, 만드는 방법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간단하다. 신선한 무늬오징어에 소주 한병을 통째로 부은 후 냄비에 끓여내면 무늬오징어 통찜 완성. 최고의 술안주인데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상태에 따라 색이 변하는 오징어

    무늬오징어는 숙련된 어부라도 어쩌다가 운이 좋을 때 잡히기 때문에 수산시장 내에서도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 귀한 품종이다. 예전에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낚시꾼들의 별미였지만, 최근 낚시와 관련한 예능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꽤 널리 알려졌다. 무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무늬오징어는 상태에 따라 색깔의 변화가 심하다. 


    표범의 무늬처럼 갈색을 띄다가도 수심 위로 올라오면 흰색을 띄며, 상태에 따라 투명도가 계속 바뀐다. 일반 오징어에 비해 체구가 크고 넓기 때문에 회로 썰었을 때 두께가 두툼하고, 특유의 감칠맛 때문에 먹물통찜이나 튀김으로도 애용된다. 살이 두껍고 다리에 비해 몸통이 매우 커서 오징어 몸통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 못 구하는 어종이다. 워낙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산지에 찾아가서 먹는 의미가 더 부여되는 무늬오징어.


    강원도 양양 바다의 서핑을 마치고 나서 먹는 무늬오징어는 회로 먹든, 통찜으로 먹든, 튀김으로 먹든 간에 특별한 감동을 자아내면서 강원도 동해바다의 추억을 깊게 새겨넣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서핑보드의 낭만과 짝지어 먹는 무늬오징어를 기억해두었다가 꼭 맛보도록 하자. 물론 운이 따라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 천혜의 어장, 울릉도에서 맛있는 오징어를 잡자

    울릉도는 오징어가 살기 좋은 난류가 흐른다

    오징어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동한난류를 따라 연안 수온이 17~18도가 유지되는 곳으로 한반도의 동해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적당한 수온을 따라 서해로 이동한다.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으로, 가을부터 겨울까지 북쪽에서 머문다. 수온이 상승하면 북쪽부터 남쪽으로 남하하며 성장한다. 전체 생산량의 70%가 동해안에서 났으나 최근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서해안에서 오징어 어획이 활황을 맞기도 했다. 2020년부터 바다 수온이 적정온도를 찾으면서 오징어가 다시 동해로 돌아왔다.


    흉년을 대비해 건조하기 시작한 오징어

    울릉도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 울릉도 개척령 이후이다. 작은 배를 타고 울릉도로 온 이들은 환전을 일구고 미역을 따며 생활했다. 당시 수시로 흉작이 들었고, 폭설이 자주 내려 고립되었다. 그러자 오징어를 건조해 가끔 내왕하는 상선의 양식과 물물교환했다. 흉년을 대비해 다양한 어로 활동을 하였고, 건조 오징어, 우뭇가사리, 건전복, 미역 등을 생산했다. 1905년 울릉도 수산물 중 오징어가 수출액의 50%를 차지했다. 부피와 무게가 적고, 보관도 쉬워 선박을 이용하던 불완전한 수송에 적합했기 건조 오징어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갔다. 이후 울릉도 근해에서 오징어를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오징어만 잡아도 생활이 넉넉했을 정도였다. 일본 어부들이 들어와 오징어를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오징어는 다양한 어구로 잡는데, 대나무에 천을 감은 대낚시, 활모양의 굵은 철사에 납이나 사기를 양 끝에 매단 낚시로 잡기도 한다. 긴 나무나 플라스틱 막대기에 낚싯바늘을 끼워 만든 산자꾸로 잡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자동조획기가 보급되면서 산자꾸는 보조용으로 이용한다.


    울릉도에서 잡은 신선도 높은 오징어로 만든 건조 오징어

    건조 오징어의 상품 가치는 오징어의 신선도가 결정짓는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 “어획하자마자 곧 선상에서 말린 것이 그 품질이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대하태에서 어획한 후 배에서 건조한 ‘배오징어’가 그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울릉도는 근해에서 오징어를 잡아 항구에 입항 후 할복 후 건조해서 신선도가 높다. 품질 좋은 울릉도 건조 오징어는 섬 조릿대에 20마리씩 끼워 말리므로 귀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다른 지역 오징어와 구분된다. 울릉도 오징어가 육질이 두껍고 맛이 좋아 지금까지 최고의 상품으로 여긴다. 

  • 주문진 오징어로 유명한 강릉 주문진항

    오징어 위판장이 있어 ‘주문진 오징어’라 불림

    1970년대에는 연안에서도 오징어를 잡았지만 1990년대부터는 대부분 근해에서 조업이 이루어지므로 대형어선이 입항할 수 있는 곳이 오징어 집산지로 자리 잡았다. 속초항은 국제항이고, 주문진항은 대형 항구로 전국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입항한다. 강원도 오징어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속초 오징어’, ‘주문진 오징어’ 등의 명성은 이들 항구의 오징어 위판과 관련이 깊다. 속초의 동명항, 청호항 등과 강릉의 주문진항에서만 생물뿐만 아니라 건조 오징어를 위판해서 이들 지역에서 생산하고 건조된 오징어라는 뜻에서 지역명과 오징어가 결합한 것이다.

    강릉 주문진 조형물 전경
    강릉 주문진 조형물 전경
    강릉 주문진항 배
    강릉 주문진항 배

    오징어 가공공장으로 더 유명한 주문진항

    속초와 주문진 이외에도 동해안 곳곳의 대형 항구에는 오징어 집산지가 있다. 강원도의 오징어 집산지인 주문진항에는 40척 이상의 어선이 있었으나 오징어 어획고가 점차 줄고 있어 대형어선을 남해지역으로 팔고 있다. 대부분 이들 항구에 속한 대형어선은 북태평양 인근으로 오징어잡이를 나간다.

