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의 긴 줄은 물과 물고기를 다스리는 바다의 신, 용(龍)을 상징한다. 그래서 가뭄이 들었을 때 줄을 당겨 용을 깨우면 용이 하늘로 올라가 비를 내려준다고 믿었다. 이런 속설 때문인지 농경 문화권에 속한 지역에서는 거의 빠짐없이 (형태는 달라도) 줄을 당겼다. 충남 당진 역시 약 500여 년 전부터 줄다리기를 했다고 전한다. 조선 선조 재위 시절(1567~1608), 해일과 돌림병으로 마을에 액운이 짙어지자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줄을 당겼다. 지금도 기지시에서는 매년 5월 줄다리기 한마당을 벌인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어 있고,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1. 상인들의 찬조금으로 자금 마련
기지시는 교통의 요지다. 배가 자주 드나들고 물류의 흐름이 활발해서 큰 시장이 열리곤 했다. 그런데 줄다리기를 하는 날이 되면 줄다리기를 구경하려고 수많은 사람이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그 덕에 장사가 성행했다. 그래서 상인들이 나서서 줄다리기 행사를 주관하거나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줄난장(줄다리기) 한 번 하면 3년 먹을 게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2. 1km에 달하는 줄 나르기
줄을 만드는 곳과 줄을 당기는 장소가 무려 1km나 떨어져 있다. 많은 사람을 시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줄을 멀리서부터 가져와 주목을 끌어야 했다.
3. 배의 닻줄을 꼬던 줄틀 이용
어촌에서 배의 닻줄을 꼬던 기구인 줄틀로 굵은 줄을 꼬았다. 줄틀은 단단한 참나무로 만든다. 참나무는 햇빛에 노출되면 터지고 갈라져서 오래 쓸 수 없지만, 물속에 넣어 보관하면 튼튼해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줄틀은 ‘틀못’이라고 부르는 연못 속에 보관한다.
4. 어느 쪽이 이기든 상관없는 경기
기지시 줄다리기는 물윗마을과 물아랫마을로 나뉘어 줄을 당긴다. 물윗마을이 이기면 풍년, 물아랫마을이 이기면 태평성세를 이룬다고 믿었다. 이긴 마을은 풍년이 들지만 진 마을은 흉년을 겪는다는 안양의 줄다리기, 여성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성남의 줄다리기와는 다른 특성이다.
5. 유교, 불교, 민속 신앙을 아우르는 의례
줄을 당기기 전에 시장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믿음을 반영하는 제사를 지낸다. 줄다리기 전날, 국수봉 당집에 올라 유교ㆍ불교ㆍ민속 신앙 순서로 당제를 지낸다. 그 후 마을 중앙에 있는 대동우물로 내려와 용왕께 제사를 드리는데, 이 역시 유교ㆍ불교ㆍ민속 신앙 3가지 형식으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 한복판에서 시장의 번성과 주민들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다양한 굿판을 벌인다.
줄은 약 천명의 사람이 한 달간 모여서 꼰다. 볏짚을 모아서 새끼줄, 몸줄, 곁줄과 젖줄을 만든 다음 암줄과 수줄을 비녀목으로 연결시킨다. 암줄과 수줄의 결합은 음과 양의 조화 그리고 남녀의 성관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비녀목을 꽂을 때 농익은 이야기가 오가는 지역도 있다. 매해 기지시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인원은 오천 명 이상이다. 직접 줄을 당기지는 않아도 줄다리기 현장에 모인 사람들까지 합하면 만 명을 훌쩍 넘는다. 줄을 당기는 데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하니, 진정한 화합의 장이라 할 만하다.
진동큰줄다리기는 다른 지역의 줄다리기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열린다. 장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진동면 동촌 냇가에서 이루어지며, 지역을 동서로 나뉘어 줄을 당기게 된다. 이곳에서는 줄다리기를 ‘줄을 꺾는다’라고 말한다.
진동의 줄다리기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는데, 지역을 동서를 구분하여 편을 나누었다. 서부는 진동의 서촌 마을이 중심이며, 진주, 고성, 함양, 반성, 산청, 충무, 칠원, 진북면, 진전면과 진동의 사동, 죽전, 고현 등이 해당되었다. 동편은 동춘과 성산 마을이 중심이 되며, 인근 교동, 오산 등, 석문 안골, 요장, 광암, 다구, 도만, 구산면, 마산, 부산 등으로 나뉜다.
진동의 줄은 암수줄의 쌍줄 형태이며 동부와 서부에서 제각각 제작한다. 줄의 제작 방법은 볏짚을 미리 수백 동씩 걷은 다음에 물을 뿌리며 꼬아서 만든다. 예전에 뱃사람들이 배(船)의 닻줄을 비벼 꼬아 만드는 것과 유사하여, 이들이 줄 엮는 것을 감독하기도 했다. 한편 전에는 아이들이 꽹과리를 치고, ‘쾌지나칭칭나네’ 노래를 부르며, 각 가정의 문 앞에서 “짚이나 새끼나 좀 주소.”라고 말한다. 그러면 집주인은 볏짚과 김치, 쌀 등을 내어준다. 이것을 받아 줄 꼬는 일에 참여하는 어른들에게 넘겨주기도 한다. 줄을 만들 때에는 상대편이 와서 훼손할 수도 있어 밤에도 지키며, 부녀자들이 줄을 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금기를 설정한다.
서부가 암줄이고 동부가 숫줄이다. 큰줄당기기에서는 인원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쪽이 삼사천명이 당기는 경우도 있다. 대략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3-5분 사이에 많이 당긴 쪽이 이기게 된다. 줄은 약 200m 정도의 대형 줄이며, 줄 위에는 대장이 올라가서 지휘한다. 주민들은 곁줄을 당기게 되는데, 인근 영산줄다리기와 유사하다. 이곳은 대보름날에 달집태우기와 함께 이루어진다. 이 지역의 줄다리기는 승부 이후의 뒤처리가 특이하다. 만약 동부인 숫줄이 지면 암줄이 살고 숫줄이 죽는다고 여겨서, 다음 날에 이긴 쪽인 서부편에서 상여를 만들고 여자를 상주로 세워서 지팡이를 짚고 곡을 하게 한다. 농악을 울리면서 줄에 가서 서방(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음을 고하고 술을 부어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또한 진동 읍내를 다니며 농악을 치면서 고을의 풍년과 안녕을 빌었다. 이때 주민들이 다함께 어울리며 술과 음식으로 잔치를 벌이게 된다. 아이들은 ‘새끼줄’(아기줄)이라 해서 작은 줄을 엮어 정월 14일 저녁에 미리 줄을 당긴다. 이때 어른들이 합세해서 응원을 한다. 이런 모습은 영산삼일민속문화제의 골목줄다리기 형태와 유사한다.
진동큰줄다리기는 현재 정월대보름에 열린다. 2019년은 2월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동촌냇가에서 지난 해 묵은 액을 씻고 올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 26회 진동큰줄다리기와 달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진동민속문화보존회(회장 이성병) 주관으로 진행되었다.