    강릉 주문진항 배
    강릉 주문진항 배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냉동오징어 건조장은 거진항과 속초항 등에 많고, 오징어 가공공장은 주문진항 근처에 많다. 가을 오징어 건조장은 남바리로 어획되므로 강원도 보다 경상도 지역에 건조장이 많다. 추석 즈음에 주문진 주변에서 오징어가 많이 나기 시작하지만 곧 남하하므로 큰 오징어는 경상도 지역에서 어획된다. 오징어 소비량도 경상도 지역이 많다. 한때는 주문진 인근에서 오징어가 많이 어획되어 경상도 죽변 지역에서 강원도 오징어를 가져다가 건조해서 팔기도 하였다.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해산물

    화물선이 입출항하고, 어시장을 끼고 있는 어항

    주문진항은 동해안에 몇 안 되는 화물선이 입항할 수 있는 큰 항구이다. 350여 척의 어선이 어물을 실어 나른다. 오징어, 양미리, 명태, 청어, 멸치 등을 주로 잡는다. 갓 잡은 어물을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과 어시장에서 판매하므로 질 좋은 어물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항구 주변은 백사장이 700m로 길게 펼쳐있고, 면적은 9,608㎡로 넓어 휴양지로 적합하다. 수심이 얕고 바닷물도 맑다. 주문진항 주변에는 강원도 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 있다. 주문진항 어부들이 잡은 건어물, 활어 등이 판매하는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중의 명소이다.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입구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입구
    강릉 주문진항 부둣가
    강릉 주문진항 부둣가

  • 속초 앞바다의 해풍으로 건조한 각종 어물과 오징어

    건어물 시장으로 유명한 속초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에는 예전부터 건어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유명한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있다. 2006년 전통시장 육성정책에 따라 중앙시장이라 부르는 것을 관광수산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건조 어물의 판매처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다. 속초 앞바다에서 어획한 오징어, 멸치, 명태포, 노가리, 황태, 고등어, 볼락, 가자미 등을 비롯해 수입한 건조 아귀포, 쥐포 등을 판매한다. 어획한 어물은 건조나 반건조 상태로 말린다. 명태는 통으로 꿰어 반건조 상태로 말린 코다리를 만든다. 명태는 대관령의 바람골에서 추운 겨울철에 녹았다가 얼었다를 반복하며 건조한 자연건조 황태, 새끼 명태를 반건조 상태로 만든 노가리, 볼락, 고등어, 우럭, 알가자미, 참가지, 임연수 등은 생물 보다 보관성이 좋아 많이 판매된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어획한 아귀포나 쥐포는 국내로 들여다가 조미가공을 해 주전부리로 판매한다. 건조나 반건조 상태의 어물은 장기간 동안 보관할 수 있고, 손질된 상태로 판매하므로 조리가 손 쉬어  영양가가 풍부한 다양한 어물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으므로 점차 선호되고 있다. 근래에는 온라인몰이 성행해 명절에는 제수로, 평소에는 어물구이용으로 구매한다. 청정지역 속초의 명성답게 깨끗하게 건조된 다양한 건어물을 편리하게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속초 아바이 마을 오징어 덕장과 해변가의 오징어 개인 덕장

    속초에서 건조 오징어 덕장은 아바이 마을에 있다. 이곳에는 ‘속초건조인협회’가 오징어 덕장을 운영한다. 6.25 전쟁 당시 월남한 사람들이 청호동에 정착해 살면서 다양한 어물 건조와 요리를 담당해 왔다. 오징어 덕장도 청호동 주민들이 주로 맡았으며, 그들은 마을 공동 오징어 할복장에서 공동 작업한다. 어획된 오징어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일 밤중이라도 손질을 마무리 한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뺀 손질한 오징어는 각자 집으로 가져가 개인 건조장에 말린다. 이렇게 건조한 오징어의 다리사이에는 '속초건조인협회'라고 생산자를 새긴 대나무 막대기를 끼운다. 

    속초 오징어 건조작업
    속초 오징어 건조작업(사진출처: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속초 오징어 건조작업
    속초 오징어 건조작업(사진출처: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이렇게 생산한 오징어는 아바이 마을 입구와 주변 건어물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속초 해변가나 해수욕장 주변에는 오징어 판매 상점이 여럿 있다. 이곳에서는 개인이 작은 덕장을 꾸미고 갓 잡은 오징어를 구입해서 말려서 소매로 판다. 속초에서 생산하는 모든 오징어에는 ‘속초건조인협회’라 낙인찍힌 대나무를 오징어 다리 사이에 꿰어 놓는다. 오징어는 1~2일 정도 해풍에 말리면 약 20%정도 건조된다. 좋은 오징어를 말려야 건조 오징어의 맛이 좋다. 죽은 지 오래된 오징어는 맛이 덜 하다. 


    명태는 고성에서 주로 건조했지만 지금은 용대리 황태를 판다

    명태는 고성군에서 주로 어획했다. 1990년 이후 강원도 내에서 명태가 어획되지 않아 지금은 전량 러시아에서 어획한 명태를 이용해 건조 명태를 만든다. 명태 건조는 속초가 아닌 인제 용대리 진부령 바람골짜기에서 행한다. 진부령 바람골짜기는 바람이 골을 타고 불어 매우 강하고 바람의 양도 많다. 바람이 세면 명태의 수분을 빠르게 날려주므로 상하지 않은 채 건조가 가능하다. 강원도의 특산물인 용대리 황태도 속초에서 거래되는 주요 건조어물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